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클래식

사랑과 질투를 한 몸에 받은 오페라 속 여인들

비하인드 클래식 : 드뷔시가 선사한 달콤한 밤산책 비하인드 클래식 : 드뷔시가 선사한 달콤한 밤산책

“ 오페라는 두터운 팬 층을 지닌 예술이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에게
연극이나 뮤지컬보다는 진입장벽이 조금 높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오페라를 잘 모르시더라도 이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세계 3대 테너 중 한 명인 파바로티를 열렬한 사랑에 빠지게 하고,
극심한 질투를 느끼게 한 마성의 두 여성 캐릭터가 있는데요.
파바로티의 사랑과 질투를 한 몸에 받은 여인들이 등장하는 오페라를 만나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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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정한 사랑을 찾은 여인의 마음,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아리아’

    1948년 명동.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오페라가 막이 오릅니다. 제목은 <춘희>였죠. 일본식으로 번역된 주세페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였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인 <라 트라비아타>는 ‘방황하는 여인’이라는 뜻으로, 극의 주인공인 비올레타를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이 작품은 <삼총사>,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유명한 소설가 알렌산더 뒤마의 아들이 쓴 <동백꽃 여인(La Dame aux Camelias)>이 원작입니다. 고급 매춘부와 젊은 부르주아 청년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이 소설은 놀랍게도 작가인 뒤마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베르디는 많은 작품 중에서 왜 유독 이 작품에 감동해서 오페라까지 만든 것일까요?

    아내와 아이들이 모두 병으로 죽고 방황하던 베르디는 미모의 소프라노 쥬세피나 스테르포니와 사랑에 빠집니다. 미혼모에 남자관계가 복잡하기로 소문난 그녀를 대중들은 좋아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죠. 베르디는 <동백꽃 여인>의 내용이 자신들의 처지와 비슷해 큰 감동을 받았고, 오페라로 만들게 됩니다. 작품 속 ‘비올레타 아리아’는 자신에게 찾아온 진정한 사랑에 설레면서도 혼란스러워하는 감정을 담아내고 있으며, 소프라노의 최상급 기교뿐만 아니라 깊은 감정과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고난도의 곡입니다.

  • 관능적이고 위험한 마성의 여인, <카르멘>의 ‘하바네라’

    1875년 3월 3일, 파리의 한 공연장에선 극이 끝나기도 전에 관계자들이 큰 충격에 빠집니다. 관객의 대부분이 공연장을 나가버렸기 때문인데요. 초연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던 이 공연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가 되었습니다. 바로, 비운의 천재 조르주 비제의 마지막 오페라 <카르멘>입니다. 오페라 역사상 최고의 팜므파탈로 꼽히는 그녀, 카르멘이 부르는 ‘하바네라’는 관능적이고 위험한 카르멘의 캐릭터를 탱고 리듬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카르멘은 이전의 오페라에선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캐릭터였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못해 태연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여주인공은 처음이었죠. 기존의 청순가련한 여주인공에 익숙했던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힘든 인물이기에 카르멘은 철저히 외면받고 맙니다.

    공연을 올리기 전에도 수많은 고비가 있었습니다. 극단적인 결말이 불만이었던 극장장이 사임하기도 했고, 연주자와 합창단은 무대에 오르지 않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비제는 작품의 완성을 위해 끝까지 힘썼습니다. ‘하바네라’의 경우 첫 공연이 오르기 전까지 수십 번의 수정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카르멘> 초연은 실패로 끝이 납니다. 이후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된 비제는 초연 3개월 만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끝내 <카르멘>의 성공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조르주 비제. 한 예술가가 만들어낸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은 오페라 <카르멘>을 하나의 장르로 만들었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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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1-06-16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