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지혜

조선시대의 변호사 외지부

고전의 지혜 : 동네 변호사 ‘외지부’ 고전의 지혜 : 동네 변호사 ‘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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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른 아침에 허름한 집으로 들어선 한 사내, 집에는 노비의 신분을 가진 노파가 살고 있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는 노파의 자녀들의 운명을 결정할 재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고전의 지혜 : 동네 변호사 ‘외지부’

공노비와 사노비의 기로에 선 재판의 시작

이른 아침 한 사내가 허름한 집으로 들어간다.

"자식들만은 사람답게 살게 하고 싶소! 제발 꼭 좀 도와주시오."

"약조한 돈이나 잘 챙겨두시오. 내 말만 따르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 것이오!"


한 지방의 관아, 엄숙한 분위기에서 재판이 진행되는데...

"저는 김씨 어르신 댁 노비입니다. 저희 어르신이 노파의 자식들을 노비로 부렸는데, 자기들은 김씨 집안의 노비가 아니라 하지 않겠습니까요"

조선양반들에게 노비는 중요한 재산이었기에 노비 소유권에 대한 분쟁이 잦았다. 양반들은 재판에 본인 대신 자신의 노비를 보내곤 했다.

"노파에게 묻겠다. 그대는 김씨 집안의 노비이면서 왜 자녀들이 노비가 아니라고 하는 것인가?"

"나으리, 그게 아니옵고 저는 본디 성균관 소속의 노비였습니다. 그러니 제 자식들은 김씨 집안의 노비가 아닙니다"

"아유, 아닙니다. 저 노파는 양인 출신입니다요. 김씨 집안의 노비와 혼인을 했으니, 그 자식들도 당연히 김씨 집안의 노비인데... 아유, 저리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요."


조선시대에는 개인이 소유하는 사노비와 국가에 소속된 공노비가 있었다. 공노비는 사노비보다 일의 강도가 세지 않고, 처우가 좋았다. 당시 조선에서는 사노비인 남자와 양인인 여자가 혼인할 경우, 그 자녀들은 사노비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사노비인 남자가 공노비인 여자와 혼인하면, 자녀들은 어머니를 따라 공노비가 될 수 있었다.

"그럼 저 노파가 양인이라는 증거가 있는가?"

"네, 그럼요!" "저 노파가 양인이었을 때 알고 지내던 증인들을 데리고 왔습니다요."

"나으리, 아닙니다. 모르는 사람입니다."

"일단 증인들은 나와서 말해보도록 하라!"

고전의 지혜 : 동네 변호사 ‘외지부’

불리해지던 재판을 뒤집은 낡은 문서

증인들이 노파가 양인임을 증언하자 재판은 점차 노파에게 불리해졌다. 이 때 뒤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사내가 나섰다.

"현감 어르신, 저는 이 여인의 사촌입니다. 저 증인들은 모두 김씨 집안 소속이므로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허나 저는 이 여인이 공노비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습니다."

사내는 낡은 문서를 품에서 꺼내어 현감에게 건네 주었다.

"음? 이게 무엇인고?"

"이 증거물은 노파의 부모가 성균관 노비로 일할 당시 계약서로 노파의 부모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노파의 부모가 공노비였다면, 노파 역시 공노비였던 것이 분명합니다."

"아니, 어찌... 분명 불타버렸다 했는데.."


현감은 사내가 준 문서를 살펴본 후, 판결했다.

"문서를 확인해 본 바, 노파는 공노비이므로 자녀들 또한 공노비임이 인정된다. 따라서 노파의 자녀들을 노비로 인정해 달라는 김씨의 소송은 기각한다. 이상."

"감사합니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음... 근데 내가 어디서 자네를 많이 본 것 같은데 말이야"

"제가 그런 말을 종종 듣습니다. 하하하"

고전의 지혜 : 동네 변호사 ‘외지부’

낡은 문서의 비밀과 사설 변호사 외지부

어두워진 저녁, 노파와 사내는 다시 은밀히 만나는데...

"정말 고맙소, 아니 근데 그 문서는 어찌 구하셨소?"

"성균관에서 일했던 노비가 당신 부모를 알고 있더군, 그 노비의 계약서를 가져와 조금 손을 보았지."

"아니, 그럼 그 문서가 가짜란 말씀이오?"

"진실을 담고 있으니 진짜라 생각하시오, 약조한 돈이나 어서 주시오."


조선시대에도 크고 작은 소송이 많았다. 글을 읽고 법리에 밝은 양반들에 비해 무지한 백성들은 소송에 불리했다. 그런 백성들을 대신해 소장을 써주고 변호를 해주었던 자들을 외지부라 불렀다. 일종의 무허가 변호사였던 셈이다.

"우리 같은 무지렁이들은 글도 법도 모르는데 관아에 가서 말이나 한마디 하겠소? 외지부란 이들이 우릴 도와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오?"

"외지부가 순진한 백성들을 부추겨서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소. 게다가 가난한 백성들에게 큰 돈까지 요구하니 엄하게 처벌해야 하오"


성종 9년, 조정은 외지부들의 활동을 전면 금지하고, 함경도 변방으로 내쫓아 버렸다.

"그거 아시오? 소송을 가장 많이 하는 이들이 바로 양반들이오. 글도 법도 모르는 백성들에게 대신 글 좀 써주고 변호 좀 해준 게 뭐 그리 욕먹을 일이란 말이오?"

백성들의 변호사였던 외지부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소송을 부추기고, 법정을 어지럽힌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약자인 백성을 도와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기능을 했던 조선시대 사설 변호사 '외지부', 이들이 백성을 대변해 주었던 모습들은 오늘날 법조인에 역할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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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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