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 클래식

인간을 기계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실험적 작품

문제작, 『시계태엽 오렌지』 1917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작가 앤서니 버지스는 문학에 대한 열망을 일생 동안 유지하면서 1993년 사망하기까지 다수의 소설뿐만 아니라 시와 희곡, 에세이, 특히 문학 비평서나 연구서를 여럿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가 1962년에 선보인 『시계태엽 오렌지』는 일약 문제작으로 떠오르면서 앤서니 버지스를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자리잡게 했습니다.

 
  • 이동통신망을 이용하여 영상을 보시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재생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동영상 재생이 안 될 경우FAQ > 멀티미디어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소설은 열다섯 살의 문제아 알렉스가 벌이는 적나라한 범죄 행각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알렉스는 이미 비행을 저질러 소년원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찰 대상이기도 했는데요. 그의 패거리, 즉 피터, 조지, 딤과 함께 환각성 음료를 마셔대고 밤거리를 떠돌며 무분별한 폭행과 절도를 일삼던 알렉스는 급기야 강간, 살인 등의 중범죄마저 저지르게 됩니다. 소설의 1부가 그러한 일탈 행위의 재현이라면 2부는 홀로 수감된 알렉스가 교도소에서 겪게 되는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전히 극단적인 범죄 충동을 이기지 못한 채로 감옥으로부터의 탈출을 갈망하던 알렉스에게 이른바 ‘루도비코 요법’이라는 범죄자 갱생 프로그램에 자원할 기회가 생깁니다. 석방이 된다는 제안에 알렉스는 앞뒤 가리지 않고 그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데요. 그것은 끔찍한 범죄 장면에 지속적인 자극을 받으며 조건 반사 작용으로 극심한 매스꺼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치료’가 된 채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3부의 내용입니다. 알렉스는 교정의 결과로 범죄의 욕구를 참아내게 되지만 그만큼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급기야 자살을 시도하게 됩니다.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목숨을 건진 알렉스가 국가가 제공한 안정적인 일자리를 다니면서 철이 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열여덟이 되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됩니다.

인간을 ‘교정’할 수 있는가 시계태엽 오렌지』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조지 오웰의 『1984』로 대표되는 영국 디스토피아 소설 계열의 영향을 받아 인간을 ‘교정’할 수 있는지에 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한국어 제목은 ‘시계태엽 오렌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시계태엽이 아닌 기계 일반을, 또 과일 오렌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번역자의 말을 참조하면 인간을 기계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실험적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인간의 악함과 폭력적 발현은 불가피한 것인지, 이를 국가 권력이 어떻게 통제해야 할 것인지, 인간의 자유 의지는 어디까지 옹호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여러 고민을 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언어와 형식에 관한 작가의 집요함 엇보다 『시계태엽 오렌지』는 소설의 언어와 형식에 관한 작가의 집요함이 엿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당시 십대들의 은어나 비어를 표현하기 위해 작가 스스로 ‘나드삿(Nadsat)’이라고 명명한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어와 로만 집시어에 바탕을 둔 독특한 말들이었는데요. 지금도 해석이 분분하고 그러한 과정 자체가 독서의 재미라고 작가가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워낙 언어 감각이 뛰어나기도 했고, 작곡가로도 활동할 정도로 음악적 식견도 깊었는데요. 이러한 것들이 『시계태엽 오렌지』에 골고루 반영되어 있기도 합니다.

소설은 알렉스가 계속해서 “자, 그럼 이제 어떻게 될까?”라는 말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1961년 8월 서섹스 애칭엄에서 ‘여러분’에게 보내온 이 이야기 이후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알렉스가 그럴듯한 어른으로 이 세계에 적응해 살아갈지, 결국 다시 한 번 악함에 사로잡히게 될지를 상상하며 이 작품을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노태훈
글 / 노태훈

문학평론가, 1984년생

이력
중앙신인문학상 평론부문, 계간『자음과 모음』편집위원

  •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입니다.
  • 본 콘텐츠는 사전 동의 없이 상업적 무단복제와 수정, 캡처 후 배포 도용을 절대 금합니다.
작성일
2023-05-24

소셜 댓글

SNS 로그인후 댓글을 작성하시면 해당 SNS와 동시에 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