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철학관

마키아벨리와 『내부자들』

기자들이 잔뜩 모인 기자 회견장에서 한 조직폭력배 두목이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비자금을 폭로하고 있는 조폭 안상구입니다.
그는 여당의 대선후보가 비자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그 자료를 들고 있는데요.
그리고 자신의 보복당한 손, 잘려나간 자신의 손을 보여주기도 하죠.

그리고 그걸 바라보고 있는 한 인물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는 바로 유력한 신문사의 논설주간인 이강희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작품은 바로 내부자들입니다.
 
  • 이동통신망을 이용하여 영상을 보시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재생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동영상 재생이 안 될 경우FAQ > 멀티미디어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현실보다 현실 같은 영화 민호 감독의 작품 내부자들은 현실보다도 현실을 더 잘 반영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무서운, 그런 영화입니다. 조폭 안상구는 이강희라고 하는 인물의 수하였어요. 그래서 그가 시키는 대로 일을 잘 처리하고 있었는데 중간에 팽을 당하게 됩니다. 그에 대한 보복의 의미로 비자금 자료를 빼돌리게 되는데요. 그리고 빼돌린 비자금 자료를 바탕으로 이강희와 이강희를 중심으로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이들에게 한 방을 먹이려고 하죠. 여기서 가장 중요한 내부자들 3인방에 대해서 설명해 드려야 합니다.

부자 3인방 중 첫 번째 인물. 바로 유력한 대선주자, 여당의 대권 후보라고 할 수 있는 장필우입니다. 그리고 그의 뒤를 받쳐주는 인물이 나오는데요. 그게 아까 말씀드린 유력 신문의 논설주간인 이강희라는 인물입니다. 이 이강희라는 인물은 왜 신문사가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신문사와 같은 언론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갖고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마치 지배하는 것 같은 미래그룹의 오 회장이 있습니다. 대권 후보는 전면에 나선 사람이고, 그 뒤에서 그를 지원해 주는 것은 언론사의 논설주간, 그리고 그 모두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재벌이라는 구도가 완성됩니다. 3명의 내부자가 너무나도 강력한 느낌을 주는 거죠.

니콜로 마키아벨리 름 끼치는 장면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강희의 대사입니다. ”대선을 앞둔 지금의 상황에서 조폭 안상구가 폭로를 하는 것은 알 수 없는 조직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얘기합니다. 여기서 이 이강희는 알 수 없는 조직이라고 하는 단체를 갑작스럽게 등장시켜서 기자들과 언론의 관심을 분산시키죠. 정말 대단한 기술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리고 여기서 이강희가 ‘볼 수 있다‘ 가 아닌 ‘매우 보여진다‘로 세 마디를 변경하자고 말합니다.

여기서, ‘매우 보여진다’는 이중 피동으로 비문인데요. 피동문을 만들 때 ‘보다’가 ‘보이다’가 되면 피동이 되는데, 여기서 또 -어지다를 붙인 겁니다. 신문사의 논설위원인 이강희가 이런 실수를 한다? 이건 일부러 그런 거죠. 즉, 자신의 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면 설령 이게 문법을 어긴 비문이라고 할지라도 사용할 수 있다. 이강희는 그런 인물입니다. 이 이야기를 할 때 제가 떠올리는 철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니콜로 마키아벨리입니다.

영상으로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라이너
글 / 라이너

- 영화 평론가
- 영화 칼럼니스트
- <철학 시사회> 저자

  •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입니다.
  • 본 콘텐츠는 사전 동의 없이 상업적 무단복제와 수정, 캡처 후 배포 도용을 절대 금합니다.
작성일
2023-08-28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