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인문학

전국 각지에서 사진으로 담은 인문학 이야기 Ⅱ

전국 각지에서 사진으로 담은 인문학 이야기 전국 각지에서 사진으로 담은 인문학 이야기
작가님이 전국을 도는 원동력은?

여행작가를 흔히 '팔자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행지를 소개하기 위해 전국을 다니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해가 뜨기 전에 아침을 담아야 하고, 해가 저문 후에는 밤 풍경 사이를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하죠. 온종일 카메라 가방을 짊어지고 산을 타거나, 제 취향이 아닌 음식을 억지로 먹어야 할 때도, 원고를 마감하기 위해 종종 뜬눈으로 밤을 지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이른 아침, 힘겹게 오른 산 정상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을 때, 취재 중 머무는 숙소에서 새벽까지 원고를 쓰다가 문득 창밖을 내다봤는데 무수히 많은 별이 반짝이고 있을 때, 그런 '찰나의 순간'덕분에 99%가 힘들더라도 행복합니다.

평소에 인터뷰를 많이 진행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을 접한 것이 지금의 삶에 영향이 있을까요?

인터뷰는 정말 재미있어요. 인터뷰를 조사하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떻게 현재의 위치에 오게 되었는지 등을 찾아보는 일이 흥미롭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다양한 분야의 직업을 가져봤으니, 조금이라도 접점을 맞춰볼 수 있고요. 주제에 맞는 이야기 끝에는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며 많이 배웁니다. 그래서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은 ‘겸손’을 되새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죠.

인문학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관심 분야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평소 관심이 없었거나 잘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를 좋아해요. 예컨대 음악의 역사를 다룬 책이나, 과학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쓴 소설입니다. 예상치 못한 전개와 흥미로운 문제 해결 방식에 몰입하게 되거든요.

최근 들어 눈여겨보는 작가나,평소에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일까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단편소설집을 내고 활발히 활동하는 김초엽 작가님의 글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방금 이야기한 인문학 작품과 작가에 대해 더 듣고 싶어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단편적인 과학 지식이 소설이라는 장르에 적절히 결합할 때 어떠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지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소설입니다.마치 영화 <인터스텔라>를 소설로 읽는 느낌이라 정말 새로웠고 여러 의미로 여운이 많이 남았습니다.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나 문구가 있을까요?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단편에서 아래와 같은 대화가 나와요. 과학적인 개념을 철학적인 이야기에 장치로 사용한다는 점이 정말 신선했죠. 내용도 그래요. 단순히 SF소설처럼 보이지만, 작가가 고민하는 사회 문제 이야기가 담겨 있죠. 지금도 김초엽 작가님이 쓴 글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즐기는 인문학이 지금 하는 업무나 라이프스타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요?

생소한 분야를 접하는 것이 여러 업무에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까지 쌓은 지식이나 경험의 틀을 깨고 저와 다른 의견이나 사고방식, 지식을 받아들이게 해주거든요. 많은 경험이 전문적인 일을 할 때 도움이 되지만 자칫하면 스스로 틀에 갇히기 때문에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게 경계하는 겁니다.

소개한 장르 외에 좋아하는 다른 장르도 이야기해주세요.

기회가 될 때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전시를 봅니다. 사전 지식을 많이 쌓고 방문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의 의도를 사전에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해석하고 느끼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정말로 관심이 가는 작가의 전시라면 두 번씩 둘러보기도 합니다. 한 번은 제 마음대로 해석하며 감상하고, 두 번째에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설명을 듣죠.

따로 메모를 하거나 공부하는 게 있나요?

콘텐츠는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그렇기에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죠. 전공이었던 경제, 경영 분야의 책이나 미디어를 꾸준히 접하고, 다양한 분야의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듣죠. 한때는 기독교나 불교, 기타 여러 종교에 관한 공부를 한 적도 있어요. 몇 년 전, 스님들과 일본 야마가타 사찰 견학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큰 도움이 되었죠. 최근 트렌드인 메타버스, NFT에 관해서도 공부하고 사람들과 토론합니다. 인문학도, 과학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이에요.

작가님은 앞으로 어떠한 인생을 꿈꾸시나요?최종 목표 혹은 다다르고 싶은 지점이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재미있는 일'을 좇겠다고 생각했어요. 여행과 글, 그리고 사진이나 영상을 남기는 것도,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즐거워서 꾸준히 하는 거예요. 최종 목표는 지금의 일을 통해 마지막까지 제 삶을 즐기는 것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개인적으로 2023년은 일을 시작한 지 10주년 되는 해입니다. 여태껏 취재 다니며 경험하지 못한 게 아직 많은데요. 초심을 찾고 싶은 이유도 있고, 아직 여행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해 도전해보고 싶어요.
출간도 계획 중입니다. 지금까지 여행하며 경험한 이야기, 삶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 에세이를 낼 생각이에요. 판매가 목적이 아닌, 한 번쯤 제 삶을 정리하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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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12-22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