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어때

Beyond the Library: 도서관 그 너머로

도서관 진화할까요?

“도서관은 어떤 공간일까?”

서관 하면 어떤 공간이 떠오르시나요? 책을 보관하고 대출하는 곳이자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이 익숙하신가요? 하지만 그것만이 도서관의 전부는 아닙니다. 도서관은 문화를 전달하고 공유하는 장소이기 때문이죠.

실 도서관은 인류와 늘 함께 했습니다! 역사 속에서 고대부터 지금까지 늘 필요한 장소·존재로서 지식과 문화의 저장소 역할을 쭉 맡아왔죠.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2023년 현재, 지식과 문화 그리고 콘텐츠의 정의는 ‘책’의 모습을 넘어 무한한 형태로 확장됐고,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책’은 지식과 문화를 저장해 유통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지만, 이제 지식과 문화는 ‘언제 어디든지’ 있으니까요.

리의 일상을 한번 살펴볼까요?
생활 중에 접하는 문화 콘텐츠의 형태는 끊임없이 변화·확장 중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듣는 팟캐스트부터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OTT 서비스, 세계 각국의 음악을 곧바로 들어볼 수 있는 음원사이트와 전자책 서비스까지. 나아가 박물관·전시관의 웹사이트에서는 명화와 작품을 둘러볼 수 있도록 온라인 열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죠.

양한 형태의 문화 콘텐츠를 풍부히 접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New Era), 과연 도서관은 앞으로 어떤 역할과 공간이 되어야 할까요? 멋진 답들이 많겠지만, 도서관이 그동안 구축한 ‘책의 보고’라는 전통적 기능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의정부의 두 도서관이 만드는 새로운 풍경.

“확장되는 문화 - 재정의되는 도서관.”

정부에는 특별한 도서관이 두 곳 있습니다!
바로 ‘의정부 미술도서관’과 ‘의정부 음악도서관’이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갈수록 다종다양해지고 문화를 즐기는 방식도 천차만별인 요즘, ‘확장된 문화를 담기 위해 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다해야 할까?’라는 고민에 힌트를 주는 공간이었습니다.

'의정부 미술도서관'은 국내 최초의 미술도서관으로서 미술 관련 서적과 잡지를 포함해 영상, 오디오, 포스터, 카탈로그 등 다양한 유형의 자료를 미술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정부 미술도서관은 단순히 미술 자료를 보기 위한 공간은 아닙니다! 이 공간은 미술과 예술을 공유하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공공플랫폼이죠.

지 책을 보관하는 장소를 넘어, 미술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사람과 미술을 ‘연결’하고 있는 이 공간은 어떻게 다를까요? 공간의 역할 변화에 따라 내부 프로그램(Program)이 변화하고, 프로그램의 변화는 다시 건축의 디자인(Design)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서관 내부는 3개 층에 걸친 전체 공간이 오픈되어 있습니다. 내부를 구획하고 막는 요소인 벽과 문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죠. 어디서든 다양한 미술자료들, 탐구에 빠진 사람들의 풍경이 보이며 넓은 공간과 높게 뚫린 창을 통해 떨어지는 햇빛을 맞으며 생각에 잠겨볼 수도 있죠. 새로운 공간은 늘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기 마련이니까요.

술 도서의 표지 ‘디스플레이’ 방식도 눈에 띕니다! 가구 디자인·배치를 통해 공간을 구획하는 방식(랜드스케이핑 기법, Landscaping) 덕에 더욱 인상적이죠. 책들은 마치 미술관의 작품처럼 전시되는데,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서점 ‘츠타야’의 책 디스플레이 방식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책등이 보이도록 꽂아 보관하지 않고, 관리가 편하진 않더라도 표지가 잘 보이도록 진열해 디자인 요소·작품 요소로써 책들의 표지 또한 새로운 영감을 주는 미디어가 되어 작동하는 것이죠!

