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인문학

삶의 지향을 바꾼 고전 연극의 매력 Ⅱ


삶의 지향을 바꾼 고전 연극의 매력삶의 지향을 바꾼 고전 연극의 매력
작품 중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이나 문구가 궁금해요.

로베르 르빠주의 <달의 저편>에 등장한 한 ‘단어’가 떠올라요. 우주비행사를 뜻하는 ‘코스모넛’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요. 사실 우리는 우주비행사를 흔히 ‘아스트로넛’이라 칭합니다. 러시아 단어(코스모넛)가 아닌 현재 세계 패권의 중심인 미국의 단어(아스트로넛)를 쓰는 것이죠. 하지만 미국 이전에는 러시아가 우주 과학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래서 단어 하나 차이지만 러시아와 미국의 과거와 현재 입장을 명확하게 나눠주고,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집약한 핵심 키워드인 거죠. 그래서 왜 로베르 르빠주가 ‘아스트로’가 아니라 굳이 ‘코스모’라는 단어를 사용했는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품을 추가로 소개해 주세요.

작년에 초연한 광명문화재단의 <잠자리 연대기>를 추천합니다. 4개 국가의 프로듀서가 모여 노인의 성에 관해 풀어낸 관객참여극인데요. ‘노인도 섹스를 할 수 있다’ 정도가 아니라, 삶 자체에 대한 가치관이 뒤바뀔 정도로 메시지의 파급력이 큰 작품이었습니다. 독특한 무대 세트와 연출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이밖에 관심 가지는 인문학 콘텐츠나 분야가 있을까요.

무기력했던 시기에 미셸 우엘벡의 <투쟁 영역의 확장>이라는 소설을 접하게 됐어요. 현대인의 우울을 냉소적이지만 담담하게 풀어낸 책으로 오히려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였죠. 우울한 현대 사회를 짚는 작가 고유의 시선이 맘에 들어 앞으로 어떠한 관점으로 작품을 만들지 가닥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영상 디렉팅을 하신다고 들었어요.

주로 패션 분야를 다루거나 셀럽을 인터뷰하는 영상을 제작합니다. 직접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련의 과정을 디렉팅하며, 영상 분야에서 다양한 장르의 작업물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죠.

영상과 극 무대는 비슷한 듯 다른 점이 많은 듯해요.

주로 작업하는 영상이 무대와 완전히 다릅니다. 서사가 중심인 영상도 있겠지만, 현재 작업물(패션 영상이나 인터뷰)은 그렇지 않아서 비슷한 점보다 차이점을 훨씬 더 많이 느끼죠. 그래도 영상 필드에 있는 사람들에게 미감이라거나 기획력 등 미처 몰랐던 것을 많이 배웁니다. 특히 공연제작자와 다른 인사이트로 섬세하고 예민하게 구성 요소를 핸들링하는 부분에서 본받을 게 많죠.

방향을 튼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실적인 이유가 컸어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무대를 올릴 기회가 대부분 사라졌거든요. 특히나 저희 극단은 관객참여극을 전문으로 하는 곳을 목표로 했는데, 코로나19로 급작스럽게 온라인 중계로 방향을 튼 적이 있죠. 그때 표현하기 힘든 무력감과 좌절을 느꼈고, 팬데믹이 잠잠해지기 전까지는 조금 더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단원들과 이야기했습니다.

콘텐츠는 레퍼런스가 참 중요한데요.
주로 어디에서 영감의 원천 혹은 참고 자료를 찾을까요?

소재는 사람에게서 찾는 편이에요. 하지만 그것을 실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원론적인 부분을 꼭 들여보고자 해서 지그문트 바우만이나 에리히 프롬 등 동시대 철학자들이 쓴 책을 참고하며 본질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죠. 뿌리를 깊게 내리는 과정이랄까요. 그 밖에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보면서 서사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구조를 눈여겨보고요.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요?

주변에서 영상 혹은 다른 플랫폼으로 극을 보여줘도 괜찮지 않겠냐는 의견을 많이 주셨는데요. 이를 수렴해 완성본을 어떠한 매체나 형태로 보여줄지 아직 모르겠지만, 낭독 쇼케이스는 꼭 한번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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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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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