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연대기

피의 백작 부인, 에르제베트

피의 백작부인

여러분 뱀파이어, 즉 흡혈귀 하면 누가 생각나시나요?

마도 대부분 드라큘라 백작을 떠올리실 텐데요. 영국의 소설가 브램 스토커가 1897년 발표한 소설 <드라큘라>가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드라큘라를 소재로 500편 이상의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드라큘라 백작의 모델로 루마니아의 블라드 3세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블라드 3세는 잔인한 형벌을 지시한 전쟁 영웅이었을 뿐 뱀파이어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죠. 오히려 수많은 소녀들을 죽인 다음, 그 피로 목욕을 즐기는 악행으로 인해 뱀파이어의 원형으로 불리는 역사 속 빌런이 있는데요.

바로 피의 백작부인, 바토리 에르제베트입니다.
오늘의 빌런, 바토리 에르제베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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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악한 본성 르제베트는 1560년 헝가리 명문 귀족인 바토리 가문에서 태어났는데요. 경제적으로는 풍족했지만 가정 환경은 그리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붙잡힌 도둑을 말 뱃속에 넣고 꿰맨 뒤 그 안에서 죽어가게 만들 정도로 잔혹한 성격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당시 귀족들 사이에서 벌어진 근친혼의 영향으로 정서불안, 간질 등의 정신적 장애도 갖고 있었죠. 그녀는 15살에 나더슈디 페렌츠 백작과 결혼하여 5명의 아이를 출산했는데요. 전쟁광이었던 남편이 22살에 전사하고 성의 주인이 되자, 자신의 악한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시작은 하인들에게 잔인한 벌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입술과 손톱 사이를 바늘로 찌르거나 추운 겨울에 옷을 벗겨 내쫓고 물을 끼얹기도 했죠.

사실은 억울한 누명? 지만 우리에게 알려진 에르제베트의 극악한 범죄가 사실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우선 범죄 증거로 채택된 증언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증인들은 직접 범죄 현장을 보지 못했고, 범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하인들은 고문에 의해 자백한 후 곧바로 사형에 처해졌다는 것이죠. 게다가 피해자 규모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범죄가 벌어진 차흐티제 마을은 오늘날 인구가 4천여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인데요. 650명이라는 피해자의 수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죠.

만약 에르제베트가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라면 과연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설이 있는데요. 헝가리 국왕이 에르제베트에게 빚을 지고 있었는데 이를 탕감 받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칼뱅교였던 바토리 가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루터교 사제가 신고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 안에서 수많은 시체들과 죽어가는 소녀들이 발견된 사실은 기록으로 남겨져 있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억울한 누명이라는 주장 또한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잔혹한 여성 연쇄 살인마로 손꼽히는 에르제베트, 그녀의 사건을 오늘날 국내법으로 살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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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호
글 / 손수호

변호사

이력
- 법무법인 지혁 대표 변호사
- 지산 기업법 연구소 소장
- 도서 <사람이 싫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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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8-28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