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동물사

일본이 사랑한 중국의 외교관, 샹샹

2023년 2월 21일,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 활주로 옆으로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는데, 이 무리의 모습이 독특했습니다. 한쪽 손에 판다 인형을 들고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고, 판다 모양 모자를 쓰거나 귀마개를 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비행기가 이륙하자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며 아쉬워 했는데요.

과연 이들은 누구를 배웅하러 공항까지 갔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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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동물원의 슈퍼스타 샹샹

2017년 6월, 우에노 동물원은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바로 2011년 중국에서 온 수컷 판다 리리와 암컷 판다 싱싱 사이에서 새끼 판다가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태어난 이 새끼 판다의 이름은 '샹샹'입니다. 샹샹이 생후 6개월 때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너무 많은 관람객이 모여들어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통과해야 샹샹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샹샹의 사진으로 가득한 잡지가 품절되고, 인형을 비롯해 모자, 머리띠 등 샹샹을 모델로 한 캐릭터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게다가 샹샹을 보러 온 방문객으로 인해, 우에노 동물원 주변 상가나 백화점의 매출이 상승하는 효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사이대학의 미야모토 교수는 샹샹이 태어난 후 발생한 경제효과를 계산해 본 결과 무려 600~650억 엔(약 5792억~627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로 인해 "샹샹"과 "이코노미"란 단어가 합쳐져 "샹샹코노미"라는 신조어도 탄생했습니다.

일본인들이 샹샹에 열광한 이유

본인들이 이토록 샹샹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 중국은 수교를 맺은 국가에 우호의 표시로 희귀 동물인 판다를 선물로 증정했습니다. 1972년 일본과 중국 사이에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지면서, 판다 한 쌍을 우에노 동물원으로 보냈습니다. 이로 인해 이 한 쌍의 판다는 일본과 중국 수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리고 1986년 판다의 번식에 성공하면서, 일본 땅에서 처음으로 판다가 태어났습니다. 당시 이름 공모에만 27만 건이 몰릴 정도로 인기 있었는데, 이를 통해 결정된 새끼 판다의 이름은 '퉁퉁'이었습니다.

샹샹과의 이별

본인들은 샹샹을 너무도 사랑했지만, 곧 샹샹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1980년대 이후 판다의 멸종위기 우려가 제기되자, 중국은 전처럼 판다를 증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판다 한 쌍 당 연간 100만 달러 내외의 금액을 번식연구기금 명목으로 받고 대여하는 방식으로 바꾸었죠. 판다의 소유권이 중국에 있기 때문에 대여한 판다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가 2살이 되면 중국으로 반환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로 인해 샹샹은 태어난 지 2년이 지난 2019년 6월에 일본을 떠나 중국으로 떠날 운명에 처하게 되는데요…

샹샹의 이야기, 영상으로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오석헌
글 / 오석헌

수의사

이력
- 오석헌 동물병원 원장
- 코엑스 아쿠아리움 촉탁 수의사
- 전 에버랜드 동물원 선임 수의사
- <우리 곁의 동물은 행복할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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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9-27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