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에스프레소나 블랙커피를 처음 맛본 사람은 맛이 마치 사약같다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이 새카맣고 쓴 음료에 중독되어 하루에도 몇 잔씩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다’ 며 쓴맛의 채소를 찾아 먹고,
톡 쏘는 쓴맛이 입안을 자극하는 맥주를 즐겨 마시며, 단 맛이 전혀 없는 카카오 100%의 초콜렛을 즐겨먹는다.
그런데 본래 쓴맛은 몸에 독소가 들어오기 막기 위한 생물학적 시스템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즉 독이 있는 것으로부터 살아 남기 위한 신호음이었던 것이다. 인간은 혀에 쓴맛이 닿으면 뇌에 전기화학적 연쇄반응이
일어나면서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특징은 찡그린 표정이다.
원시시대에는 먹지 않았을 쓴 맛, 그런데 쓴맛은 어떻게 살아남은 걸까? 인간은 왜 쓴맛을 즐기게 된 걸까?
*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쓴맛은 누구나 느끼는 것일까?
1930년 뉴저지주에 위치한 한 연구소에서 화학자 아소폭스 (Arthur Fox). 흰색 가루물질을 병 속에 붙이는 작업 중이었는데, 실수로 병을 깨트려 흰색 가루가 공기 중에 퍼졌다. 잠시 후 옆에 있던 동료가 강한 쓴맛을 느끼며 얼굴을 찡그리며 불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폭스는 동료의 말을 믿지 못했다. 폭스도 흰색 가루를 마셨지만 쓴맛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폭스는 쓴 맛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미맹’이였다.
‘미맹’이란? 맛을 보는 감각에 장애가 있어 정상인이 느낄 수 있는 맛을 느끼지 못하는 병적 상태. 또는 그런 상태에 있는 사람.
폭스의 이 우연한 발견이 있기 전까지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느끼는 맛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믿었다. 맛이 다르다고 느낀다면 기분이나 기질 탓이라고 느꼈다.
미각의 비밀
“쓴맛을 느끼는 형질과 느끼지 못하는 형질은 500만년도 더 전에 침팬지에게 먼저 나타났고, 약 40만 년 전에 공통 조상으로부터 우리와 갈라진 네안데르탈인 역시 쓴맛을 느끼는 사람들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공존했다.” <미각의 비밀> 77p
전체 미국 인주 중 ¼이 미맹이라고 한다. 영국 북동부 전체 인구 중 1/3이 미맹이라고 한다. 인도에서는 미맹의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이것은 영국에서는 맥주가 인도에서는 톡 쏘는 맛의 요리가 인기를 끄는 이유이다. 그렇게 쓴맛 유전자의 특정 변이로 나타난 형질, 미맹 덕에 쓴맛은 살아남았으며 쓴맛 유전자와 함께 인간은 진화했다.
인류가 지구 곳곳에 정착에 살아가면서 쓴맛에 민감한 사람들은 독소를 탐지함으로써 집단이 살아남는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반대로 쓴맛에 둔감한 사람들은 더 새로운 먹거리를 더 많이 맛보고 잠재력 있는 먹거리를 발견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권했을 것이다. 그렇게 음식문화는 발전했고, 인류는 번성했다.
“쓴맛은 다른 향미와 결합할 때 훌륭한 맛이 난다. 만약 쓴맛이 사라지면 음식의 활기도 사라진다.”
- <미각의 비밀> 저자이자 저널리스트 존 맥퀘이 -
쓴맛의 즐거움은 삶에 지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경험들은 사람들의 뇌까지 변화시켰다. 불쾌감으로 받아들였던 신경세포의 네트워크가 쓴맛을 부드럽게 순화하고 기분 좋은 맛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잘 풀리지 않은 일 때문에 친구의 위로를 받으며 마셨던 시원한 맥주 한잔. 건강 잘 챙기라며 어머니가 무쳐준 쌉쌀한 맛의 봄나물. 인간에게 쓴 맛은 단순한 미각이 아닌 삶을 이끄는 가치가 되었고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존재인 것이다.
·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입니다.
· 본 콘텐츠는 사전 동의 없이 상업적 무단복제와 수정, 캡처 후 배포 도용을 절대 금합니다.
여러 사이트에서 유사한 아이디 및 비밀번호를 사용할 경우, 비밀번호 노출 위험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고객님의 소중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현재의 비밀번호를 변경 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
안내
'일상의 쉼표' 같은 공간인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를 함께 걷고 느껴주시는 고객님께 감사드립니다.
교보생명은 다양한 인문학 콘텐츠들을 더 많은 고객이 보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현재까지 운영하던 별도의 공간(본 사이트 : kyobostory.co.kr)에서 2024년5월2일부터
더 큰 공간(교보생명 사이트 : kyobo.com 內 하루잇문학)으로 옮기고자 합니다. 이제까지 걸으셨던 여유 있는 인문학의 걸음을 계속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본 사이트는 2024년12월31일까지 유지예정)
※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의 회원님의 정보는 자동 이전되지 않으니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