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클래식

영감의 원천을 찾아서

안녕하세요. 클래식 읽어주는 지휘자, 여자경입니다.
우리는 흔히 ‘영감’을 얻거나 주었다는 표현을 씁니다. 영감, 영어로 inspiration은 안으로(in) 생기를 불어넣는다(spire)는 의미를 갖는데요, 그래서인지 인간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끊임없이 확인받기 위해 영감을 좇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숨을 불어넣어 줘야만 비로소 생기가 도는 것처럼 말이죠.

예술도 마찬가집니다. 지금부터 하나의 영감이 각각의 장르에서 어떻게 생명력을 얻게 되는지, 그 길을 함께 따라가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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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 Shakespeare X 프로코피예프 Prokofiev>

상에서 가장 유명한 커플을 꼽는다면 빠질 수 없는 이들, 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and Juliet>입니다. 초판이 1597년에 나온 것을 감안하면 벌써 4백년이 훌쩍 넘었는데요. 그 긴 세월 덕분인지 <로미오와 줄리엣>은 연극, 음악, 미술, 영화, 발레 등 다양한 장르의 영감이 되어 왔습니다. 특히 클래식 음악으로 넘어온 <로미오와 줄리엣>은 벨리니(Bellini)와 구노(C. Gounod)의 오페라로, 차이코프스키(Chaikovsky)와 베를리오즈(Berlioz)의 오케스트라 작품으로, 또 프로코피예프(Prokofiev)의 발레음악으로 재창조되었는데요, 오늘 제가 읽어드리고 싶은 클래식 작품은 러시아 작곡가(*구 소련)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의 발레 음악입니다.

#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몬태규가와 캐플릿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초연은 발레 음악으로서가 아니고 교향적 모음곡으로 먼저 연주되었습니다. 3개의 파트로 만들어진 이 모음곡은 제 1모음곡에 7곡, 제2모음곡에 7곡, 제 3모음곡에 6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 곡마다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표제가 있고, 훌륭한 오케스트레이션 덕분에 음악을 들으면서, 스토리를 상상할 수 있기에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판타지에 빠지기 충분합니다. 이 발레 음악은 주로 프로코피예프가 구성한 세 개의 모음곡 중 일부 몇 개씩 선택하여 연주되지만, 전곡 감상 또한 어디에도 견줄 수 없는 깊은 감동을 전하는데요. 러시아 발레리나이자, 줄리엣 배역의 1인자로 손꼽히는 갈리나 울라노바 (Galina Ulanova)는 “그의 음악은 나를 위해 산다. 그것이 바로 내 춤의 영혼이다”(출처 책 /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1001)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2. 크로이처 소나타 Kreutzer Sonata <베토벤 Beethoven X 톨스토이 Tolstoy X 프리네 Prinet>

번엔 반대로 클래식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문학작품을 살펴보려합니다.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Lev Tolstoy), 그의 영감은 클래식과 긴밀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베토벤 (Beethoven)의 ‘크로이처 소나타Kreutzer Sonata’와 동일한 제목으로 소설을 썼는데요. 사실 ‘크로이처 소나타’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원제보다 더 많이 불리는 별칭으로, 베토벤이 이 작품을 프랑스 출신의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루돌프 크로이처(Rodolphe Kreutzer)에게 헌정하면서 붙여진 제목입니다. 한 가지 재밌는 이야기는 베토벤은 좋아해서 이 곡을 헌정했지만, 정작 크로이처는 평소 베토벤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 이 곡을 두고 ‘난폭하고 무식한 곡’이라고 평하며 잘 연주하지 않았다고 하죠.

시 톨스토이의 ‘크로이처 소나타’로 돌아가 보면, 소설은 질투심에 눈이 멀어 아내를 살해한 남편이 기차에 올라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면서 시작됩니다. 어린 아내와 애증 깊은 결혼 생활을 하던 주인공, 이 부부 사이에 우연히 잘생기고 젊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등장하는데요, 남편은 그토록 매력 넘치는 바이올리니스트와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던 자신의 아내가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를 연주하면서 영감과 열정을 나누다 사랑에 빠졌을 거라 믿었고, 열등감과 질투에 시달리다 아내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미쳐버렸을 거라며 살인을 정당화합니다. 이 장면이 소설 속에선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한번 읽어볼까요?

영상으로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여자경
글 / 여자경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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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6-29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