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쉬인사이드

마피아 영화 속 이탈리아 요리의 매력

디쉬인사이드 : 마피아 영화 속 이탈리아 요리 In 영화 <대부 />
디쉬인사이드 : 마피아 영화 속 이탈리아 요리 In 영화 <대부 />

영화 대부 속 이탈리아 요리 장면

영화사에서 ‘영원한 걸작’으로 꼽히는 명화 ‘대부’에는 음식이야기가 참 많이 나온다. 이는 감독 프란시스 코폴라의 취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돈 콜레오네(말론 브란도)가 저격을 당한 뒤 마피아 패밀리간에 피의 보복이 계속 된다. 무장을 한 수십 명의 구성원들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항쟁을 대비하느라 함께 먹고 잔다. 이 때 간부 클레멘자가 돈의 셋째 아들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에게 음식을 가르치는 장면이 있는데 대충 묘사하면 이렇다.

"마이키, 이리 와봐.?너도 언젠가는 한 20명을 먹일 요리를 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몰라.?이걸 보라구. 우선 올리브 오일을 부은 다음?마늘을 넣고 볶지. 그 다음에 토마토와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또 볶는데, 이?때 눌어붙지 않게?조심해야 돼. 그리고 이렇게 소시지하고 미트볼을?쏟아 붓고 와인을 넣지. 그리고 이건 나만의?비결인데,?설탕 약간.“

영화는 거의 요리 강좌수준의 비주얼을 보여준다. 이게 사실은 코폴라 감독이 많은 배우들을 불러모아 대본 리딩을 하거나 리허설을 할 때 만들어 먹이는 레시피라고 한다. 그는 이태리계 미국인답게 음식과 와인을 사랑하며 많은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는 걸 좋아한다. 그의 와인사랑은 아마추어의 도를 넘어서 스스로가 나파밸리에 있는 코폴라 와이너리의 주인이 되기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음식 사랑 역시 보통 수준이 아니라서 그는 지금도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복판에 그의 영화사 이름을 딴 ‘조에트로페’라는 레스토랑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이탈리아 요리

이야기를 잠시 우리나라로 돌려보자. 현재 한국에는 파스타를 내는 식당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발렌타인 데이에 연인 둘이 가서 먹기에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파스타라는 기사를 어디에선가 본 기억이 난다. 피자는 또 어떤가. 햄버거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어, 식당에서뿐만이 아니라 배달음식으로도 치킨 다음으로 선호하는 메뉴가 피자가 아닐까 한다. 이 둘이 보급된 데는 공통점이 하나가 있으니, 바로 미국이라는 중간거점을 거쳐 소개되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에는 이태리계 후손들이 많이 살고 있다. 현재 약 1,700만 정도라고 하는데 대부분이 1800년대 말에서 이차대전 사이에 이민 온 사람들이 가장 많다고 한다.

그리고 이 가운데 육칠십 퍼센트가 시실리 출신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래서 범죄조직도 시실리계가 가장 많아서 우리가 이름으로 익히 알고 있는 알 카포네도 그렇고 영화 ‘대부’도 시실리계 마피아들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이태리계 이민들이 전국 각지로 퍼져서 피자와 스파게티를 미국의 국민음식 수준으로 퍼뜨렸고 아시아 각지에는 미국식의 피자와 스파게티가 우선 소개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나중에 이태리 본토의 피자와 각종 파스타가 뒤를 따라가, 본격 이태리 음식이 전세계에 보급되기 시작했으니 이태리계 미국인들이 선조들의 조국에 공헌한 바가 적지 않다 하겠다.

자국 요리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이탈리아 사람들

이태리 사람들은 매사에 열정적이어서 음주가무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인데 특히 이태리 음식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역시 마피아 영화인 ‘좋은 녀석들’에서 주인공들이 감옥에 들어가서 수형 생활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토마토 소스 파스타를 달랬더니 케첩을 쳐준다’ 는 불만이나, 햄, 살라미, 와인들을 들여다 직접 식사를 만들어 먹는 장면, 그리고 정성스럽게 면도칼로 마늘을 얇게 저미는 장면 등은 그네들의 음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잘 보여준다.

이런 정도이니 정상급 미식가인 코폴라 감독의 영화에 음식 묘사가 소홀할 리가 없다. 많은 사람이 즐겁게 먹고 마시는 결혼식을 비롯한 많은 파티장면이 대부 1,2,3 편을 통해 빠지지 않고 나오고 이는 영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지어는 사람을 죽이는 장면에서도 음식이?나온다. 주인공 돈 콜레오네가?총을 맞는 순간도?청과물집에서 오렌지를 고르는 때였고, 그 복수를 위해 셋째 아들 마이클이 솔로죠와 부패한 경찰간부를 죽이는 것도 '송아지고기를 잘하는' 브룩클린의 레스토랑에서 적들이 방심한 채 음식을 먹는 순간이다.

