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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사상 최고의 서정소설

일본 문학사상 최고의 서정소설 일본 문학사상 최고의 서정소설

오늘 소개할 작품은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입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첫 문장이 널리 알려진 작품이자 작가의 대표작이죠.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1899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모와 조부모를 모두 잃고 매우 외로운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그로 인해 그의 작품 전반에는 허무와 고독, 죽음의 이미지가 흐르는데요.
『설국』은 이러한 작가의 내면과 ‘신감각파’적인 지향, 즉 단순한 현실의 묘사나 재현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재창조된 세계를 인식하려는 기법이 정점에 이른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그럼 6분 동안 저와 함께 『설국』을 파헤쳐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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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사상 최고의 서정소설

환상적인 아름다운 정경과 지순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인의 모습

일본 니가타현의 한 시골 온천 고장을 배경으로 주인공 시마무라의 행로를 따라가는 이 소설은 고마코와 요코라는 두 여성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시마무라는 도쿄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무용에 대한 글쓰기로 소일하고 있는, 작가의 분신이라 여겨도 좋을 인물인데요, 그는 생의 권태와 허무에 잠식당한 상황입니다. 그가 몇 년 전 이곳에서 마주하게 된 게이샤 고마코는 단숨에 무료한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여성이었고 이를 잊지 못해 여러 차례 찾아오게 되죠.

요코는 우연히 기차에서 마주한 여성인데 마을에서 다시 접하게 되면서 묘한 이끌림을 느끼게 되고요. 소설은 시마무라가 이 두 사람과 나름의 관계를 맺으면서 변화하게 되는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매우 높은 비중으로 이 고장의 풍경을 묘사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합니다. 독특한 것은 이 인물들이 이 고장에 머물기만 하는 것은 아닌데도 작가가 오로지 이 눈으로 가득한 한촌(寒村)에서의 일들만을 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사실 바로 이 ‘설국’이라고 할 수 있죠.

일본 문학사상 최고의 서정소설

소설 속 세 인물은 긴말하게 서로와 얽혀 있지만 때때로 매우 모호하고 환상적인 관계로도 그려집니다. 이 소설은 이른바 남성 판타지로 읽어내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작품입니다만, 그것이 단순히 시대적 한계로만 여겨지지 않는 것은 작가가 풍경이 주인공인 소설에 환상에 가까운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저 얹어 두었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언어로 세계를 느끼는 인간이 어디까지, 얼마나 인식하고 느낄 수 있는지를 가늠하면서 동시에 그 감각이 뻔함과 단순함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설국』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1935년 발표한 단편소설에서 확장해나가 1937년에 단행본으로 묶은 뒤, 다시 1948년에 완결판을 출간하게 된 작품입니다. 횟수로만 따져도 10년 이상을 매만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인지 매우 공들인 묘사가 소설 전체를 아우르고 있고, 이러한 시공간적 배경과 인물 설정은 일본 문학의 한 흐름을 형성해오기도 했습니다.

1968년 아시아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일약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는데요. 1972년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꾸준히 일본 문단의 중심에서 활약해온 작가이기도 합니다. 『설국』 이외의 작품들도 최근까지 번역, 소개되고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

노태훈
글 / 노태훈

문학평론가, 1984년생

이력
중앙신인문학상 평론부문, 계간『자음과 모음』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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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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