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인문학

인문학 속에서 꿈을 실현시킬 단서를 찾다Ⅰ

3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포토그래퍼 이원재가 식집사를 위한 공간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식물 마니아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아시안하이웨이’의 출발은 그저 내 취향을 타인에게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어느덧 다양한 팝업스토어와 협업해 이색적인 화분을 만들며 자리매김 중인 이원재 대표를 만나 MZ세대가 오래된 사진집이나 빈티지 작품 속에서 찾은 영감의 원천에 대해 들어봤다.

플랜트숍 아시안 하이웨이


플랜트숍 아시안 하이웨이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올 때 식물을 몇 가지 들였어요. 하나, 둘 모으고 키우다 보니 재밌더라고요. 자연스럽게 관련 서적이나 사진도 수집하고, 여행을 가면 그곳의 식물을 들여오기도 하고요. 어느 날 집을 둘러보니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식물과 한집에 살고 있더라고요. 자연스레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 담긴 플랜트숍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지금의 아시안 하이웨이를 만들었어요.

최근 플랜테리어가 MZ사이에서 유행하는 듯해요. 이러한 트렌드가 ‘아시안 하이웨이’를 만드는데 영향을 미쳤을까요? 무래도 코로나 영향을 많이 받았죠. 밖으로, 자연으로 마음껏 돌아다니지 못하니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난 거 같아요.트렌드를 미리 읽었다기 보다는 식물을 좋아하던 차에 마침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해요.

오프라인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여력이 필요하잖아요.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의 힌트를 어디에서 얻었나요? 기도 좋았지만, 인문학의 영향도 컸죠. 결국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문화는 주기를 반복하며 대중들에게 소구되거든요. 식물도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알게 모르게 유행은 존재하죠. 그래서 인문학을 통해 대중의 소비 패턴과 니즈를 읽고, 유행의 역사를 되짚으며 지금이야말로 가게를 오픈하기에 적기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코로나 영향에 더해, 나만의 커스텀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성향에 '아시안 하이웨이'의 유니크한 화분과 식물이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컸고요.

평범한 일상에서 얻는 영감


최근에 눈여겨보는 작가나, 평소에 좋아하는 작가가 있을까요? 프강 틸먼스의 사진을 좋아해요. 포트레이트(초상화)도 좋지만 비일상적인 모습을 일상적인 공간에 녹여내는 사진들이 있어 많은 영감을 받죠.

추천해주시고 싶은 사진집이 있나요? 내에 미발매된 사진집이 몇 권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여행지에서 우연히 사왔어요. 그래서 더 기억에 오래 남아요. 그리고 볼프강 틸먼스를 포함한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현대예술로서의 사진>도 종종 들여다보죠. 사진의 세계가 어떻게 구축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섰는지 생생하게 들려주거든요.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이나 문구가 있을까요. 진이라고 하면 으레 중요한 것을 담는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모서리나 구석, 버려진 공간, 쓰레기나 썩은 물건, 눈, 빛처럼 일시적이거나 때로는 의미 없는 형태 그리고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마저 중요한 주제로 다루는 게 사진의 힘이라는 부분에서 감명받았어요. 식물도 그렇잖아요.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범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내 삶의 공간 한 귀퉁이에서 존재 이상의 생명력을 묵묵히, 하지만 마음껏 뿜어내는 귀중한 존재이죠.

오래된 사진집이나 빈티지 제품에서 어떠한 영감을 얻으세요? 티지 제품은 억지로 내러티브를 부여하지 않아도 이미 그 자체로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서 흥미로워요. 아시안 하이웨이의 화분들 중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70년대에 생산된 컵들이 있는데 그때의 무드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특정 상표나 브랜드의 데드 스탁 제품들은 현재의 이미지와 비교하는 재미도 있고요.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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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6-23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