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 클래식

모두에게 사랑받는, 책읽는 소녀 영웅

로알드 달의 마지막 아동 장편 소설, 『마틸다』 1916년 영국 웨일스에서 태어난 작가 로알드 달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석유회사 직원, 전투기 조종사 등을 거쳐 뒤늦게 작가의 길로 들어섰지만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마틸다』를 비롯해 여러 작품이 영화나 뮤지컬로 창작되면서 더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고요. 『마틸다』는 로알드 달이 1990년 세상을 뜨기 전에 마지막으로 쓴 아동 장편소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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렸을 적부터 비범했던 소녀 마틸다는 부모의 방치와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홀로 책을 읽어나가며 자신의 세계를 키워 갑니다. 도서관에서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영문학의 고전을 두루 섭렵한 마틸다는 자신을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고 차별과 억압을 일삼는 부모, 특히 아버지에게 유쾌한 복수를 해가며 드디어 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요. 일찍이 마틸다의 천재성을 알아본 담임 하니 선생님은 마틸다를 상급반에 진학시켜야 한다고 건의하지만 부모의 무시는 물론이거니와 폭군과도 같은 트런치불 교장에 의해 그 제안은 묵살되고 맙니다. 겸손하고 성숙한 마틸다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면서 특별한 능력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그것은 집중해서 무언가를 응시할 때 물체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었습니다. 그 힘을 통해 마틸다는 하니 선생님을, 또 자기 자신을 구해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책과 문학의 가치를 이야기하다 마틸다』는 이야기를 한껏 흥미롭게 만드는 로알드 달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흔을 넘긴 말년의 나이에 작가는 천재 소녀 마틸다를 통해 삶의 희망을 선물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어린 여자아이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아버지, 또 아이들을 억압하고 힘으로 제압하려는 탐욕스러운 교장 등에게 통쾌한 복수와 처벌을 선사하면서 작가는 결국 정의롭고 진실된 사람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것이 특히 책과 문학 작품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스 디킨스, 샬럿 브론테, 제인 오스틴, 토마스 하디, 어니스트 헤밍웨이, 존 스타인백, 조지프 콘래드, 러디어드 키플링, 윌리엄 포크너, 조지 오웰 등 걸작을 남긴 영문학 작가들을 두루 언급하면서 작가는 그런 “책을 조금이라도 읽는다면, 인생에는 사람을 속이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담겨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작가 로알드 달은 여러 대중 매체의 영향으로 책과 문학의 가치가 점점 사라져가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 같은데요. 역설적이게도 여러 작품이 영화나 뮤지컬로 재창작되어 큰 인기를 끌기도 했고 여전히 그의 소설은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으니 작가가 이러한 광경을 목도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여전히 사랑받는 작품 해 초 영국에서는 로알드 달의 작품들을 새로 출간하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 차별적 표현들을 수정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출판사와 유족 측은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비하나 혐오의 언어들을 고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취지로 설명을 했는데요. 여러 독자들을 비롯해 몇몇 작가들은 이 수정에 대해 강한 반대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결국 출판사는 수정본과 원본을 동시에 출간하는 것으로 사태를 정리하였는데, 작가가 생존해 있었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어찌 되었든 로알드 달의 작품들이 전 세계의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여러 작품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접할 수 있는 만큼 이 기회에 로알드 달의 기발한 세계에 빠져 보시기를 바랍니다.

노태훈
글 / 노태훈

문학평론가, 1984년생

이력
중앙신인문학상 평론부문, 계간『자음과 모음』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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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6-29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