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동물사

파리지앵을 매혹시킨 슈퍼스타, 자라파

1827년 프랑스 리옹, 진기한 풍경을 구경하기 위해 무려 3만 명의 관중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당시 리옹 인구가 약 9만 명이었기 때문에, 무려 리옹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었는데요. 잠시 후 회백색 바탕에 밤색 점무늬가 몸을 덮고 있고, 목이 길게 늘어진 이 동물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탄성을 내지르기 시작합니다.

낯선 동물인 기린이 3명의 관리인들과 함께 걷고 있었고, 그 뒤로 이집트 암소와 영양, 코르시카 양이 따르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리옹에 등장한 이 기묘한 일행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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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르고 신기한 아프리카 동물 스만 제국의 이집트 총독이었던 무함마드 알리는 이집트를 빠르게 근대화하고 싶어 유럽과의 관계를 다지고 있었습니다. 그리스 독립전쟁이 벌어지자 프랑스가 오스만을 도와주길 원했던 이집트 총독은 프랑스 총영사인 베르나르디노 드로베티에게 조언을 요청합니다. 드로베티는 이집트 총독에게 프랑스 왕실에 색다르고 신기한 아프리카의 동물을 선물해 줄 것을 추천했습니다. 이집트 총독은 고민 끝에 당시 유럽인들에게는 미지의 동물이었던 기린을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고대 로마 제국 시절에 기린을 데려왔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 이후로 유럽 사람들은 실제로 기린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새끼 기린, 자라파 1826년 10월 31일 자라파는 마침내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항구 도시 마르세이유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열대 지방에서 온 새끼 기린에게 곧 다가올 프랑스의 겨울 날씨는 혹독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따듯한 마르세이유에서 겨울을 지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새끼 기린을 '자라파'라고 불렀는데, 아랍어로 '기린'이라는 뜻입니다. 너무 어릴 때 사냥꾼에게 잡혀와 자신이 기린이라는 사실을 잊은 자라파는 주변에 있던 말을 자신의 동족으로 생각하고 말의 흉내를 냈다고 합니다. 산책할 때 망아지처럼 신나서 펄쩍 뛰거나 달리고,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다정하게 구는 자라파는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기린 대유행 르파 일행은 시간당 3km씩 파리로 이동을 했는데 이를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특히 리옹에서는 무려 3만 명이 몰려들었고,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군인들까지 동원되었습니다. 프랑스 전역에 화제를 일으킨 자라파는 41일 동안 쉬지 않고 걸은 끝에 드디어 파리에 도착했습니다. 매일 지속적으로 걸은 덕분에 자라파의 근육은 단단하고 털은 윤기가 흐르는 완벽한 건강 상태였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온 이 진귀한 동물을 맞이한 파리 시민들은 환호하며 반겼습니다. 샤를 10세도 자르파에게 큰 관심을 보이며 책임자인 박물학자 생틸레르에게 무려 1시간 동안이나 기린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라파가 파리에 온 후로 프랑스에서 "기린 대유행"이 시작했습니다. 자라파의 모습이 접시, 천, 도자기는 물론 장신구, 벽지, 비누, 가구에도 등장했습니다. 특히 파리 여성들에게 기린 패션이 유행했는데, 기린의 동그란 뿔처럼 머리를 추어올리고, 기린의 얼룩을 흉내 낸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기린의 볼록 튀어나온 관절을 흉내 내어 소매를 부풀렸습니다. 남자들 역시 기린 얼룩의 모자와 목 장식을 걸치면서 기린 패션에 동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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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헌
글 / 오석헌

수의사

이력
- 오석헌 동물병원 원장
- 코엑스 아쿠아리움 촉탁 수의사
- 전 에버랜드 동물원 선임 수의사
- <우리 곁의 동물은 행복할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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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8-28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