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어때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 시간과 기억의 건축

혹시 세계박람회 건축을 아세요?

“축제가 끝나도 사라지지 않을 수 있을까?”

계박람회는 인류의 문명과 문화를 자랑하고 교류하는 국제적인 축제입니다! 특히 최근에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개최 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일까요? 주변에서도 세계박람회 준비 과정에서 생겨나는 건축과 공간에 관심가지는 분들이 더 늘어난 듯합니다.

계박람회(World’s Fair/EXPO)에서는 다양한 국가가 자신들의 정체성과 미래를 표현하는 전시관을 세우는데, 이러한 전시관들은 세계박람회의 상징이자 명소가 됩니다. 하지만 세계박람회가 끝나면, 전시관들은 어떻게 될까요? 대부분 철거되거나 방치됩니다. 세계박람회는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행사이기에, 그에 맞춰 건축된 전시관들도 일시적인 존재이기 마련이죠. 세계박람회 건축물은 역시 소모적인 것일까요? 아니면,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보존하고 재생할 방법이 있을까요?

계박람회 건축물 중에는 드물지만 사람들의 추억과 사랑 때문에 철거되지 않고, 보존되거나 재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도시와 사회의 역사 그리고 기억을 간직한 공간으로 이미 자리 잡았기 때문이죠. 지금부터 시민의 기억을 머금은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1964년 뉴욕세계박람회 당시의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 ⓒ AP PHOTO

기억이 머물러 있는 공간,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

“사랑받는 공간이 태어나고, 늙어가다.”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은 1964년과 1965년에 열린 뉴욕세계박람회의 전시관으로서 세계적인 건축가 필립 존슨과 리차드 포스터가 설계했습니다. 이 파빌리온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번째는 16개의 원기둥으로 이루어진 '텐트 오브 투모로우(Tent of Tomorrow)'로 당시 가장 큰 규모의 천막 지붕 기록을 세우기도 했죠. 두 번째는 226미터 높이 전망대인 '옵저베이션 타워(Observation Tower)'로, 박람회 전체와 뉴욕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세번째는 '시어터라마(Theaterama)'로, 앤디 워홀, 로버트 인디아나,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전설적인 팝아트 작가들의 작품들과 함께 360도 영화를 상영했죠.

박람회 당시 ‘옵저베이션 타워’ 전망대
ⓒ Ben Cohen, New York Cithy Parks Photo Archive
박람회장 내 공중전화에서 통화 중인 앤디 워홀 @Billy Name, Reel Art Press

욕스테이트 파빌리온은 당시 뉴욕세계박람회 건축물 중에서도 독특하고 화려한 디자인으로 많은 관심과 찬사를 받았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의 유명한 건축 평론가였던, 퓰리처상 수상자 ‘루이스 헉스타블’은 이 건축물을 "엄청난 성공, 정교한 경박함, 진지하고 아름답게 지어진, 고급스러운 축제이다"라고 칭찬할 정도였습니다.

1964년 방문객들로 붐비는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의 ‘텐트 오브 투모로우’내부
뉴욕세계박람회 기념 엽서

지만 세계박람회 종료 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다가 끝내 방치되어 버려지다시피 했습니다. 60년대에는 콘서트장으로, 70년대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80년대부터는 유지보수가 미흡해 안전상의 문제로 폐쇄됐고, 낙서와 쓰레기로 가득 찬 상태로 장시간 방치됐죠.

건축물은 많은 이에게 추억과 애정의 공간이었지만, 동시에 쇠퇴와 파괴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에서도 여전히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은 뉴욕의 문화적 아이콘이었어요. 영화 '맨 인 블랙(Men in Black)'에서 UFO 착륙 장소로 등장했고, 2015년 건축가 매튜 실바(Matthew Silva)가 이 건축물의 역사와 복원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현대의 폐허: 세계박람회 파빌리온(Modern Ruin: A World’s Fair Pavilion)'을 제작해 그 역사와 의미가 다시 주목받았죠.

시민들, 재생을 마음먹다!

“누군가는 재개발이 낫다고 하지만,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죠.”
오래 방치되어 빛을 잃어버렸던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

상 개발이 해답은 아니지만,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의 보존을 문화적 가치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 건축물은 세월을 거치며 많이 훼손되었고, 이에 따라 수리 비용 역시 수백만 달러로 예상되었으니까요. 많은 사람이 이 건축물을 철거하거나 재개발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될 정도입니다. 하지만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은 뉴욕세계박람회 건축물 중, 철거되지 않은 유일한 건축물입니다.

냐하면 이 건축물을 사랑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역 단체와 운동가들로 구성된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 페인팅 프로젝트(New York State Pavilion Painting Project)'와 '피플즈 파크 프로젝트(People’s Park Project)'는 2009년부터 자발적으로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을 치우고, 칠하고, 정비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세월과 함께 회색빛으로 낡은 파빌리온은 원래 색깔인 노란 빛을 되찾았습니다.

현재 복원이 진행 중인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 Ⓒkimmjiss
Ⓒkimmjiss
Ⓒkimmjiss

들은 이 건축물이 “뉴욕의 역사와 문화의 일부”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수많은 시민이 이 장소에 대한 기억과 애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죠. 이곳은 단순히 장식적이고 소모적인 옛 유물이 아니라, 뉴욕의 성장과 변화를 증언하고 사람들의 참여와 소통을 가능케 했던 의미 있는 장소가 된 것입니다. 결국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에 미국 국보(National Treasure)로 지정되었습니다.수많은 사람의 노력에 힘입어, 현재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은 뉴욕시 정부의 지원과 자금으로 현재 복원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기본 계획이 시작되어 올해안에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고 조명 시설을 개선하는 작업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작년 말 다시 불을 밝히기 위한 역사적인 조명 테스트가 이루어지며, 재건될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게끔 했죠. 또 다양한 공간 재사용 아이디어와 제안이 제시되고 있어요!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 아이디어 공모전(New York State Pavilion Ideas Competition)이 열려 공원, 박물관, 교육 센터, 공연장 등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컨셉을 선보였습니다.

다시 불을 밝히는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의 역사적인 조명 테스트
ⒸDaniel Avila
Ⓒkimmjiss

여전히 공간을 살아있게 하는 것, ‘기억’

“이 공간을 보존한다는 것은,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거예요.”

부분의 세계박람회 건축물이 행사 후에 철거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의 보존은 굉장히 드문 경우입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기억’의 공간이 되었기 때문이죠. 1960년대와 1970년대 뉴욕을 방문했거나 살았던 사람들은 콘서트 장소, 스케이트장, 그리고 문화의 중심지였던 파빌리온에 대한 기억을 품고 있습니다. 그들의 정체성과 자부심으로도 자리 잡았죠. 이러한 기억들은 뉴욕 시민들의 가슴에 여전히 파빌리온을 살아있게 했습니다.

욕스테이트 파빌리온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기억이 머무르는 공간으로서, 삶과 공동체를 형성하는 건축과 공간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렇기에 공간의 보존과 복원은 역사를 소중히 다루어 다음 세대에 영감을 주며, 동시에 활기차고 포용적인 공간을 만드는 준비과정이죠.

렇기에 뉴욕스테이트 파빌리온의 복원은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것 아닐까요?

정보근
글 / 정보근

정림건축에서 건축설계와 공간기획·컨설팅을 맡고 있습니다.
다양해지고 있는 공간, 그리고 입체적인 경험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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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6-29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