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미술관

세상을 바꾼 사과 이야기, 폴 세잔



세상을 바꾼 사과 이야기, 폴 세잔세상을 바꾼 사과 이야기, 폴 세잔
사과하면 ‘어떤’사과가 떠오르시나요?
아담과 이브의 사과, 뉴턴의 머리 위로 떨어진 사과,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화가 세잔의 사과인데요,
요즘은 스티브 잡스의 한입 배어 문 사과까지 네 개라고도 하네요~

여기서 많은 사람들은 세잔의 사과를 궁금해합니다.
세잔의 사과는 현대미술의 탄생과 직결되어 있다고 하는데,
대체 그림 속 사과가 뭐 그렇게 대단한 건지 이해가 잘되지 않기 때문이죠.
심지어 세잔은 “사과 하나로 파리를 놀라게 해주겠다” 라고 말했습니다.
대체 그는 사과로 무엇을 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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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꾼 사과 이야기, 폴 세잔세상을 바꾼 사과 이야기, 폴 세잔

법 대신 선택한 화가의 길

세잔은 1839년 프랑스의 ‘엑상 프로방스’에서 태어납니다. 아버지는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이민자의 후손이었는데요. 모자 가게를 경영해서 크게 성공했죠. 하지만 이민자 출신에 장사꾼이라는 이유로 다른 부르주아들에게 무시를 당했습니다. 그래서 였는지 아들이 법학을 공부를 해서 가문을 빛내 주길 바랐습니다. 결국 세잔은 어린 시절부터 화가의 꿈을 꾸었지만 아버지의 소망에 따라 대학 법학부에 입학하게 됩니다.

하지만 세잔은 원하지 않던 법학 공부였기에 학업에 충실할 수 없었고, 학교가 끝나면 바로 미술 학원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친구 편지를 보면 괴로운 심정이 담겨있는데요.

“내가 택한 법 공부의 길은 너무 고통스럽다네, 내가 택한 것이 아니겠군. 억지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 일세”

세잔의 초기작은 사계절을 표현한 그림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을 따라 그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화가의 꿈을 반대하는 아버지의 지원은 못 받았지만, 다행히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어머니는 아들의 꿈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훗날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방식이 달랐을 뿐 아버지 또한 아들을 사랑했습니다. 이 작품을 구입한 사람이 바로 아버지였기 때문이죠.

결국 세잔은 법학 공부를 포기하고 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파리로 올라갑니다. 세잔은 당시 권위 있는 전시회인 살롱전에 계속해서 출품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혹평 뿐이었습니다. 초기 세잔의 작품은 음울하고 비참한 주제가 많았는데요. 그림이 너무 어둡고 인물의 비율이 이상하여 전체적으로 추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살롱전을 한 번도 통과하지 못한 체 30대가 되었습니다.

세잔를 인정해준 단 한 명, 스승

쉽게 상처받고 경계심이 많았던 세잔은 다른 화가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는데요. 자신의 그림을 알아주지 않는 것에 절망하며 우울증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그의 재능을 처음으로 인정해 준 사람이 나타납니다. 바로, 인상파 화가 ‘피사로’였습니다.

인자한 성격으로 유명한 피사로는 세잔의 재능을 칭찬하고 그림을 알려주었습니다. 이후 세잔은 그를 ‘위대하고 겸손한 피사로’라 부르며 스승으로 여겼죠. 피사로는 세잔의 그림이 너무 어둡다며 인상주의 기법을 알려주었고, 원색을 사용해 보라고 권유했으며 ‘자연을 주의 깊고 성실하게 관찰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가르침을 받은 세잔은 우울한 풍경이나 난해한 주제를 버리고 자연을 관찰하며 밝은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을 깊이 관찰하고 자연의 본질을 발견하는 데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세잔은 자연 속 중요한 한 가지를 발견하는데요. 계속해서 움직이는 것 같은 자연에도, 변화하지 않는 견고한 본질이 있다는 것을 말이죠. 이 생각은 세잔의 말년 예술관에 크게 작용합니다. 이후 루브르 박물관에서 거장들의 작품을 분석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미술을 구축해 나가죠. 그리고 용기를 내어 인상주의 세 번째 전시회에 출품했는데요. 안타깝게도 큰 비난이 찾아옵니다.

당시 한 평론가는 그의 ‘빅토르 쇼케의 초상’ 작품을 이렇게 비난했습니다.

