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인문학

꿈꾸던 공간을 가득 채운 나만의 인문학Ⅱ


꿈꾸던 공간을 가득 채운 나만의 인문학꿈꾸던 공간을 가득 채운 나만의 인문학
가게 인테리어가 참 인상적인데요.
소품이나 사물을 고르고 배치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부숑의 가구와 소품은 대부분 30년 이상의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들이에요. 관리가 아주 잘 된 상태여서 손님들이 빈티지인 걸 잘 모르시더라고요. 평소에 여행을 다니다가 가구 숍을 돌아보며 빈티지 가구의 매력에 깊이 매료됐어요. 실제로 전국 팔도를 직접 돌아다니며 어떤 건 빈티지 가구샵에서, 어떤 건 중고 시장을 통해 구매했죠.

유학 생활 중 경험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에 있었어요. 제가 살던 집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시인 ‘단테’의 박물관과 매우 가까웠고 자주 그곳을 들렀죠. 박물관 입구에서 단테의 흉상이 좁은 골목을 무심하게 내려다보는데 알고 보니 로댕이 만든 ‘생각하는 사람’의 모델이더라고요. 이 흉상을 보며, 단테가 평생을 짝사랑한 여인 베아트리체를 하염없이 기다렸던 깊은 슬픔이 느껴졌어요. 단테는 베아트리체가 죽고 나서 이런 말을 했거든요.

불후의 명작 ‘신곡’이 탄생한 시발점이 아닐까요. 죽은 베아트리체을 두고 한 단테의 약속처럼 ‘신곡’은 연인에 대한 완전한 사랑이 인간의 뛰어난 상상력과 만나 탄생한 최고의 창작물이죠. 피렌체를 여행한다면 단테의 집을 꼭 한번 방문해 보세요.

로컬 문화와 연계한 커뮤니티를 구상하신다고 들었어요.

바쁜 현실에 쉼표를 찍어 이상과 간극을 좁히는 게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드는 이유입니다. 매일 바쁘게(So busy)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나’를 마주하는 시간과 적절한 장소는 꼭 필요하니까요.
코로나19 이후 많은 게 바뀌었어요. 취향과 취미, 경험 중심이 되면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고 위로를 느끼죠. 이런 과정 속에서 떠오른 화두가 ‘로컬’로 지방, 지역보다 ‘동네’에 가까운 의미로 해석하는데요. 매일 지나다니던 길이지만, 유심히 살펴보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개성 넘치는 가게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동네 가게와 제휴해 멤버십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일상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누리도록 준비 중입니다.

음악 뿐만 아니라 미술에 대한 관심도 많으신거 같아요.

광안리 바닷길을 앞마당처럼 산책할 수 있는 곳에 소비지 갤러리를 만들 예정이에요.예술품을 여유롭게 음미하는 공간이죠. 하이퍼 로컬 갤러리로 ‘SlowArt'를 추구합니다. 급하지 않고 느긋한 것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유장미’라고 표현하는데요. 바쁜 삶 속에서 스치듯 예술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여유 있게 드나들고 감상하는 갤러리를 만드는 거죠.

부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있다면?

이 시대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 ‘필립스탁’을 떠올리는 자리입니다. 필립스탁은 프랑스 특유의 위트를 잘 살리죠. 외계인 모양에 다리가 세 개 달린 레몬 쥬서를 보신 적 있을 거에요. 오징어를 먹다 영감을 받아 만든 ‘쥬시 살리프’는 주방 용기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듣죠.
앞엔 Kartel사의 에로스체어도 있어요. 마찬가지로 필립스탁의 디자인인데 동글동글한 모양을 보고 누군가는 꽃잎이, 누군가는 달걀이 떠오른다고 하는 의자입니다. 불편해 보이지만 막상 앉으면 몸을 �하고 감싸는 게 정말 편해요.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요?

새로운 만남이 주는 자극과 영감이 큰거 같아요. 온라인에서 오랫동안 안부를 주고 받던 지인을 처음 오프라인에서 만났어요. 마치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것처럼 잘 맞아서 신기했죠. 이런 만남이 제 생각의 확장에도 도움이 됐어요. 부숑을 운영한지 1년이 지난 요즘, 어떤 마음가짐으로 출발선에 섰는지 많이 무뎌졌더라고요. 제가 가진 색도 많이 바뀐 듯하고요..
그래서 올해는 줏대를 가지고 원래 하고싶었던 것들에 더 집중하려고 해요. 그게 장사든,전시든 멋지고 아름다운 것을 위해 후회 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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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7-21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