영화 <대부> 속 음식의 역할

대부 2편에서는, 네바다주 레이크 타호에서 커다란 파티를 할?때 앵글로 색슨화 되어가는 마이클 콜레오네의 패밀리 운영방식이 맘에 들지 않는?구세대 간부 펜탄젤리(마틴 발삼)가 음식으로 불평을 한다. "프레도, 근데 음식이?왜 이 모양이냐??릿츠 크래커 위에 간 다진 거(파테) 얹은 거 주면서 '카나페'라고 하더라. 카나페는 무슨 썩을...그래서 내가 후추하고 정어리 내오라고 그랬다." 푸짐하게 먹고?마시며 떠들어야?직성이 풀리는 이태리 사람들이?앵글로 색슨식의 파티를 보면 먹는 거 가지고 깨작거리는 것 같아서 나오는 음식에 대한?불만과 조직의 운영방식에서 오는 갈등을 오버랩 시킨 대목이다.

역시 대부 2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미국의 마피아들은 50년대 말 라스베가스에서 쌓은 노하우로?쿠바의 군사 독재 정권과 결탁하여 하바나를?거대한 카지노의 도시로 만든다. 미국의 바로 코앞에 있으면서 법망이 미치지 않는 쿠바에?술과 여자와 도박을?마음껏 즐길 수 있는, 퇴폐와 향락의 도시를 세운 것이다. 영화에서는 실제 인물?마이어 랜스키를 모델로 했다는 유태계 출신 보스?하이만 로스(리 스트라스버그)의 생일파티 장면이 나오는데, 내로라하는 마피아의?실력자들이 한데 모여 하이만 로스의 생일을 축하하는 장면에서 쿠바지도를 그려 넣은 커다란 케익이 나온다. 노회하고 교활한 하이만 로스는?"케익을 자르기 전에 모든 이들이 다?잘 볼?수 있게 하라" 지시하고는?"우리는 이제 그토록 원하던?정부와의 진정한 파트너 십을 누리게 되었다"고 말하며?자신에게 케익 조각이 돌아오자 "난 조그맣게 잘라줘요"라고?한다. 카리브해의 눈부신 햇살과 푸른 바다가 보이는 호텔 베란다에서 잘게 잘라져 나가는 이 생일 케익 장면 하나로,?조직 범죄집단이?부패한 정권과 결탁하여 한 나라를 농단하는 실제 역사와, 겸손함으로 위장된 하이만 로스의?숨은 야욕까지를 단숨에 그러나?아주 인상 깊게 묘사한 코폴라 감독의 뛰어난 연출이다. 참고로 그 이후 영화는 실제 역사를 따라가서,?피델 카스트로의 혁명으로 마피아세력은?섣달 그믐날 파티를 하다 말고 빈손으로 쫓겨나게 된다.

머리가 좀 모자라서 본의 아니게 패밀리를 배신하는 행위를 하게 되는 마이클의 작은 형 프레도(존 카잘)가 동생에게?의심을 사는 것도?음식주문 하는 데서 이다. 마이클과 하바나의 노천카페로 나간 프레도는 웨이터에게 "Por favor", "Uno Banana Daiquiri"라고 되지도 않는 스페인어를 섞어 주문을 한다. 한번도 쿠바는 와본 적이 없어야 할 형의 이 몇 단어에 마이클의 인상이 굳어진다. 선 굵은 연출을 하면서도 조그만 디테일도 놓치지 않고 거기에 영화의 스토리를 실어내는, 이런 코폴라의 솜씨에는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밖에도 대부 2편에는 심야기차를 타고 가면서 호화 객실에서 고급이지만, 혼자 외롭게 식사를?해야 하는 마이클이 크리스탈?글래스에?물을 따라서?알약을 먹는 장면, 아버지의 생일 파티 저녁에 잘 차려진 식탁에 혼자 남겨져 문밖에서 들려오는 가족들의 생일축하노래를 듣는 장면 등?고독한 리더 마이클의 쓸쓸함이 음식으로 묘사되는?명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음식이 나타낸 영화 속 명장면

