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의 꽃
경회루는 경복궁을 둘러보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리는 곳입니다. 연못 너머의 아름다운 누각은 관광객들의 기념 사진 배경에 자주 등장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경회루가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연못을 파고 작은 누각을 만들었답니다. 연못 안에 청동으로 만든 용을 넣었던 것으로 봐서는 화재를 막는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은 누각을 하나 지었는데 경복궁의 서쪽에 있었기 때문에 서루라는 명칭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태종이 즉위할 무렵, 수리를 해야 할 정도로 손상되어 버렸습니다. 태종은 서루를 수리하는 대신, 더 큰 누각을 지으라고 명령했고, 그 때 지어진 것이 바로 경회루입니다. 정면이 7칸, 측면이 5칸 규모의 2층 누각인데 총 48개의 기둥이 있습니다. 바깥쪽의 기둥은 사각형이고 안쪽은 모두 원형입니다. 아래쪽은 돌기둥이고, 위쪽은 나무기둥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돌기둥에 용이 조각되어 있었는데 나중에 복원할 때는 비용 문제 때문에 따로 조각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경회라는 이름은 하륜이 지었는데 군신간에 서로 덕으로서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현판은 당시 세자였던 양녕 대군이 썼습니다. 이렇게 지어진 경회루는 중국 사신들과 만나는 장소로 사용되었지만 임금과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푸는 장소로도 이용되었습니다. 너무나 웅장하고 멋진 모습에 이곳에 왔던 유구국 왕의 사신이 조선에서 봤던 세 가지 멋진 풍경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답니다.
이곳에서는 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세종대왕은 중국에 공녀로 가게 될 여인들과 그 가족들을 이곳에 초대해서 연회를 베풀어서 위로를 해줍니다. 하지만 이제 곧 헤어져야 할 공녀와 그 가족들은 슬퍼서 울기만 할 뿐 제대로 음식을 먹지도 못했다고 하네요. 이곳이 아름답다는 소문을 들은 구종직이라는 신하가 몰래 둘러보다가 때마침 행차한 세종대왕에게 발각되었는데 오히려 침착하게 잘 대답해서 관직이 올라갔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옥새를 넘겨주고 왕위에 물러난 곳이기도 합니다. 남겨진 기록에 의하면 수양대군은 옥새를 거듭 사양했지만 단종은 억지로 넘겨주고 물러나게 했습니다. 수양대군이 연거푸 거절했다고 하지만 당연히 본심은 아니었답니다. 그 광경을 본 박팽년이 경회루에서 연못에 뛰어내려서 자살하려고 했지만 친구인 성삼문의 만류로 그만뒀다고 합니다.
반면, 연산군은 이곳을 쾌락의 장소로 이용했습니다. 그는 연못에 누각을 여러 개 세워두고 비단으로 꽃을 만들어서 장식을 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배를 타고 다니면서 유람을 했습니다. 경회루에는 전국에서 채홍사를 시켜서 뽑은 기생들을 모아놓고 연회를 즐겼다고 합니다. 이렇게 임금과 신하, 그리고 외국 사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역사적 사건과 함께했던 경회루는 임진왜란 때 불에 타서 오랫동안 폐허로 남았다가 1867년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새로 만들어지게 됩니다.
밖에서 본 경회루
사실 경회루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입니다. 연못에 또 하나의 경회루가 잔잔하게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스듬하게 바라보면 그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데 바람에 불면 잔잔한 물결에 흩어졌다가 가라앉으면 다시 선명하게 보이는 모습이 일품입니다. 연못에는 나무를 심어놓은 작은 섬이 있고, 뱃놀이를 즐겼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작은 배도 한 척 떠 있죠. 경회루의 기둥은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데 대단히 경쾌한 느낌을 주는데요. 용마루가 있는 크고 경사진 기와지붕이 주는 웅장함과 맞물리면서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지금은 없지만 조선시대에는 화재를 막기 위해 지붕에 쇠사슬을 드리우기도 했답니다. 불이 났을 때 쇠사슬을 붙잡고 지붕에 올라가서 진화하기 위해서 말이죠.
안에서 본 경회루
사실 경회루는 사전 신청을 하면 내부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하고 문 앞에 대기하면 명단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줍니다. 그리고 해설사의 안내를 받아서 내부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시간은 대략 45분 정도로 20분에서 25분 정도 해설을 듣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돌아볼 시간을 갖습니다.
경회루에 들어갈 수 있는 돌다리가 세 개 있는데 제일 앞쪽에 있는 것이 임금이 드나드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다리 역시 난간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고, 군데군데 석상이 아기자기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1층은 기둥들이 촘촘하게 세워져 있는데 제일 바깥쪽은 사각형이고 나머지 안쪽의 기둥들은 모두 원형입니다. 매끈한 돌기둥이 대단히 날렵해 보이는데 건너편으로 가면 연못에 있는 인공섬과 멀리 인왕산이 보입니다. 슬리퍼로 갈아 신고 2층으로 올라가면 더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2층은 벽 사이에 문을 달아서 공간을 구분했습니다. 가운데는 한 칸 정도 높였는데 아마 임금이 앉은 곳으로 추정됩니다. 이곳에서는 주변이 잘 내려다보입니다. 특히 관광객들이 몰려서 사진을 찍는 정면의 수정전 방향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전각의 지붕들도 잘 보이는데 아래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합각의 벽돌 장식과 처마의 잡상들도 눈 높이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2층의 천정도 단청으로 장식되어 있는데 구름이 휘감아 도는 모양이 화려하고 역동적이라 꽤 인상적입니다. 해설사의 안내가 끝나고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꼭 가운데에 누워서 천정을 바라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나무바닥이 의외로 푹신한데다가 천정의 단청이 마치 3D 입체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거든요.
밤에 본 경회루
경복궁이 야간 개장을 하면서 우리는 경회루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밤과 조명이 어우러지면서 낮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경회루를 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어두워지면서 주변의 모습들이 사라지고 조명이 경회루에 집중되면서 마치 보름달처럼 두둥실 연못 위에 떠오른 겁니다. 오롯하게 자리잡은 모습에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좀 떨어진 곳에서 바라봐도 환상적으로 아름답습니다. 낯선 시간에 만난 경회루가 더 아름다운 이유는 우리가 볼 수 없었던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바로 물 위에 뜬 경회루의 그림자입니다. 낮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흐릿했다면 밤에 비치 그림자는 흡사 거울처럼 선명합니다. 밤이 가져다 준 또 다른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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