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지혜

정도전과 권근의 운명을 가른 외교문서, 표전문

고전의 지혜 : 정도전과 권근의 운명을 가른 외교문서, 표전문 사건 고전의 지혜 : 정도전과 권근의 운명을 가른 외교문서, 표전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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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01 위기에 빠진 조선

조선이 건국된 지 5년. 명나라로부터 들려온 소식에 태조 이성계는 큰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1년 전 명나라로 보낸 외교문서가 문제가 된 것인데요. 문서를 본 명나라의 황제 홍무제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크게 분노하고, 조선의 사신을 억류한 것입니다. 게다가 외교문서 작성을 총괄한 정도전을 명나라로 압송할 것을 요구하자, 태조는 엄청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02 분열하는 조선의 조정

태조 이성계 : “정도전을 명나라로 보내 전쟁을 막을 수 있다 면야 생각해 보겠네. 하지만 명나라가 전쟁을 하기 위해 트집을 잡는 거라면 아까운 인재만 잃는 셈이니 쉽게 결정할 수 없었네.”

태조가 고민에 빠져 있는 동안, 조정은 두 편으로 갈립니다. 이방원과 그 측근은 정도전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도전과 그 측근은 당연히 보내면 안된다고 주장했죠.

이방원 :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당연히 목숨을 걸고 나서는게 신하된 자의 도리가 아니겠소. 헌데 병을 핑계로 조정에 나오지도 않다니 정말 한심하기 그지 없었지.”

정도전 : “홍무제는 조선을 길들이기 위해 괜한 트집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난 진짜 배가 볼록 나오는 병에 걸려서 거동조차 할 수 없었어요.”

고전의 지혜 : 정도전과 권근의 운명을 가른 외교문서, 표전문 사건

#03 해결사 권근의 등장

조정 내 갈등이 극에 이르던 그때, 권근이라는 인물이 정도전 대신 명나라에 가겠다고 나섭니다. 권근은 명문가 출신이지만 고려에서 벼슬을 지내는 동안 잘못된 처신으로 유배지를 전전 했었습니다. 조선이 건국된 후, 뒤늦게 조정에 참여하지만 존재감 없이 조용히 지내고 있었죠. 그런데 권근은 왜 갑자기 명나라에 가겠다고 한 것일까요?

권근 : “제가 사실 외교문서 전문가입니다. 고려에서 잘 나갈 때, 명나라로 가서 외교문서도 받아오고 그랬지요. 돌아오는 중에 문서를 미리 뜯어봤다가 극형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 태조께서 도움을 주신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죠. 그러니 이런 위기에는 제가 나서는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은혜를 갚기 위해 사지로 나서는 권근의 모습, 정말 아름다운 장면인데요. 사실 꼭 그런 이유로 나선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개국세력에 비해 뒤늦게 벼슬을 하게 된 권근은 존재감이 미약했기 때문에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고 나섰던 것이죠.

#04 권근, 홍무제를 만나다

드디어 권근이 정도전 대신 명나라로 가게 됩니다. 명나라에 도착한 권근은 바로 홍무제를 만나지 않고, 은밀히 조사를 시작합니다. 홍무제가 외교문서를 보고 분노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봤던 것이죠.

권근 : “그게 다 홍무제의 콤플렉스 때문이었더라구요. 홍무제가 어릴 때는 탁발승으로 걸식하며 지내고, 조금 커서는 반란군인 홍건적에 있었는데요. 그래서 스님을 뜻하는 '승(僧)'자나 도적을 의미하는 '적(賊)' 같은 글자만 보면 자신을 멸시한다고 느꼈던 겁니다. 헌데 우리가 보낸 외교문서에 하필 그 글자들이 있었으니 그걸 보고 폭발했던 거죠.”

홍무제가 분노한 원인을 알아낸 권근은 황제를 알현하고 태조가 홍무제를 희롱하려는 의도가 없었음을 해명합니다. 권근의 끈질긴 설득으로 홍무제는 마음을 풀게 되고, 결국 융숭한 대접을 받고 조선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05 권근을 모함하는 정도전

권근이 나라를 구한 영웅이 되어 돌아오자, 정도전은 위기감을 느끼게 됩니다. 홍무제가 화난 이유도 모른 채 병을 핑계로 명나라로 가지 않았으니, 미련한 겁쟁이가 되어버린 것이죠. 이에 정도전은 권근이 명나라와 내통했다는 모함을 하게 됩니다.

정도전 : “권근이 명나라에서 돌아와서 황금을 사용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그 자가 어디서 금을 얻었겠습니까? 명나라 가서 금까지 받은 걸 보면, 홍무제와 내통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나레이션) 정도전을 총애했던 태조였지만 권근에 대한 모함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성계 : “아무리 내가 정도전을 아끼지만 그때는 좀 당황스러웠소. 사실 그 황금은 권근이 명나라에 갈 때, 여비에 보태라고 내가 몰래 준 것이었으니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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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엇갈린 운명, 정도전과 권근

외교문서로 촉발된 명나라와 조선의 갈등은 권근의 활약으로 마무리 되는 듯 했으나, 다시 또 사건이 터집니다. 홍무제에게 말을 선물로 보냈는데, 말 안장에서 천(天) 자가 거꾸로 쓰여져 있는 게 발견된 것입니다. 홍무제는 또 자신을 희롱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정도전 압송을 요구합니다. 정도전은 이번에도 명나라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오히려 요동정벌을 주장하는데요. 결국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키고 정도전은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방원 : “정도전 그 자는 조선을 멸망의 길로 몰아가고 있었소. 요동정벌이라는 고려 우왕의 무리한 명을 거역하고 위화도에서 군사를 돌려 세운 나라가 바로 조선이오. 그 자가 자신의 권력을 위해 이제 와서 요동정벌을 주장하다니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소.”

정도전 : “명나라 홍무제는 계속 트집을 잡으면서 국정을 간섭하고 있었습니다. 명나라에 끌려 다니지 않으려면 요동정벌 밖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또 그 과정을 통해 각지에 흩어져 있는 사병을 흡수해서 국력을 강화하려고 했던 것이죠. 대업을 이루지 못한 것이 한이 될 뿐이오.”

권근 : “어이없이 저를 모함하기도 했지만 저는 정도전을 나쁘게 보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이나 저나 가고자 하는 길은 같았습니다. 다만 그는 지나치게 빨리 가려다 탈이 났고, 저는 꾸준히 목적지를 향해 걸어 갔을 뿐이죠.”

둘의 엇갈린 운명이 주는 교훈

이방원이 왕위에 오른 후, 권근은 정국 안정을 주도하는 인물로 부상합니다. 명나라에 보낸 외교문서로 인해 정도전과 권근은 각기 다른 운명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둘의 엇갈린 운명을 보면서,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가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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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01-20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