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연재소설

[단단하게 부서지도록] 미리보기

우리 시대 대표적인 작가, 정이현 인터뷰 우리 시대 대표적인 작가, 정이현 인터뷰
우리 시대 대표적인 작가, 정이현 인터뷰
  • 감각적이고 치밀한 문장으로 지금 이곳, 우리의 ‘오늘들’을 기록하는 우리 시대 대표적인 작가 정이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낭만적 사랑과 사회』 『오늘의 거짓말』 『달콤한 나의 도시』 등을 비롯해 최근 발표한 소설집 『상냥한 폭력의 시대』까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들로,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정이현의 새 작품 『단단하게 부서지도록』이 올 12월부터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에 공개된다.

    이번에 연재되는 『단단하게 부서지도록』은 그녀가 처음 집필하는 청소년 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 ‘지유’는 초등학교 때 ‘천재 소녀’로 불리며 야구에 소질을 보였지만, 여자 야구부가 있는 중학교가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야구를 그만둔다. 이후 고등학생이 되어 우연한 계기로 소프트볼을 시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연재를 앞두고 궁금해 할 독자들을 위해 그녀에게 새 작품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았다.

우리 시대 대표적인 작가, 정이현 인터뷰
우리 시대 대표적인 작가, 정이현 인터뷰

교보생명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에 청소년 소설 『단단하게 부서지도록』을 다음 주부터 연재하십니다. 이번 작품이 작가님의 첫 번째 청소년 소설로 알고 있는데요, 작품을 쓰신 계기나 이유, 혹은 각오를 들을 수 있을까요.

    모든 여자들에게는 소녀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소년들의 성장서사와는 다른 소녀들의 성장서사를 언젠가 한번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번 연재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단단하게 부서지도록』이란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구상하고 계시는지,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십대’라는 시간이 어쩌면 ‘부서지기 쉬운’ 시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 나이를 부서지기 쉬운 때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쉽게 부서지지 않지요. 어쩌면 의외로 ‘단단한’ 시간, 혹은 자신이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시간이 바로 십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소설의 화자이자 중심인물인 ‘지유’도 그런 사람입니다. 어릴 때 여자 야구선수였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타의에 의해 그 꿈을 접고 처음부터 꿈이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지요.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어 새로운 꿈을 만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꿈을 통해 꼭 거창하고 대단한 것을 이룰 필요는 없음을 알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에 6개월가량의 장기 연재를 결정하시면서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요.

우리 시대 대표적인 작가, 정이현 인터뷰

    일일 연재를 두 차례 경험한 적 있습니다. 연재를 하는 동안에는 몹시 힘들었지만, 그만큼 차곡차곡 원고를 모아갈 수 있었던 소중한 기억입니다. 시간을 성실하고 꾸준하게 보내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완결된 작품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읽어주시는 분들과 함께 조금씩 조금씩 서사를 완성해가는 즐거움도 컸습니다. 이번에는 주간 연재이지만, 동시대 독자들과 호흡을 맞춰 재미있게 연재하고 싶습니다.

주인공 ‘지유’는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야구부에서 활동했는데요, 여자 야구부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결국 야구를 그만둔다고 들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여성이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겪는 차별에 대해 평소 관심을 두고 계셨는지요?

    물론 그렇습니다. 특히 딸 둘을 키우면서, 평소 관성적으로 무심코 지나쳤던 여러 문제들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날 딸이, 우리는 여자니까 매일 울어도 되지만, 우리 반 남자아이 누구는 평생 세 번만 울어야 한 대, 라고 말했을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는 여자라서 그건 못해, 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때도 그렇고요.

학창 시절, 주인공 ‘지유’처럼 꿈이 좌절되거나 현실의 벽에 부딪쳐 포기해야만 했던 경험이 있으신지요?

    현실의 벽에 부딪쳐 좌절했다기보다는, 현실이 어려울 거라고 지레짐작하여 미리 포기해버린 경험이 저에게는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일례로 고등학생일 때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어쩐지 어려울 것 같아서 대학 전공을 택할 때는 다른 과를 선택했어요. 그러면서, 어차피 나는 해도 안 됐을 거, 라는 식으로 신 포도의 논리를 스스로에게 적용하곤 했습니다.

야구선수를 꿈꾸었던 주인공 ‘지유’처럼, 작가님께서도 어린 시절에 야구를 좋아하거나 그에 대한 추억이 있으신가요?

    어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프로야구에 열광했었어요. 프로야구가 제 4학년 때 시작되었는데 저는 오비 베어스의 광팬이었어요. 6학년 때까지는 모든 프로선수들의 타율을 다 외우고 다녔어요. 딱지 사서 동생이랑 오후 내내 맞추고 놀았어요. 삼미의 듣도 보도 못한 선수들의 타율까지 외웠어요. 박철순을 아주 좋아해서 결혼하고 싶어 했어요.” (정혜윤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푸른숲, 2008에서)

    다시 돌아봐도 정말 그랬어요. 당시는 1982년이었고, 아이들은 서울 연고팀이던 오비 베어스와 엠비시 청룡으로 나누어 열광적으로 응원을 했었는데 저는 오비 베어스를 좋아했습니다. 스포츠 기자가 되는 게 어린 시절 유일한 장래희망이었고요.

작품에서는 야구부를 그만둔 ‘지유’가 꿈을 잊고 지내다 어떤 계기로 소프트볼을 시작하게 됩니다. ‘소프트볼’이라는 소재가 참 독특한데요, 소프트볼을 작품의 소재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소프트볼을, 흔히 야구의 약식 버전 스포츠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여성이나 어린이들이 주로 하는 경기라서 그런 것일까요. 그런데 알면 알수록 소프트볼은 야구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다른 운동이고, 어떻게 보면 경기의 규칙이 더 단순한 것 같지만 그 안에서 어떤 규칙과 미덕이 존재했습니다. 야구 아래 소프트볼이 아니라, 야구와 변별되는 분명한 하나의 세계. 작고 부드럽지만, 단단한, 그 세계가 십대 소녀의 세계와 어떤 부분 닮아 있다고 느꼈고, 그 느낌을 소설로 구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 시대 대표적인 작가, 정이현 인터뷰

앞서 두 딸을 키우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만약 자녀분이 주인공 ‘지유’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지요?

    저는 걱정은 많지만,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엄마이고 싶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십대가 아니라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지유와 같은 상황이라면, 지금 네가 원하는 것을 하라고, 먼 미래는 걱정하지 말고 지금을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신지요? 혹은 마지막으로 소설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청소년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쓰는 첫 소설이라 저도 떨립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소설을 어떻게 성인 소설/청소년 소설로 나눌 수 있겠느냐는 생각도 듭니다. 이것이 청소년 소설임을 특별히 염두에 두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십대 소녀의 이야기. 그가 어떤 좌절을 겪고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삶을 만들어가는지가 이 소설의 유일한 관심사입니다. 함께 읽어주시고, 함께 느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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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12-06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