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인문학

작업의 영감을 찾는 첫 번째 통로, 인문학Ⅱ


Ep.02 작업의 영감을 찾는 첫 번째 통로, 인문학Ep.02 작업의 영감을 찾는 첫 번째 통로, 인문학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왜 인문학이 중요할까요?

일러스트레이터는 끊임없는 생각을 통해 창의력, 상상력을 길러야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생각의 기반을 스스로 넓히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년 동안 쌓인 인문학이 필요하죠.
미술 기법이나 기술은 일시적일 수 있어요. 하지만 고전 작품이나 도서를 통해 세상을 흡수하는 사고의 폭이 한번 넓어지면 더욱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소화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죠.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답습한다면 예술가로서의 생명은 거의 다했다고 보거든요.

가장 좋아하는 미술 작가는 누구인가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좋아해요. 처음 보면 선명한 색감이 돋보이지만 거기에 숨은 쓸쓸하고 거친 내면이 금방 도드라지죠. 분명 작품 전반에 골고루 빛이 맺히는데, 풍경은 황량하게 보이도록 연출한 건데요. 이런 느낌은 현대인의 삶을 다루는 근현대 작품에서 잘 드러나요. 미술 작품이라면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 살피고 들여다볼수록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제 가치관과 딱 맞아 떨어지죠.

영상 디렉팅, 공연 연출, 포토그래퍼와 작업실을 함께 쓴다고 들었어요.
지인과 함께 스튜디오를 꾸린 이유가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돈을 아끼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공연 연출, 사진, 영상 등 각각 다른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르게 프레임을 짜더라고요. 해석하는 게 달라서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죠. 생각 못한 피드백을 받으니, 미처 몰랐던 부분까지 고려하면서 작업할 수 있었고요.

동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고 작업에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공연을 연출했던 친구는 움직임에 민감하다 보니 인물의 자세나 움직임을 잡는데 굉장히 많은 도움을 줬어요. 홀로 일하면 하나의 장르에 매몰되기 쉬운데, 같은 공간에서 그때그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다른 분야지만 협업할 수 있는 계기도 자연스럽게 생겼고요.

대표작품들을 몇 가지 소개해 주신다면요.
손그림이나 스케치 등 결과물과 다른 형태의 작업도 병행하시는 것 같아요. 어떤 도움이 될까요?

디지털 시대에는 보통 아이패드로 작업하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결국 그림을 잘 그리려면 손의 감각이 아주 중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 결과물로 구현되었을 때의 직관적인 질감을 파악하기 위해서 틈날 때마다 손으로 그림 그리는 연습을 반복하죠.

작업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일까요?

고민할 것도 없이 작업실 대부분을 차지하는 넓은 테이블이죠. 사실 모니터 앞보다 테이블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요. 밥도 먹고 손님도 맞이하고 작업도 병행하고. 직사각형의 테이블 위에 삶의 전반이 응축된 느낌이어서 특히 좋아요.

다음으로는 창가입니다. 한강이 1cm 정도 보이기도 하고(웃음) 앙증맞은 식물을 살피거나 트인 공간을 들여다보며 기분을 전환하거든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이다 보니 빛의 변화에 민감해서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충분히 관찰해야 하고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주신다면?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개인전시회를 꼭 해보고 싶어요. 아직까지 갈피가 잡히지 않지만 그래도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오늘도 하루키의 말마따나 꾸준히 내달릴 수 있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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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5-27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