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클래식

봄날의 곰만큼 클래식을 좋아해

안녕하세요. <비하인드 클래식> 네 번째 시즌의 진행을 맡은 지휘자 여자경입니다.

이번 시즌을  딱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클래식을 읽어드립니다’입니다. ‘시간의 예술’이라 불리는 찰나의 음악 속에도 책만큼이나 정말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마치 책을 읽듯, 음악을 읽음으로써 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죠.

앞으로 저와 함께 시, 소설, 미술, 영화, 오페라 등등 다양한 예술작품 속 숨겨진 클래식을 함께 찾아 들으며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 더 나아가 인생을 반짝이게 하는 ‘영감’까지 얻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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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르웨이의 숲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2번」

하인드 클래식 - 오늘 제가 읽어드릴 클래식의 주인공은 60년 넘게 무려 486장의 레코드를 모아 책까지 출간한 클래식 애호가이자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그는 “책과 음악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열쇠였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하루키의 작품 속 음악은 단지 하나의 첨가물에 그치지 않고 인물의 심리나 문장의 비의를 파악하는 결정적인 열쇠가 “레이코씨는 책을 읽으면서 FM방송으로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2번을 듣고 있었다. 사람 그림자 없는 초원의 끝에서 브람스가 울려 퍼지는 것도 꽤 멋진 일이었다. 3악장의 첼로 멜로디를 그녀는 휘파람으로 따라했다. “바크하우스(Backhaus)와 뵘(Böhm)”

그녀가 말했다.
“옛날에 이 레코드를 닳아 버릴 만큼 들었지. 정말 닳아 버리기도 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들었어.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다 핥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상실의 시대>, 혹은 “봄날의 곰만큼 좋아해”라는 달달한 대사로 더 유명한 이 작품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7년 발표한 <노르웨이의 숲>입니다.

2.  태엽 감는 새 연대기 「로시니의 도둑 까치 서곡」

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으로 읽어 내려가는 클래식- 다음 작품은 <태엽 감는 새 연대기>입니다.
도둑까치, 예언하는 새, 새 잡이 사내- 이렇게 총 3권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그전까지 주로 청춘의 상실과 성숙의 고통을 그려냈던 무라카미 하루키를 한 단계 끌어올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데요, 잃어버린 아내를 되찾으려는 남자의 분투와 실재했던 폭력의 역사를 교차하여 촘촘하게 써내려 갑니다.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하루키가 소설에서 클래식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태엽 감는 새 1권 제목이기도 한 <도둑까치>는 이탈리아의 작곡가인 로시니(Rossini)의 오페라 서곡을 배경음악으로 한 작품입니다.

“부엌에서 스파게티를 삶고 있을 때,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FM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로시니의 <도둑 까치> 서곡을 따라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스파게티를 삶기에 더없이 좋은 음악이었다. 전화벨 소리가 들렸을 때, 무시할까 하고도 생각했다. 스파게티는 다 삶기기 직전이었고,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는 런던 교향악단을 그야말로 음악적인 절정으로 끌어올리려는 순간이었다.“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는 달콤한 멜로디에 절묘한 리듬을 섞어 관능적이고 해학적인 작풍을 보여주는데요, 그런데 도둑까치와 이 소설의 연결점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 답은 오페라 <도둑 까치>의 줄거리에 있습니다.

영상으로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여자경
글 / 여자경

-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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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4-27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