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작품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입니다. 영국의 작가 메리 셸리는 1797년 급진주의적 사상가인 아버지와 최초의 페미니즘 저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미 비범한 환경에서 태어난 메리 셸리는 어머니가 자신의 탄생 후 곧바로 사망하고, 아버지의 재혼, 계모와의 갈등, 유부남과 사랑의 도피와 오랜 유랑, 동복 언니와 남편 전처의 자살, 출산한 아이들의 연이은 죽음 등 매우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을 여럿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작가의 경험들과 유년기부터 다독이 바탕이 된 지적 체험이 더해져 1818년 『프랑켄슈타인』이 탄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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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만든 자와 괴물 그 자신 아마 많은 분들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괴물의 이름으로 ‘프랑켄슈타인’을 알고 계실 텐데요. 사실 소설에서 괴물을 만들어낸 주인공 박사의 이름이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죠. 제네바의 명문가 자제였던 빅토르는 인간 신체의 화학적 반응에 관해 몰두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점점 그 연구에 집착하고 일종의 광기를 보이며 결국 괴생명체를 창조하게 되는데요. 뒤늦게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지만 괴물은 탈출해버리고 비극은 시작됩니다.
『프랑켄슈타인』은 편지나 일지 등을 통해 서사가 진행되고 장에 따라 화자가 바뀌는 등 매우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빅토르가 죽음에 다다른 순간에 함께 한 모험가 월턴의 목소리와 빅토르와 그의 연인 엘리자베트가 서사의 한 축이라면 또 다른 중요한 축은 괴물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소설의 2권 부분에서 괴물은 혼란스러운 방황을 계속하다가 자신의 존재를 서서히 자각하고, 복수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후 빅토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괴물은 그의 생에 온갖 비극과 공포를 선사하면서 하나의 요구 조건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그것은 바로 나와 같은 피조물로 ‘여성’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는데요. 빅토르는 결국 그 조건을 포기하게 되고 친구와 가족, 연인까지 모두 잃으면서 파국에 다다릅니다.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우선은 이 소설의 원제가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인 점에서, 사라져버린 괴물은 어쩌면 새로운 인류의 시작일 수 있고 그렇게 보면 우리는 사실 각자 ‘괴물’일 수 있습니다. 사라져버린 괴물은 어쩌면 새로운 인류의 시작일 수 있고 그렇게 보면 우리는 사실 각자 ‘괴물’일 수 있다는 것이죠. 기이한 존재가 인간에 의해 탄생하고 그것이 다시 인간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과학소설의 시초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나아가 이 소설은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읽어볼 여지도 있습니다. 괴물에게도, 빅토르에게도 아버지만 존재할 뿐 어머니는 사라져 있고, 파트너로서의 여성과의 관계도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 소설은 남성 중심 세계의 붕괴를 상상하고 썼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빅토르의 충동을 제지하고 때때로 고양시키기도 하면서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은 채로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트는 작가인 메리 셸리와 가장 가까운 인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이후의 많은 SF, 호러 작품들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창작되었습니다. 매우 풍성한 철학적 사상을 담고 있는 작품이니, 꼭 한 번 접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문학평론가, 1984년생
이력
중앙신인문학상 평론부문, 계간『자음과 모음』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