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 인문학

낯선 나라에서 삶의 길잡이가 되는 인문학 Ⅰ


낯선 나라에서 삶의 길잡이가 되는 인문학 낯선 나라에서 삶의 길잡이가 되는 인문학

주라고스분관에서 실무관으로 근무 중인 진하윤.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나이지리아에서 일하며 미술사, 문학 등 다양한 인문학 장르를 통해
그 나라의 고유 문화와 전통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인 정서와 감정을 체득하고 있다.
낯선 타지에서 인문학은 그녀에게 어떤 길을 다정하게 안내하고 있을까?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외교부 재외공관에서 실무관으로 일하는 진하윤입니다. 주아프가니스탄대사관에서 근무하였고, 현재는 주나이지리아대사관 라고스 분관에서 근무 중입니다.

주로 어떤 업무를 하시는지 소개해 주신다면?

재외공관의 사무행정지원 업무를 합니다. 공관 운영에 필요한 회계행정처리, 문화홍보 및 공공외교 행사 제반 사항 준비를 지원하죠. 또한 우리 교민의 안전 점검과 보호, 주재국 사증 신청 등 민원 업무도 수행한 바 있습니다. 지금은 전자에 해당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의 일을 택한 계기가 있을까요?

첫째, '혹독함'이라는 감정입니다. 누구나 쉬이 갈 수 없는 테러 발생 국가에서, 주변에 도사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매일 긴장감 속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같은 일이라 해도,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해낸 업무가 더욱 의미 있고, 일하는 주체를 곱절로 단단하게 만들지 않을까?’라는 믿음이었죠.

둘째,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소명의식’을 느낄 수 있는 일터입니다. 외교부 재외공관은 단 한 명의 교민을 위해서라도, 그들의 마땅한 권리와 안전을 위해 역할을 다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국익 증진을 위해 당당한 외교를 펼치는 직원분들을 존경합니다. 재외공관의 의의 역시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됐죠.

일하며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테러 위험 국가에서 근무했다 보니, 주변 사람들은 제가 매우 용감할 거라고 짐작해요.하지만 사실 겁이 정말 많아요.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모두 정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사무실이나 집이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합니다. 그때마다 너무 무서워서 노래를 불렀어요. 오밤중에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니, 같은 숙소를 쓰는 동료 직원들이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하다가 나중에 진실을 알고, ‘그렇게 겁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여기서 일할 수 있냐’고 신기한 듯 고개를 내저었어요.

타지에서 겪은 문화 충격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부르카를 착용한 여성들을 마주하곤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어요. 더운 여름이었는데도 여성의 전신을 뒤덮은 푸른 의복을 보니 당황스러웠죠. 종교적 규율이 중요시된다는 반증이겠지만, 외국인인 저에겐 폐쇄적인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어요.

부르카 문화에 대해 조금 더 말해주신다면?

여성의 정숙함을 중시하는 이슬람 교리의 절대성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종교적 규율을 반드시 준수하려는 개인의 신앙심에서 발현된 문화인지, 아니면 탈레반과 같은 극단적 원리주의자들이 그들의 이념을 정당화시키고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을 억압시키려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지는 여전히 의문이 듭니다. 인간의 자기 결정권과 이슬람 사회의 통념 사이에서 무엇이 옳다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문제네요.

평소 인문학 콘텐츠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관심 분야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미술사를 좋아해요. 그 시대의 역사와 생활 양식, 인간 군상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서요. 작가가 당대의 어떤 현상을 그리고 싶었던 것인지, 또 당시에 가장 가치 있는 인간의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유추해볼 수 있죠. 작품 의도를 파악하는 게 곧 시대를 음미하는 과정이기에 재밌고요.

추천할 작품은?

예를 들어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는 당대 파리 부르주아들의 위선을 누드화를 통해 신랄하게 비난한 작품입니다. 벌거벗은 매춘여성이 관객을 향해 눈을 내리깔고 있는 듯한 구도로, 출품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죠. 겉으로는 고상한 척하는 귀족들도 사실은 매춘부에게 꽃을 보내 환심을 사려는 타락한 인간임을 꼬집으며, 이러한 퇴폐가 만연했던 19세기 초 프랑스의 도시화 현상을 풍자했습니다.

사실주의 회화 작품에 깊게 매료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인데요. 단순히 인간의 행동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닌, 개인을 아우르는 사회적 양상까지 담아냈으니까요. 그걸 찾아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관객에게 과제를 던지는 것 같습니다.

인문학이 지금 하는 업무나 라이프스타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요?

낯선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안내하는 길잡이입니다. 지금 몸담은 나라의 생활상을 빠르게 간접 체험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람들의 가치관을 엿볼 좋은 기회입니다. 갈등이 생겼을 때도 인간의 보편적인 성향, 행동 양상은 어떠한지 인문학을 통해 기준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타국에서 오래 머물며 현지인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저에게 사람을 대하는 해답을 주기도 하고요.

타지생활을 지탱하는 하나의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실생활에서 가까이 갈 수 없는 미지의 분야라도, 인문학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열려있으니까요. 겪어보지 못한 시대의 철학, 미술, 심리학 등을 언제 어디서나 맛볼 수 있고 또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에 알맞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인문학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나라와 인종, 종교, 성별을 초월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마인드셋이 존재한다고 믿는데, 그것을 인문학을 통해 가장 빠르고 쉽게 체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낯선 타지에 적응하는데 필수 요소라 여기죠.

  • ·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입니다.
  • · 본 콘텐츠는 사전 동의 없이 상업적 무단복제와 수정, 캡처 후 배포 도용을 절대 금합니다.


작성일
2022-12-06

소셜 댓글

SNS 로그인후 댓글을 작성하시면 해당 SNS와 동시에 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