“임산부와 함께 전시회에 왔다면 세잔의 남자 초상화는 빨리 지나치기를 바란다. 그 머리와 구두 색깔은 너무 기괴해서 임산부에게 충격을 줄 것이다.”

이에 큰 상처를 받은 세잔은 다신 출품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소란스러운 파리를 떠나 고향에 머물며 그림을 그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떠나는 세잔을 패배자 취급했고 실패한 화가라며 조롱했어요. 또 친구 에밀 졸라와의 절교하는 사건도 벌어집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의 죽음까지 맞닥뜨린 세잔. 생전 자신을 이해 못 하는 아버지와 많이 다투었지만, 세잔은 아버지를 ‘현명하고 선량한 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파리 화단에서 겪은 아픔과 아버지의 죽음은 그를 오롯이 그림에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미술 전통을 뒤흔든 관찰의 힘

소란했던 파리 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에 정착한 세잔은 자신이 찾고자 했던 예술 실험을 계속해서 이어가는데요. 아버지가 남긴 막대한 유산으로 편하게 즐기며 살 수도 있었지만, 마치 속세에는 관심 없다는 듯 수도승처럼 자신의 예술을 더욱 깊이 연구했습니다. 세잔은 이곳에서 같은 주제를 끊임없이 반복해서 그리는데요. 자기 눈으로 본 세상을 정확하게 표현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세잔이 주로 이용한 것이 사과였는데요. 너무 오래 관찰하며 그리다 보니 썩어 나가는 사과도 많았다고 합니다. 세잔은 사과를 계속해서 관찰하고 또 관찰합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눈을 깜빡이기만 해도 모든 사과는 달리 보였습니다. 여기서 세잔은 중요한 한 가지를 발견합니다. 바로 지금까지 서양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원근법이 가짜라는 거였습니다. 지금까지 자연의 모습을 캔버스에 옮기기 위해 고정된 시점으로 원근법을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원근법이 가짜라뇨? 사실 원근법은 카메라의 시선입니다. 사람의 눈은 한곳에 고정한 채 흔들림 없이 세상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우리가 의도하지 않아도 눈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세상을 여러 각도로 보고 뇌에서 정보를 취합하죠. 세잔은 시간을 두고 테이블 주위를 돌면서 눈에 들어오는 서로 다른 장면을 한 화면에 그려 나갔습니다. 즉, 사과를 여러 시점으로 그려 나갔던 겁니다.

그림만 존재했던 그의 세상

세잔은 원근법에 의존한 미술 전통 자체를 뒤흔들었습니다. 세잔은 작업을 계속 반복하며 그림에만 몰두하는데요.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50대에 이르자 그의 진가를 알아본 화가들이 세잔을 찾아오기 시작한 거죠. 그들은 세잔의 그림에서 미래를 본 젊은 화가들이었습니다. 멀리까지 스스로 찾아와 존경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세잔은 그럴 때면 자신은 아직 이룬 것이 없다며 겸손히 말했습니다. 많은 재산에 여유를 즐기며 편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세잔에게 인생은 그림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잔은 밖에서 그림을 그리던 도중 강한 비바람을 만나는데요. 밖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집으로 실려 왔습니다. 결국 그때 비바람에 의해 걸린 감기가 폐렴으로 이어졌고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끝까지 그림을 그리다 세상을 떠났던 거죠.

세잔이 세상을 떠나고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고 그곳에 찾아온 피카소는 그의 그림을 보고 충격에 빠집니다. 그는 세잔의 그림에 영감을 받아 ‘큐비즘’을 탄생시켰습니다. 심지어 세잔을 자신의 유일한 스승이라 불렀습니다. 세잔의 그림은 20세기 등장하는 다양한 사조에 영향을 주었고 현대회화의 문을 열어주며 미술의 흐름을 바꾼 ‘사과’로 불리게 됩니다. 세잔은 실패자라는 조롱에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끈질기게 사물을 관찰했던 노력은 그를 세계적인 화가로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세잔은 사과 정물 한 점을 완성하는 데 6년이 걸린 적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에 비하면 어쩌면 우리는 목표를 너무 빨리 포기해버리는 건 아닐까요? 세잔의 삶은 말 합니다.

자기 생각에 확신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라고요.

사실 세잔의 사과는 고통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며 결국 결실을 본 화가의 인내 그 자체였습니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사과를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정우철

정우철

EBS 클래스 e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극장
<알폰스 무하>, <툴루즈 로트렉>, <앙리 마티스> 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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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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