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연대기

일제시대 무차별 살인범, 이판능

안녕하세요, 변호사 손수호입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위해를 가하는 묻지마 범죄를 일본에서는 ‘토오리마(通り魔) 사건’이라고 부르는데요.
토오리마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분석하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고립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2013년 일본 법무성의 연구결과를 보면,
토오리마 살인 범죄자는 무직이 80%로 대부분 경제적 궁핍을 겪고 있었고요.
배우자나 친밀한 친구가 없다는 사람이 90% 이상으로,
심리적으로 고립되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어요.

그런데 일제시대 도쿄에서도, 이러한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한 조선인이 있었는데요.
그가 바로 오늘의 빌런, 이판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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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 3장으로 일어난 살인사건 1921년 일본 도쿄에서 26세의 조선인 남성이 전차 운전수로 근무하고 있었는데요. 그의 이름은 이판능, 이미 결혼해서 자녀도 있는 가장이었습니다. 그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조선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수 많은 조선인 노동자 중 한사람이었는데요. 그래도 운 좋게 시 전기국 소속의 전차 운전수가 될 수 있었죠. 하지만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에는 그 수입이 변변치 않았고요. 그래서 일본인 하숙집에 머물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죠.

렇게 평범한 조선인 노동자가 왜 묻지마 살인범으로 돌변한 걸까요? 그 계기는 놀랍게도 3장의 수건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수건은 지금과는 달리 귀한 물건이었는데요. 방에 두었던 수건이 3장이나 사라지자, 이판능이 같은 하숙집에 살았던 한 일본인을 의심했고 그로 인해 다툼이 벌어졌던 것이죠. 결국, 이판능은 경찰서에 가서 수건 도난사건을 신고했는데요. 오히려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만 당하고,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여기서 더 커지는데요. 일본인과 다투고 경찰서까지 다녀온 일로 인해, 이번에는 하숙집 여주인과 말싸움이 벌어진 것이죠. 다툼 끝에 이판능은 집주인 부부한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게 되는데요. 다시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지만, 이번에도 오히려 모욕을 당하고 쫓겨나게 됩니다.

오히려 동정을 받은 이판능?

한 수건을 3장이나 잃어버린 데다가, 집주인한테 두들겨 맞고, 경찰서에서 무시 당한 이판능의 기분이 어땠을까요?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도저히 화를 참지 못했던 이판능은 끔찍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부엌칼을 들고 주인집 침실에 침입해 일가족을 모두 살해한 것이죠. 그런데 집주인 가족을 살해하고도 그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어요.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집 밖으로 나가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닥치는 대로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죠.

한밤의 참극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사가 이판능을 검거하면서 비로소 끝이 났는데요. 조사 결과, 집주인 가족을 포함해 무려 17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대부분은 일본인이었지만 조선인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 끔찍한 사건은 당연히 일본 내에서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펼쳐집니다.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사연이 알려지자, 오히려 이판능을 동정하는 여론이 형성되었습니다. 무슨 이유였을까요?

영상으로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손수호
글 / 손수호

변호사

이력
- 법무법인 지혁 대표 변호사
- 지산 기업법 연구소 소장
- 도서 <사람이 싫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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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4-01-04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