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人테리어

우리 집, '공간' 일까, '장소' 일까?

人문학 人테리어, 7화 우리집, ‘공간’일까 장소’일까?人문학 人테리어, 7화 우리집, ‘공간’일까 장소’일까?

공간과 장소는 어떻게 다를까?
SPACE와 PLACE는 각각 공간과 장소로 번역이 되는데, 이는 과거 일본에서 번역되면서 생긴 단어다. ‘공간’(空間). 여기에서 空(빌 공)은 한자어 그대로 ‘비어 있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본래의 자성과 실체가 없음’이라는 불교의 교리와 그 의미가 맞닿아 있다.
쉽게 말하자면, ‘그 자체만으로 성격을 특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소’(場所)는 무엇이 다를까?

텅 빈 ‘공간’을, 내가 주인공인 ‘장소’로 바꿔보세요

광화문에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광화문은 정치, 역사, 문화적으로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는 ‘장소’이다.

보다시피 두 개념은 얼핏 비슷한 것 같지만 그 의미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좀 더 풀어보자면, 공간은 정(停)적인 개념이고 장소는 동(動)적인 개념이다. 공간은 ‘시간성’이 배제되어 있고, 장소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 즉 공간에서 사람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지에 따라 어떤 장소인지가 결정되는 것이다.(그렇다고 장소가 공간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공간이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비어 있으며 그 자체로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다음 예문을 볼까?

32평형대 00아파트에 있는 화장실 2개는 각각 샤워장과 욕조가 설치되어있다.
언니는 힘들 때마다 화장실에서 펑펑 울 곤 했다.

느낌이 올 것이다. 위 문장은 화장실을 ‘공간’으로 바라본 것이고, 아래는 ‘장소’로 바라본 것이다.

사람과 시간을 함께 생각하는 개념이 ‘장소’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홈 디자인’이란 빈 공간에서 우리 가족이 어떤 시간을 보낼 것인지를 결정하고 그 곳을 특별한 장소로 만드는 것이다. 대부분의 우리 나라 사람들 거주하고 있는 주거 형태는 아파트다. 아파트는 대부분 같은 동이라면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모두 같은 평면으로 설계가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우울하고 절망적인 현실이다… 하지만 공간과 장소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적용해보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각기 전혀 다른 장소에서 살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다행스럽고 희망적인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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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공간을 찾는 TIP

시간 별로 꿀잼이 있는 팔색조 공간을 만들자

“공간을 장소로 바꾸는 첫 번째 팁은 시간에 따라 장소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人문학 人테리어, 7화

같은 공간이라고 해도 시간에 따라서 다양한 장소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침실은 보통 잠을 자기 위한 곳이지만 실제로 우리가 잠을 자는데 보내는 시간은 하루 전체의 약 1/4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3/4 시간 동안 아무 기능이 없는 공간이 될 수 있는 침실을 잘 디자인하면 시간대 별로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는 장소로 탈바꿈 시킬 수 있다.

위의 이미지를 통해 그 사례를 보자. 침실이지만 실제로 침대는 존재하지 않는 침실. 매트리스를 3면으로 둘러싸는 가구들이 침대 프레임의 역할을 대신하는 맞춤형 시스템가구를 통해서 다양한 장소를 형성하고 있다. 매트리스 아래쪽은 옷 수납장으로 파티션을 만들어 접는 옷을 수납하는 드레스룸을 위쪽은 침대의 헤드이지만 뒷 공간은 화장을 할 수 있는 파우더룸으로 그리고 측면은 책상과 서랍을 세팅하여 간단한 업무를 할 수 있는 홈오피스 공간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이뿐만 아니라 파우더룸 숨겨진 빔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영상은 스크린 역할을 해주는 드레스룸쪽 가구 뒷면에 비춰져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홈 시네마로 변신하는 등 하나의 침실 공간이 시간에 따라 다양한 장소로 활용이 가능한 홈디자인이다. 특히 주거 공간이 협소할 때는 다양한 기능을 감당할 수 있는 맞춤형 시스템 가구 제작을 의뢰해보자. 나의 필요와 취향에 맞는 장소를 좀 더 편리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방보다는 싱크대와 붙박이장 제작업체를 이용하면 가성비면에서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어 좋다.

고정관념을 바꾸면 새로운 장소가 나타난다!

“고정관념만 버려도 특별한 장소를 탄생시킬 수 있다.”

