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문학 기행

출근하는 소설가의 고독한 글쓰기

다큐 문학 기행 : 출근하는 소설가의 고독한 글쓰기 -프란츠 카프카 다큐 문학 기행 : 출근하는 소설가의 고독한 글쓰기 -프란츠 카프카

“그의 침대 머리맡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그레고르야!”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6시 45분이다. 출근 안 할거니?””

매일 새벽 5시 기차로 출근하던 성실한 영업사원, 그레고르. 하지만 이 날 이후 그는 영영 출근하지 못하게 된다. 밤 사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에서 흉측한 모습의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의 첫 문장.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한 몸 보다 6시 30분에 눈을 떴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그리고 자신보다는 당장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한다. 평범한 청년의 변신은 곧 그의 가족들의 변신을 불러온다. 가족들의 충격과 걱정은 서서히 역겨움과 귀찮음으로 바뀌고 급기야 여동생의 입에서는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그레고르를 없애버리자는 말이 나온다. 집안의 가장이었던 그레고르가 짐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고 일어나니 벌레로 변했다라는 다소 황당한 설정의 이 소설은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현실과 맞닿아 있다. 고된 노동자로서 살아가던 작가 카프카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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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성실한 회사 직원이자 작가, 카프카

다큐 문학 기행 : 혁명을 글로 쓰다 -빅토르 위고
어린 시절의 프란츠 카프카
1883년 체코 프라하의 중산층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프란츠 카프카. 잡화 도매상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글쓰기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아들이 아무런 돈벌이가 되지 않는 문학에 몰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러한 갈등에 대한 타협책으로 카프카는 법학공부를 택하고 보험회사에 법률 고문으로 취업하게 된다. 하지만 일상적인 회사 업무를 마치고 돌아와 밤에는 글을 쓰는 생활이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운 좋게도 두 번째 직장은 노동자상해보험회사였다. 준 국가기관이었던 이곳에서는 오후 두 시에는 퇴근할 수 있어 밤부터 새벽 늦게까지 글을 쓰는 생활이 가능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업과 내부의 석면공장 일도 도와야 하는 일이 카프카의 일상을 괴롭혔는데. 그렇게 글쓰기에 집중할 수 없을 때마다 그는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렸다.

카프카의 생애를 지배한 존재, 아버지

다큐 문학 기행 : 혁명을 글로 쓰다 -빅토르 위고
프란츠 카프카와 그의 아버지
흔히 카프카는 고독하고 불행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프라하 독일인 사회에서 고립된 유태인. 평생 독신으로 살며 몇몇 친구들에게만 겨우 인정받는 외로운 글쟁이. 많은 평론가들은 그 불행의 원인을 강압적으로 아들을 훈육했던 카프카 아버지에게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작품 변신에서 주인공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고 가족의 멸시를 받는 상황에 빠지는 것도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 못한 카프카의 무의식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카프카는 1919년에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는데 붙이지 못한 그 편지에서 그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생각을 주입시켜준 위압적인 아버지 때문에 평범한 가족을 만드는 삶도 실패하고 문학으로 도피했다는 고백을 남겼다.

결혼과 글쓰기, 카프카의 고민

다큐 문학 기행 : 백석의 본명은 백기행
문학을 위해 고독을 선택한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가 모든 집단에서 완전히 배제된 외톨이나 그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이방인은 아니었다. 그는 키182센티미터의 훤칠한 키에 잘생긴 청년이었고 친구들과 승마 테니스 수영 같은 운동을 즐기기도 했다. 여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소심하긴 했지만 여러 명과 연애도 했다.

“때때로 저는 세계지도 위에 아버지가 사지를 쫙 뻗고 누워 계신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여기서 아버지가 가리지 않는 지역만이 저의 생활공간이 될 수 있을 것처럼 여겨져요. 무엇보다 결혼은 그런 지역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쓰는 편지> 중에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가지면 아버지와 동등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카프카는 세 번의 결혼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아버지가 반대한 경우도 있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카프카 자신에게 있었다.

“저는 과묵하고 비사교적이며 정말 병약합니다. 당신의 따님이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는 남자 옆에서 수녀같이 살아야 할까요?”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의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결혼생활과 혼자 글을 써야 하는 고독한 삶을 어떻게 양립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항상 그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생애를 지배한 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문학이었을지도 모른다.

카프카, 탄생을 앞둔 긴 망설임

다큐 문학 기행 : 혁명을 글로 쓰다 -빅토르 위고
친구였던 막크 브로트와 프란츠 카프카
하지만 “소설은 쓰여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읽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카프카의 말처럼 그는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는 것을 탐탁지 않아했다. 글쓰기는 그 자체가 실존이나 존재의 이유였던 것이다. 1902년 독일 대학생들의 독서모임에서 알게 된 친구 막크 브로트는 카프카의 소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누구보다 일직 친구의 재능을 알아본 것이다. 무엇보다 브로트의 최대 공적은 따로 있다.

“읽지 말고 모든 것을 완전히 불태워야 하네”

성, 심판, 실종자 등의 자신의 작품과 일기, 편지를 모두 태워달라는 마지막 유언을 다행히 막크 브로트가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카프카는 자신의 삶을 ‘탄생을 앞둔 긴 망설임’이라 정의 내린바 있는데 친구 브로트 덕분에 사후에야 긴 망설임을 끝내고 진정한 작가로 탄생할 수 있었다.
1917년 8월의 여름 밤, 카프카는 각혈을 하고 폐결핵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이후 요양원에서 생활하면서도 펜을 놓지 않던 그는 1924년 6월 3일 41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친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잠들어 있다. 한 사람은 깨어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은 여기 있어야만 한다.” <카프카의 일기>

모두가 잠든 적막한 밤에도 고집스런 파수꾼처럼 홀로 깨어 글을 쓰던 카프카. 그가 고독한 글쓰기에 갇혀있던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던 소설들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간의 부조리와 현실의 잔혹성을 고발하며 우리 안에 꽁꽁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로 남아있다.
다큐 문학 기행 : 혁명을 글로 쓰다 -빅토르 위고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 프란츠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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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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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