대부 3편에서 역시 먹는 것은 빠지지 않는다. 가장 임팩트 있는 두 장면을 소개하면 이렇다. 마이클의 딸 메어리(소피아 코폴라)와 그의 사촌 빈센트(앤디 가르시아)가 금단의 선을 넘어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다. 빈센트의 아지트에서 그가 부하들을 먹일 뇨끼를 만드는 것을?요리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메어리가?돕겠다면서 만드는 걸 배우다가 손과 손이 포개지며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장면이 그 하나이다. 또 하나는 마이클의?여동생 코니(탈리아 샤이어)가,?자상한 아저씨를 가장하며?마이클의 죽음을 노리는 돈 알토벨로(엘라이 월락)를 독이든 과자로 죽이는 장면이다. 의심 많은 돈 알토벨로는 "얘야, 네가 말랐구나. 너도 먹어라"라고?권하며?코니에게 시식을 시킨다. 서슴없이 시식을 하는 코니를 보고 안심한 그는 맛있게 과자를 먹다가 오페라를 들으며 저세상으로 간다. 어떻게 보면 행복한 죽음일수도 있으니,?콜레오네 패밀리의 마지막 자비라고도 하겠다. 여기 나오는 과자가 이태리 시실리지방이 오리지널인?유명한 디저트, '카놀리(cannoli)'이다. 버터, 설탕 등을 넣어 만든 밀가루반죽을 동그란 튜브같이 말아 튀긴 과자 안에 치즈로 만든 달콤한 크림을 채워 넣은 이 카놀리는 대부 1편에서도 등장하여 미국영화사에 불후의 명대사로 남게 된다.

대부 3편 에는 또 이런 장면도 있다. 돈 알토벨로가 시실리로 간 마이클을 암살하기 위해서 따라 가는데, 고용한 암살자로부터 올리브 오일을 건네 받는다.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고는 ‘Extra virgin oil!’ 하며 황홀함에 젖는 듯 눈을 스르르 감고는 여운을 음미한다. 본바닥에서 갓 짜낸 올리브오일의 맛을 어디에 비기랴? 찬사를 보내는 이 장면은 진짜로 코폴라 감독이 무슨 이태리 올리브 오일 협회 같은 단체의 명예 대사를 자임한 게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로 맛있게 찍었다. 이게 다른 나라 영화였으면 스토리의 전개와 관계없는 어색한 PPL일 수도 있겠으나, 무대가 이태리고 나오는 사람들이 이태리계여서 그런지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이태리는 사실 먹는 것만 생각하면 참으로 복 받은 나라이다. 지중해성의 온난한 기후라서 농작물이 잘 자란다. 그리고 반도라서 삼면이 바다인데다 시실리 같은 큰 섬도 있어서 해산물도 풍부하다. 알프스의 남쪽 밑으로 자리잡아 각종 버섯 등 산에서 나는 재료도 다양하고 목축업도 발달하였다. 천연 햄, 버터 치즈 같은 유제품, 와인, 발사미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명품으로 알려진 브랜드가 많다.

맺으며

그런 음식을 바탕으로 영화를 찍으니 얼마나 할 얘기가 많을까. 필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수한 한국영화가 많이 나오고, 또 그 안에 자연스레 녹아 든 한국의 음식이야기가 다양하고 재밌어서 전세계 사람들이 입맛을 다시는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건 억지가 아니다. 기회가 있을 때 따로 이야기하겠지만 우리에게도 그만큼 우수한 음식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대부>
(1972)

1947년 돈 코를레오네(Vito Corleone: 말론 브란도 분)의 호화 저택에서는 막내딸 코니(Connie Corleone Rizzi: 탈리아 샤이어 분)와 카를로(Carlo Rizzi: 지아니 루소 분)와의 초호화판 결혼식이 거행되고 있다. 시실리아에서의 이민과 모진 고생 끝에 미국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하는 마피아의 두목 돈 코를레오네. 재력과 조직력을 동원, 갖가지 고민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사람들은 그를 ‘대부(代父)’라 부른다. 돈 코를레오네는 9세때 그의 고향인 시실리아에서 가족 모두가 살해 당하고 오직 그만 살아남아 미국으로 도피하여 밑바닥 범죄 세계를 경험하면서 확고한 기반을 다지게 된다. 부모의 복수를 위해 시실리로 돌아와 조직적 범죄를 통해 비약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돈 코를레오네의 라이벌인 탓타리아 패밀리의 마약 밀매인 솔로죠(Sollozzo: 알 레티어리 분)가 돈 코를레오네를 저격, 중상을 입히며 돈 코를레오네 패밀리의 운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이주익

이주익

영화제작자

영화제작자. SCS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영화 <워리어스 웨이>, <만추>, <묵공> 을 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음식과 요리에 관심이 많아, 취미로 음식에 대한 연구를 했고 음식 전문 서전 수천 권을 보유중이다. 음식 관련 영화와 TV 드라마 제작을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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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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