人문학 人테리어, 7화

위의 사례를 보자.
짙은 회색의 타일로 마감한 벽면, 이동식 우드선반들, 넓고 긴 데스크형 테이블 팔걸이 의자 그리고 벤치형 의자 등등. 그 뿐만이 아니다. 단순하지만 포인트가 되는 펜던트형 조명과 은은한 LED스팟램프까지… 이 곳은 과연 어디일까? 정답은 ‘안방’이다. 일반적인 우리의 고정관념으로 보면 안방은 방의 대부분을 차지해버리는 장롱, 큼직한 침대, 화장품이 즐비한 화장대 등 보통 가족 중에서 부모님의 침실과 파우더룸 기능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한번 고정 관념을 버리고 이렇게 되물어 보자. 안방에서 꼭 잠만 자라는 법이 있나? ‘안방’이라는 틀에 박힌 공간 개념에서 벗어나 그곳을 단지 하나의 넓은 공간이라 생각하고, 우리 가족이 그 큰 공간에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를 먼저 생각해보자. 의외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떠오를 것이다.

어떤 공간이든 그곳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바꾸거나 디자인하면 재미있는 장소가 될 수 있다. 가족들이 함께 책을 읽고, 각자 작업을 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는 작은 북카페를 만들기로 결정을 했다고 가정하자. 가장 오른쪽 사진을 보면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장농스럽지 않은 수납장만이 이 방이 원래는 안방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기존의 일반적인 공간을 새로운 장소로 만들 때 위의 사례처럼 한쪽 벽면만 타일로 바꿔주는 작은 변화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바꾸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타일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방이나 욕실에 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깥에서 만나게 되는 카페 벽면의 타일을 가지고 온다면 어설프지 않은 완벽한 북카페 분위기를 연출하는 팁이 된다. 색상은 강하게 주는 것보다는 화이트나 그레이 계통의 그레이스케일의 타일을 선정하고 우드선반이나 소품을 이용하는 것이 스타일링하기에는 훨씬 편하다는 점도 알아두자. 아, 배경은 주로 무채색, 가구나 소품에 포인트 컬러를 주는 게 좋다.

반복되는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자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공간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 특별한 장소로 변할 수 있다.”

人문학 人테리어, 7화

우리는 매일 밥을 먹고 잠을 잔다. 이 외에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으로 우리의 하루하루는 채워진다.그리고 집은 이러한 일상이 반복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렇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공간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 특별한 장소로 변할 수 있다. 이를테면 밥을 먹는 다는 것은 지극히 반복적인 일상이다. 하지만 식사를 위한 공간인 주방을 단순히 밥을 짓기 위한 공간이 아닌 가족이 소통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고 새롭게 의미부여를 하는 순간 주방은 우리 가족의 특별한 장소가 된다. 이를 위해서 일반적으로 식탁이 놓일 자리에 단지 식사를 위한 식탁을 놓는 가구배치의 개념에서 벗어나서 가족과 먹거리를 매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개념의 공간을 만들어주면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 수가 있다.

위 사례는 원래 식탁이 놓일 자리에 식탁 대신 다양한 일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준 모습이다. 전자렌지와 밥솥 등의 식사를 위한 것은 물론 커피머신처럼 여가를 위한 가전제품까지 한 번에 수납이 가능한 수납장 위에 ㄱ자 형태의 테이블을 올려놓아서 아늑한 공간을 마련했다. 더불어 벽면에도 공간의 스타일링은 물론 다양한 소품과 집기들을 올려놓아 기능적인 부분까지 해결이 가능한 금속 타공판을 설치하였다. 이를 통해 주방 싱크대 앞의 빈 공간과 벽면까지 활용하여 가족은 물론 손님이 방문했을 때도 맛있는 음식을 통해서 소통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장소가 마련되었다.

人문학 人테리어, 임승민 디자이너 사진


임승민디자이너

수납을 통해서 정리정돈 시스템을 구축하는 공간디자인을 추구하는 홈디자이너.
홍익대학교에서 건축학과와 목조형가구학과를 전공했으며 현재 홈디자인 전문 회사 투앤원디자인스페이스를 운영 중이다.

tvN채널의 인기 집방, ‘렛미홈’에 홈마스터로 출연하여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인테리어 팁을 제안하고 있다.

임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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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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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8-02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