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인문학

꿈꾸던 공간을 가득 채운 나만의 인문학Ⅰ

래식 음악이 빈티지 가구 사이를 유영하는 와인바 ‘부숑’ 대표 이준신.
유학을 끝마치고 빠르게 창업을 결심해 꿈꾸던 공간을 자신만의 취향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 미술 작품을 발굴하는 갤러리 그리고 로컬문화와 연계한 커뮤니티를 준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데, ‘부산’이라는 문화 용광로를 배경으로 그가 그리는 청사진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낭만파의 공간, 와인바 부숑


최근 MZ사이에서 자신만의 가게를 꾸리는 게 트렌드 같아요. 탈리아에서 물보다 와인을 많이 마셨어요.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와인을 본격적으로 배우기로 결심하고 상경했죠. 부산에선 와인 붐이 일어나기 전이었고 일을 배울 업장도 많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까사델비노의 직영점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며 와인 학원을 다녔어요. 그리고 1년 동안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문적으로 와인 핸들링을 배웠고요. 그러다가 내가 좋아하는 와인과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습니다.

부숑이 사람들에게 어떠한 공간이기를 바라셨나요. 슴이 쿵쿵 뛰는 일을 하고 현실에 타협하며 살지 않는 낭만파들의 공간이길 바라요. 지속적인 브랜드 협업과 기획을 통해 Artistic Bar라는 새로운 색깔을 선보이는 게 목표고요. 협업 타이틀은 불어로 'Blanc de Blancs'인데요. 와인 용어라 직역하면 '백색 중의 백색'이란 의미입니다. 흰 도화지가 되어 다양한 기획의 다채로운 색을 수용하며, 나아가 지속적으로 방향성을 넓히기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어요. 실제로 부숑은 벡스코에서 진행하는 ARTBUSAN 2022에 제휴업체로 선정되었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주방생활용품 디자인회사 알레시의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부숑을 배경으로 다양한 영역의 문화를 덧칠하고 싶죠.

인문학에서 얻는 영감
평소 관심 가지던 인문학 콘텐츠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와 문화 부분에 관심이 많아요.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유튜브 ‘일상의 인문학’채널 동영상을 챙겨 보죠. 이 채널은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인문학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사, 세계사, 문학 등의 지식을 일상에 접목시켜요. 책으로 만나는 인문학도 좋지만 영상으로 만나는 인문학도 소소한 행복입니다.

최근에 눈여겨본 작가가 있나요? 컬 기반 서비스를 준비하며 유승훈 작가님이 쓴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부산’과 ‘부산은 넓다’를 찾아봤어요. 유승훈 작가님은 낮에는 부산박물관에서 전시기획을 하는 학예연구사지만 밤에는 역사 속 민중의 풍속을 연구하는 향토문화연구가죠. 서울시에서 문화재 업무를 보다가 부산으로 내려와, 부산의 매력에 토박이보다 더 깊게 빠져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글을 꾸준히 쓰고 계십니다. 덕분에 우리가 사랑하는 도시의 서사성과 역사에 대해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었어요.

부산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데요,방금 이야기한 인문학 작품에 대해 더 듣고 싶어요. 의 구성이 꽤 신선해요. 과거 시점에서 현재로 오는 게 보통이지만 ‘부산의 탄생’은 현대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요. 그리고 서술의 범위가 정치와 문화, 경제까지 다양한데요. ‘대한민국의 최전선에서 거센 물살을 마중한 도시’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 부산이란 틀을 통해 한국사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해요. 그리고 부산의 맛과 멋, 문화, 여행지까지 모든 것을 고스란히 녹여냈어요. 저자는 부산을 ‘문화 용광로 같은 바다 도시’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이 책이야말로 모든 정보를 용광로처럼 녹여냈다고 생각해요.

음악에도 관심이 많다고 하셨는데 어떤 음악을 즐기시나요? 자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나에게 오롯이 몰입하기 위해 ‘드뷔시’의 음악을 들어요. 그중에서도 ‘베르거마스크 모음곡’중 제 3곡인 ‘달빛’이라는 곡을 가장 좋아하는데 은은한 달빛을 조용히 관망하는 듯 잔잔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신비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줘요.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버전도 꼭 한번 들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Erik Satie의 Gymnopedie No.1와 Tuck&Patti의 Blast Past Your Illusions도 추천합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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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7-21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