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근육 키우기

자존감이 낮다고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마음 근육 키우기 : 자존감이 낮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마음 근육 키우기 : 자존감이 낮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인간의 본성 중에서 이보다 더 훌륭한 것은 없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그들의 의도와 감정이 내 것과 아무리 다르더라도 심지어 정반대 되더라도 이에 대해 소통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 데이비드 흄 -

쉽게 상처받는
사람들

"사람들이 나를 무시한다." 혹은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청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고민을 해온 분들은 '누구도 내게 상처 줄 수 없다‘, '강철 멘탈', ‘자존감 높이기' 등의 제목을 내건 책을 열독하며 ‘어느 누구에게도 무시당하지 않는 나’를 만들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비슷한 제목의 책을 여러 권 읽어도, 어느 누구의 비판이나 지적에도 신경 쓰지 않고 쿨하고 당당해 보이려고 애를 써도 별 것 아닌 일에 무너지고 맙니다. 왜 그럴까요? 그들은 무엇을 놓친 것일까요?

'자존감이 낮다'고 고민하는 분들은 대개 누구를 만나도 ‘자존감이 낮은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한 사람을 만나면 위축된 자기 자신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일 잘하고 유능해 보이는 사람 옆에서는 무능한 자신을 탓하지요. 관대하고 활발해서 주위에 친구가 많은 사람을 볼 때면 자신의 속 좁음, 옹졸함을 비난합니다. 누구를 만나든 오직 '나'에게 관심이 가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늘 자신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고 자기가 부족하다고 하는 사람들일수록 지나치게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해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내가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지 않은 지 한번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간단히 살펴볼까요? 과거의 추억이나 지난 일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5년 전, 10년 전, 혹은 15년 전…. 머릿속 앨범을 꺼내보듯 과거의 어느 한 때를 떠올려 보는 겁니다. 내가 많이 힘들었을 때, 혹은 고민이 많았던 때를 떠올려보면 더 좋습니다. 그때 내 옆에 있었던 친구나, 동료, 연인, 혹은 가족들의 얼굴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누가 떠오르나요? 그때 그 사람의 상태는 어떠했나요? 기분은 어땠을까요? 그 사람이 바랐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느껴지십니까? 혹시 내 기분과 내 고통, 그때 내가 처했던 상황만 기억나는 것은 아니신지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지만 어느 누구 하나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고, 유달리 나의 부족했던 것과 안타까웠던 점, 나의 결핍과 고통, 실패나 좌절의 순간만 생생히 기억나신다면 자기중심성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시간이 반복되고 길어지면 결국 지나치게 자기자신에게만 몰두해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타인과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없는 것, 부족한 것을 탓하고 비난하면서 스스로 움츠러드는 것이지요. 이런 패턴으로 살면서 ‘자존감이 낮다’고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권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면서 내가 저 사람보다 ‘높다, 낮다’, ‘잘났다, 못났다’, ‘잘했다, 못했다’ 등으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나’를 내려놓으라고 조언합니다. 그래야만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고,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머릿속에 ‘나는 어떤지?’가 떠나지 않는다면 누구를 만나도 결국 ‘나’에 대한 메시지만 보고 듣게 될 것입니다. 그냥 가볍게 한 농담도 ‘나를 무시했나?’라고 받아들이게 되고, 누군가가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해도 ‘나 들으라는 거지?’하며 듣게 되지요.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에게서 나온 모든 정보를 나에 대한 평가로 해석한다고 해보세요. 어떻게 될까요? 자존감이 낮다고 호소하게 되지 않을까요?

자존감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

임상심리학자 랜디 패터슨 Randy Paterson은 “자존감이라는 말은 시대가 만들어낸 신화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20년간 캐나다에서 심리치료를 해온 패터슨 박사는 자존감이 낮다고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왜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도 행복하게 잘 살지 못하는지, 왜 다른 사람처럼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잘 해내지 못하는지 원망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박사는 자신의 책 《비참해지는 법 How to be miserable》에서 ‘자기혐오’가 있을 뿐이지 ‘자존감’이라는 것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자존감은 추구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균형잡힌 삶을 잘 살아갈 때 결과적으로 느껴지는 전반적인 만족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나에 대한 지나친 집중과 몰두에서 나오는 자기평가가 아니라,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서 비롯되는 보다 현실적이고 건강한 자기상 self-image 은 어떤 것일까요? 최근 심리학에서는 이에 대한 답으로 자기자비 self-compassion을 제안합니다.

자기자비란 내가 타인과 연결되어 있고 그다지 다르거나 특별할 것이 없기 때문에, 나와 타인을 같은 마음으로 아끼고 돌보는 것입니다. 자기와 타인이 관련된 경험에 대해 조망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고통받는 자신에게 몰두하고 그것을 자신과 과잉동일시하는 습관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따라서 혼자 동떨어진 것 같은 자기중심성을 줄이고, 타인이나 세상과 연결된 느낌을 늘려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경험을 더 큰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 자신의 고통의 정도를 더욱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있는 것을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고, 자신의 부족함과 약점을 가진 채로 유연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가장 건강한 마음 상태라고 할 수 있지요.

‘나는 강하다. 어느 누구도 내게 상처 줄 수 없다’고 장벽을 높이 세우는 것보다, 내가 때로는 상처를 받고 슬퍼하며 울 수도 있지만 그런 일들은 모두 흘러가는 삶의 일부라고 마음을 여는 것이 더 정직하고 적극적인 태도일 것입니다.

세상을 내편으로 만드는 처방 질문
“이 상황은 나를 놀라운 곳으로 데려다 줄 파도가 아닐까?”

우리가 삶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요? 파도가 치는 것이 삶이고 우리는 그 파도가 어디로 데려갈지 알지 못합니다. 파도를 막으려 한다거나, 파도가 나아갈 방향을 예측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모험하는 마음으로 파도타기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때로는 마음을 비우고 파도에 올라탄다면 파도가 나를 놀라운 곳으로 데려다 줄지도 모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삶의 신비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르지요. 그것이 불확실하고 불가해한 삶을 사는 지혜 아닐까요?

변지영

변지영

소장

공생연 (공부와 생활 연구소) 소장으로 한국인의 복잡하고 특수한?‘자아’?개념과 이로 인해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는?‘학습된 무기력’?증상을 연구하며 심리학과 철학의 경계에서?‘삶이 되는 공부’의 방법론에 관해 연구중

역서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저술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당신에게」 「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 「아직 나를 만나지 못한 나에게 」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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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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