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분 클래식

20세기 미국 문학사의 이단아

『호밀밭의 파수꾼』은 20세기 미국 문학사의 이단아로 불리는 J.D. 샐린저의 작품입니다. 그는 1919년에 태어나 2010년에 사망한 것 정도만 확인될 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채 수십 년간 은둔 생활을 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 책의 폭발적인 인기 역시 별로 탐탁지 않아 했는데요. 영화화는 물론이고 표지에 그림이나 작품 소개 등도 모두 거부했던 작가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출간된 한국어판은 ‘세계문학전집’이나 번역자 이름 등이 빠져 더 단순한 장정이 되었는데요.그 흔한 역자 후기나 해설은 물론 작가의 약력조차 없어서 오롯이 소설에만 집중하게 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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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의 줄거리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또 단순한 편이기도 합니다. 기숙학교를 다니던 열여섯의 홀든 콜필드가 그곳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뉴욕을 며칠간 방황하는 이야기인데요. 그것이 거칠고 직접적인 십대 청소년의 언어와 사고로 전개되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힙니다. 누구나 사춘기 시절에는 한 번쯤 일탈을 꿈꾸게 되지만 그 일탈이 결국 실현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수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습니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보여주는 기성세대에 대한 환멸이나 세상에 대한 따분함, 그리고 온갖 가식들과 속물적인 것 등은 성장기에 있는 인간이 누구나 혼란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부분이죠. 이제 꼬마가 아니지만 아직은 어른도 아닌 그 시기에 자기 안의 욕망이나 정체성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은 우리 각자의 초상이기도 합니다.

소설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비판적인 시선도 잇따르는데요. 홀든 콜필드가 가진 부르주아적 유약함이나 서투른 병적 방황이 편협하게 그려졌다는 측면과 욕설이나 비속어, 성적 표현 등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한 홀든의 방황 자체가 결국은 다소 안전한 방식으로 정리되어서 더 폭발적인 서사를 기대했던 독자에게는 약간 아쉬움을 주기도 합니다.

럼에도 불구하고 『호밀밭의 파수꾼』이 마치 제목처럼, 자유롭게 드넓은 밭을 뛰어다니는 순수한 아이들을 위험해지지 않게 지켜주고 싶다는 작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아무리 바보 같아 보이더라도 또 그것이 세속적인 의미에서의 표준이나 성공과 멀어지더라도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겠다는 작품의 메시지는 울림을 길게 남깁니다. 소설 속에서 홀든 콜필드는 학교에서 발표 시간에 다른 친구들이 핵심을 벗어날 때 그것을 지적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데요. 그에게 ‘딴 길로 샌다’는 것은 더 좋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가는 것만큼이나 지루한 일은 없다고 작가 역시 소설을 통해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든의 방황에는 어린 동생의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런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늘 그랬던 것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또 있고요. 한 사람의 삶이 그 이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은 언제 찾아오는 것일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각자가 경험했던 그 ‘순간’들을 떠올려 보시고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사유해 보셨으면 합니다.

노태훈
글 / 노태훈

문학평론가, 1984년생

이력
중앙신인문학상 평론부문, 계간『자음과 모음』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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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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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