비하인드 클래식

불완전함으로 만든 완전한 세계

안녕하세요. 다양한 예술작품 속 숨겨진 클래식을 찾아 읽어드리는,
지휘자 여자경입니다.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인간의 상실감과
내재된 어둠, 더 나아가 불완전한 세계와 초월적인 시각으로 “21세기
소설을 발명했다”고 평가받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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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Q84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2009년 작, <1Q84 >입니다. 하루키의 작품들은 대부분 친밀감을 불러일으키는 1인칭 서술이 주를 이루지만, 이 작품에서는 3인칭 시점을 사용하는데요. 헬스클럽 매니저이면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30대 여성 아오마메와 대학 입시학원 수학강사이면서 소설가 지망생인 덴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꽉 막힌 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내려가던 아오마메, 그리고 천재적인 문학성을 가진 열일곱 소녀 후카에리를 만나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 덴고- 그들 앞에 '1Q84'의 세계가 펼쳐지는데요. 하루키는 이 작품을 쓰면서 바흐(Bach)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구성을 염두했다고 합니다. 바흐(Bach)가 48곡을 1권과 2권에 24곡씩 나누어 배치한 것처럼, 이 소설도 1권 24장과 2권 24장으로 구성되어 있죠. 이처럼 평균율이 가진 일종의 숫자 패턴을 소설에 그대로 활용한 <1Q84 >, 그 안에 흐르고 있는 클래식을 함께 읽어 내려가 보겠습니다.

“야나체크(Janáček)의 <신포니에타 Sinfonietta> 첫 부분을 듣고 이건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라고 알아맞힐 사람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아주 적다’와 ‘거의 없다’의 중간쯤이 아닐까. 하지만 아오마메는 왠지 그걸 맞힐 수 있었다”

“열린 창으로 한 떼의 새가 방안에 휘익 날아든 것처럼. 또한 그 곡은 아오마메에게 뒤틀림 비슷한 기묘한 감각을 몰고 왔다. 아픔이나 불쾌함은 없었다. 단지 몸의 모든 성분을 자근자근 물리적으로 쥐어짜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2. 해변의 카프카 「슈베르트 Schubert 피아노 소나타 D장조」 라카미 하루키가 2002년 발표한 장편소설, <해변의 카프카>인데요. 열다섯 살 난 소년 타무라 카프카는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그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누나와 자게 될 거라는 오이디푸스적인 예언을 합니다. 그리고 소년은 그 예언에서 도망치기 위해 가출을 감행하고 그 여정 속에서 현실과 초현실의 세계를 넘나들죠. ‘기묘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이번 작품에선 하루키가 어떻게 클래식을 써내려갔을까요?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의 피아노 소나타를 완벽하게 연주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이기 때문이야. 특히 이 D장조 소나타가 그래. 아주 이해하기 어려운 곡이거든.(중략) 지금까지 여러 다양한 명피아니스트가 이 곡에 도전했지만, 그 어떤 연주도, 느낄 수 없는 결함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거든. 바로 이 연주만은 결함이 없다고 할 만한 연주는 아직 없다, 왜 그런지 알아?“ 

”모르겠어요“ 하고 나는 말한다.
”곡 자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이야“

슈베르트의 음악이 미완성이기에 위대하듯이 하루키의 말대로 인간의 삶도 불완전하기에 더욱 매혹적인 걸까?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완벽한 삶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걸까? 슈베르트의 음악도, 하루키의 소설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영상으로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여자경
글 / 여자경

-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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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5-24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