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인문학

전국 각지에서 사진으로 담은 인문학 이야기 Ⅰ

전국 각지에서 사진으로 담은 인문학 이야기 전국 각지에서 사진으로 담은 인문학 이야기

여행작가지만 글과 사진을 바탕으로 N잡러에 가까운 삶을 영위하는 김정흠.
벌써 10년 넘게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지역에 숨은 인문학 이야기를 보고, 듣고, 사진에 담고 있다.
그가 소개하는 ‘지역에서 꼭 경험해야 할 체험’은 과연 무엇일까?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여행작가 김정흠입니다’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글 쓰고, 사진 찍고, 사람 만나러 다니는 일을 주로 하는 프리랜서입니다.

주로 어떤 업무를 하시는지 소개해 주신다면?

흔히 말하는 N잡러에 가깝지만, 가장 큰 틀에서 글과 사진으로 먹고 살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여행 분야의 콘텐츠를 만드는 건데요. 여행 분야의 잡지, 사보에 여행 정보나 에세이 등을 기고하고, 한국관광공사와 같은 공공기관, 지자체 등 여행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곳과 함께 일합니다. 여행지 기획, 여행 콘텐츠 개발 등 여행 관련 프로젝트에 자문으로도 참여하죠.

여행지 사진을 찍는 경우도 많아서 호텔, 리조트는 물론이고, 식당과 카페 사진도 촬영합니다. 여행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 등 전문가의 시선이 아닌, 최대한 여행자의 시각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저만의 특징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주로 일을 의뢰하죠. 최근에는 인터뷰어로 활동하며 사회 곳곳에서 자신만의 삶을 이끌어 나가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지금의 일을 택한 계기가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언젠가 글 쓰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친구들에게는 30대 후반쯤 되면 세계여행을 하며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죠. 20대 초반에 첫 여행으로 베트남에 다녀온 이후에는 여행의 매력 뿐만 아니라 여행의 기록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졌어요. 그래서 미니홈피, 블로그와 같은 공간에 여행기를 담았습니다.

그러다 제 글과 사진으로 돈을 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한 클라이언트가 여행 콘텐츠 제작 계약을 제안했기 때문인데요.
졸업 직전, 취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찾아온 기회는 너무도 달콤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이 일에 뛰어들었어요. 덕업일치. 취미가 직업이 된 케이스죠.

취재지에서 경험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항공사 취재 지원을 통해 정해진 일정 하나 없이 LA에 간 적이 있어요. 모든 것을 직접 기획해 다녀오는 취재였습니다. 친구 하나를 섭외했고 출발일 직전까지 어떻게 취재할까 고심했습니다. 솔직히 LA는 많이 소개된 여행지니까요. 주어진 기간은 일주일. 남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여행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애리조나 모뉴먼트밸리에 가보는 것이었어요.

LA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빌린 뒤, 곧장 모뉴먼트밸리로 향했습니다. 한밤중의 화려한 라스베이거스를 드라이브하듯 지나고, 해가 뜨는 유타 주의 사막을 만났어요. 모뉴먼트밸리 외에는 아무런 목적지도, 목표도 없었지만 모든 순간이 행복했습니다.

사진의 순기능은 무엇일까요?

촬영한 사진을 거의 지우지 않았어요. 외장하드만 스무 개 남짓입니다. 우연히 사진을 열어보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마다 시간 여행을 떠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잘 찍었느냐 이상으로 중요한 게 사진마다 순간의 이야기와 감정이 고스란히 떠오른다는 점이에요. 당시의 온도나 날씨, 함께 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어떤 냄새가 났는지, 그때의 기분이 어땠는지도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단순히 기록의 힘이라고 하기에는 더 깊은 무언가 담겨 있어서 사진을 자주 찍으려고 노력합니다. 사진을 찍는 각도나 색감보다 어떤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지를 더 고민하고 셔터를 눌러요. 가령, 즐거운 일이 있을 때는 무작정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어머니 생신 때 친척들까지 모여 여행한 적이 있는데요. 숙소에서 다 같이 노래 부르며 추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긴 적이 있어요. 지금도 그 사진만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지역에서 발견한 인문학적인 요소를 소개해주신다면?

여행지에서 저는 말이 아주 많습니다. 설악산에 가면 울산바위에 관한 설화를, 휴전선 인근에서는 분단 이전의 삶을 이야기하는 식이죠.

딱 하나 꼽자면 제주도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흔히 아름다운 섬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이야기보따리 그 자체입니다.
제주도라는 섬이 어떻게 탄생했고,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는지, 수많은 돌은 어떻게 섬 전역에 깔리게 된 것인지 등 거의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가 과학적인 게 아닌 설화로 전해지죠. 지역의 독특한 자연환경이 만든 것이기도 하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를 만들고 입에서 입으로 전한 제주도 사람들의 모습이 더욱 흥미롭습니다.

그러니 제주도의 제주돌문화공원을 꼭 가보세요. 벚꽃 핫플레이스로 생각하는 삼성혈, 그리고 수국 핫플레이스라고 생각하는 혼인지에서는 제주도 사람들의 기원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세 군데와 더불어 국립제주박물관까지 둘러본다면 제주도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지역에서 꼭 경험할 콘텐츠를 추천해주신다면?

여행지의 지역 주민이 되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동네 한 바퀴를 거닐어보는 거예요.
지역에서 생산하는 맥주가 있다면 한 캔 구매해 마시는 것도 좋습니다. 지역에 조금씩 적응하고 있음을 느낄 때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니까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박물관을 찾아가는 여정이 여행지를 더욱더 깊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물관에는 역사 유물이 대부분이지만, 지역 문화와 이야기가 담긴 전시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고 싶지 않은 불편한 내용일 수 있지만 그래도 꼭 한 번 방문해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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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12-22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