곳의 섬세한 계획 끝에 탄생한 건축공간과 프로그램들은 방문객에게 다양한 영감을 선사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의정부 미술도서관만의 새로운 주요 공간 중 하나는 1층의 ‘전시장’ 입니다. 다양한 기획전시들이 바로 ‘도서관’이라는 장소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흥미로운 성격적 변화이죠. 나아가 미술과 사람을 연결하는 곳인만큼 3층에는 신진작가들의 입주 작업실인 ‘오픈스튜디오’가 있어 작가들의 작업과정을 구경할 수도 있고요. 이렇게 다양한 풍경들을 보며 도서관을 찾은 이들은 여러 감정들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의정부 미술도서관
장소
경기 의정부시 민락로 248(민락동)
문의
031-828-8870

‘의정부 음악도서관’ 역시 눈과 귀를 통해 직접 감상하는 콘텐츠인 음악을 다루는 전문 도서관 답게 공간 구성이 특별합니다. 음악을 담아내는 도서관의 공간, 상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악과 책, 공간이 융합된 이 곳의 풍경을 보면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리던 도서관의 변주곡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축계획에서도 그러한 면모가 돋보이죠. 주로 책을 보는 공간으로 ‘북스테이지’라는 이름의 1층 한 편에는 넓게 오픈된 ‘오픈스테이지’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행위를 자유롭게 담는 공간이지만, 때에 따라 공연장이 되기도 하는 가변적인(Flexible) 공간으로써 ‘변주’가 가능하도록 디자인되었죠. 복층 공간이기에 2층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오픈스테이지를 내려다볼 수 있기도 하고요.

악과 사람을 연결하는 ‘의정부 음악도서관’에서는 책을 소장하는 전통적인 도서관, 그 이상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음반들이 진열된 3층의 풍경은 마치 감각적인 레코드샵 같았고, 나아가 고사양의 오디오룸, 연주와 공연이 가능한 뮤직홀, 컴퓨터 작곡 스튜디오까지 설계되어 있죠.

간뿐 아니라 콘텐츠도 일반적인 도서관과는 차별적입니다. 로비·복도에는 음악 관련 미디어가 재생되고, 벽면에는 CD와 LP가 멋지게 진열되어 있으며, 도서관의 구독 서비스를 등록하면 사서가 큐레이팅한 음악을 정기적으로 추천받으며 음반과 플레이어도 대여할 수 있죠. 수많은 음악 관련 책과 잡지를 열람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턴테이블과 플레이어로 음악을 감상하고 교감할 수도 있었습니다.

렇게 도서관이 맡아야 할 ‘새로운 역할’들로 인해, 도서관의 풍경은 계속 ‘변주’ 되어오고 있었던 것이죠.

의정부 음악도서관
장소
경기 의정부시 장곡로 280(신곡동 724-1)
문의
031-828-8699

문화를 담다, 그리고 ‘커뮤니티’를 담다.

“이제는 문화와 지식을 만나기 위해
반드시 도서관에 가야 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제 우리는 손에 쥔 스마트폰과 온라인 환경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문화와 지식 콘텐츠를 접할 수 있죠. 그렇기에 문화와 지식을 만나기 위해 도서관에 꼭 가야 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의정부 미술도서관과 의정부 음악도서관을 방문했을 당시,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아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야흐로 온라인과 디지털의 시대, 그들이 오프라인 공간인 도서관을 굳이 찾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서관의 공간에 머무는 동안 비로소 동네 이웃들이 지식과 문화를 탐구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고, 작가들의 작업공간과 전시를 만날 수도 있으며, 잘 모르던 분야라 할지라도 사서가 추천하는 책과 음반을 들으며 새로운 장르에 눈 뜰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을 품은 도서관의 정취를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죠.

라인 플랫폼에서 방대한 문화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지금, 도서관이 그 역할과 의미를 잃어버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문화 교류와 공동체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음을 두 공공도서관에서 느낄 수 있었죠. 우리의 일상이 점점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그 변화에 발맞춰 도서관의 역할 역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러니 ‘도서관은 진화할까?’라는 처음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하겠습니다.
이제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닌, 콘텐츠를 찾아 공간에 모이는 ‘사람’과 이들이 형성한 ‘커뮤니티’를 함께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죠.

정보근
글 / 정보근

정림건축에서 건축설계와 공간기획·컨설팅을 맡고 있습니다.
다양해지고 있는 공간, 그리고 입체적인 경험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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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5-24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