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클래식

시와 음악의 조화, 리트

안녕하세요. 클래식 읽어주는 지휘자, 여자경입니다.

언어예술인 문학의 영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양식, 우리는 그것을 ‘시’라고 부릅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느낌을 운율이 있는 언어로 압축하여 표현한 글’인데요.

이러한 시가 음악과 가장 예술적으로 결합한 형태가 있습니다.
바로 예술가곡이라고 불리는 ‘리트’입니다.
(*Lied, ‘노래’라는 뜻의 독일어, 보통 ‘예술가곡’으로 번역)
 
  • 이동통신망을 이용하여 영상을 보시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재생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동영상 재생이 안 될 경우FAQ > 멀티미디어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1. 빌헬름 밀러 Wilhelm MüllerX 프란츠 슈베르트 Franz Schubert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Die schöne Müllerin>
술가곡이 일반적인 노래와 어떤 것이 다른지 궁금하실 텐데요.
보통은 작사를 하고 작곡을 하거나 곡을 먼저 쓰고 가사를 입히지만, 19세기 예술가곡의 특징은 시인들이 출판한 시를 가지고 노래를 만듭니다.
#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제9곡. Des Mullers Blumen(물레방앗간의 꽃)

‘가곡의 왕’이라고 불리는 프란츠 슈베르트는 31세라는 짧은 생애를 살며 600여 곡의 가곡을 탄생시킵니다. 그는 가곡이란 세계를 채우는 영혼의 음성과 형식이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슈베르트의 가장 뛰어난 업적은 총 3권의 연가곡집을 만든 것이었는데요. 1823년 그의 첫 번째 연가곡집인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그리고 4년 후인 1827년 이어 출판된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 그리고 1828년 슈베르트가 마지막 생애를 보냈던 해에 ‘백조의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통 연가곡집이라고 하는 것은 한 시인의 연작시에 곡을 붙인 것인데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는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붙였고, 백조의 노래는 여러 시인의 시들이 사용되어서 실은 수록된 시들 사이에 서로 연관성은 전혀 없었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베토벤이 세상을 뜨기 전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곡을 보고 슈베르트의 천재성을 인정했다고 하는데요. 이전의 리트가 가사의 의미보다는 선율에 비중을 두고 있었다면, 슈베르트에 이르러 비로소 시와 음악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피아노가 단순한 반주에서 벗어나 -> 시를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었거든요.

2. 프리드리히 리케르트 Friedrich RuckertX 로베르트 슈만 Robert Schumann 프리드리히 리케르트 (Friedrich Ruckert)의 시에 슈만이 곡을 붙여 결혼식 전날 아내가 될 사랑하는 클라라에게 선물한 곡입니다. 그래서 'Myrthen(미르텐)Op.25'의 1번 제목이 '헌정'이죠. 19세기 산업혁명, 프랑스 혁명 이후 귀족들의 사회에서 일반 시민의 사회로 변모되면서 ‘개인주의’와 더불어 ‘개인의 감정’이 주목받기 시작하는데요. 인간의 감정 표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죠. 그래서 이 시대는 곧 로맨스라 불릴 만큼 화려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데요. 수많은 로맨스 중에서도 슈만과 그의 여인 클라라의 사랑 이야기는 빼놓기 어렵죠.

만은 천성적으로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이었지만 창작에서만큼은 번뜩이는 그만의 독특한 영적인 힘을 드러냅니다. 이는 여러 곡을 체계적으로 하나로 묶어낸 연가곡에 응축되어 있는데요. 연가곡은 그보다 앞선 베토벤과 슈베르트가 찾아낸 형식이지만, 슈만은 이를 더 노련하게 다루고 있죠. 풍부한 환상과 문학에 깊은 이해를 가졌던 음악가, 그 환상이 정신병으로 이어져 자살시도와 정신 병원 입원, 결국 죽음으로까지 이어졌는데요. 그의 음악이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도 짧고 강렬한 시 한 편처럼 살다간 그의 인생 자체가 하나의 위대한 예술이자 음악이었기 때문입니다.

영상으로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여자경
글 / 여자경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입니다.
  • 본 콘텐츠는 사전 동의 없이 상업적 무단복제와 수정, 캡처 후 배포 도용을 절대 금합니다.
작성일
2023-08-01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