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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보호자 사이의 통역사

드림&나우 9화 - 반려동물과 보호자 사이의 통역사
드림&나우 9화 - 반려동물과 보호자 사이의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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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화 장선화

반려동물과 사람의 소통을 돕는다

최근 1인 가구 증가, 저 출산, 고령화 등의 사회 변화에 따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가 1천만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뉴스가 소개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인간과 동물을 주인과 종 또는 소유물이 아닌 삶의 동반자의 관계로 보고,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 주인 보다는 보호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자연과 동물과 인간을 공존하는 관계로 보고, 생명을 보다 존중하는 세계적인 분위기 속에서 반려동물 보호를 위한 유럽 협약이 체결되었고, 반려동물 등록제를 비롯해 동물을 기르기 위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등 반려동물 보호를 위한 사회적 장치를 마련하는 국가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반려동물이 등장하는 영화와 광고와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도 쉽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반려동물 유기와 학대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고, 반려 동물과 사람이 가족이 되면서 소통과 관계의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과 반려동물 사이에서 동물의 통역사가 되어주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습니다.

#0. 프롤로그 :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동물과 대화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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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커뮤니케이터(animal communicator)는 동물과 대화하는 사람이다. 동물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그들의 뜻을 대신 전해서 반려동물 보호자를 비롯한 사람과의 관계에 도움을 주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여전히 낯선 이름이지만 2009년 ‘TV동물농장’에 출연해 유기견의 아픈 상처를 읽어내고 왜 사람들의 손길을 거부하는 지 해석해주었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하이디 편이 감동과 화제를 모은 이후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늘어났다. 하이디가 ‘또 버려질까봐…’라고 유기견의 마음을 언어로 표현했을 때 많은 시청자들이 눈시울을 붉혔고, 그 이후 꾸준한 대화와 노력 끝에 사람의 손길을 거부한 채 마음을 꼭꼭 닫고 지냈던 유기견이 마음을 열게 되면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은 더 주목을 받았다. 현재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에서 관리하는 직업 사전에 동물교감전문가(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새로운 직업으로 등재되어 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좀 더 쉽게 이해하려면 통역사를 떠올리면 된다. 하지만 나는 사람보다는 동물의 입장에서 통역을 하려고 노력한다. 동물의 본능이나 습성을 무시하고 사람의 기준에만 맞춘 일방적인 요구를 전달하지 않는다. 사람의 뜻을 반려동물에게 전달하되 강요하지 않고 설득을 한다. 선택은 어디까지나 동물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동물들의 본능과 습성을 연구해 행동을 교정하는 행동교정 전문가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다른 점이 이 부분이기도 하다.

#1. 당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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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내가 현재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로 일하게 된 데에는 운명과 같은 순간이 있었다. 대학 졸업 직후 해외 난민 아동 돕기 행사에서 봉사를 하던 나는 기증된 도서 중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표지 사진으로 등장하는 한 권의 책을 발견한다. 어렸을 때부터 마당이 있는 할머니 댁에서 자라면서 8년 정도 바둑이를 키우는 등 동물이라면 다 좋아하는 나에게 고양이가 표지로 등장하는 그 책은 마치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영국 최초의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로 잘 알려진 피 호슬리가 쓴 ‘하트 투 하트 (Heart to Heart)’. 여러 해 동안 극장의 무대감독으로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자신에게 동물 교감 능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뒤 ‘애니멀 커뮤니케이션’ 훈련과정을 거쳐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는 저자가 다양한 동물들과 교감하고 소통한 경험을 기록한 그 책을 집에 가져와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그 중 한 문장 때문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2. 세계적인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아멜리아 킨케이드의 한국 첫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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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을 배울 수 있는 과정이나 학원을 찾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고, 여러 차례 자료 조사를 한 결과 결국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의 본 고장으로 알려진 미국으로 가서 배우기로 결심을 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아멜리아 킨케이드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3주 과정의 특별 워크숍을 신청한 뒤 미국 엘에이 행 비행기를 탔다. 아멜리아 킨케이드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이자 강사 겸 작가다. 동물들도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을 건다는 사실을 널리 알렸고, 동물구호단체, 동물 애호가, 채식주의자들로부터 동물들과의 소통을 돕고 거리를 좁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분이다. 아멜리아 선생님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기병대와 함께 일했고, 찰스 왕세자의 사냥용 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이런 독특한 능력이 ‘뉴욕 타임즈’, ‘시카고 트리뷴’, ‘BBC 뉴스’ 등에 소개되었다.

두 권의 책이 번역되어서 우리나라에 출간되었고, ‘TV 동물농장’에 출연했던 하이디의 스승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나는 아멜리아 킨케이드의 첫 한국 제자, 국내 첫 유학파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되었다. 3주 과정의 워크숍은 다양한 동물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서 동물의 보호자와 공유하면서 대화가 잘 되었는지를 점검해보는 실습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재미있기도 했고 실질적인 훈련이 되었다.

#3. 너의 목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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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미국에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에 돌아와 7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다음 해인 2014년 5월엔 포털 사이트 다음의 스토리볼에 '너의 목소리가 들려' 라는 제목으로 총 10화의 글을 연재할 기회가 생겼다.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반려 동물이 왜 그랬는지를 듣고 보호자와 동물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거나 아픈 곳을 찾아내 병원에 가게 했던 반려견 등 서로 다른 주제를 사례와 함께 다루었다.

처음에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는 직업이 생소한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갖고 문의를 하거나 상담 요청을 하는 분들이 많았다. 하루에 100건 이상 글이 올라오고, 한꺼번에 50개 이상의 문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인터뷰 한 10월 10일 기준) 현재 상담 일화도 올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내 페이스북은 좋아하는 사람이 약 6천3백명이다. 10월 상담도 예약이 완료된 상태. 동물과 대화를 한다는 것이 정신을 집중하고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정신적, 체력적으로도 관리를 잘해야 하는 일이라 일주일에 9~10회로 상담 건을 조정해서 받고 있다. 이 정도가 나에게는 적당한 것 같다.

상담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진다. 보통 의뢰가 들어오면 의뢰한 보호자에게 상담 절차에 대한 안내문을 보내고 대화를 나눌 동물의 사진과 묻고 싶은 질문 10개를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그 이후에는 (주로 사진을 통해) 동물과 1:1로 요청 받은 질문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누고 동물들이 들려주는 답변을 다시 한번 확인 한 뒤에 대화가 잘 진행되었다고 판단되면 결과를 정리하여 보호자에게 알려준다.

#4. 스스로를 믿기, 잘 표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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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이상하거나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해 진심으로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다. 워크숍과 상담 경험을 통해 나는 이런 대화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원래부터 있었던 교감 능력이라고 믿는다.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마더 네이쳐(mother nature :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라든가 우리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 직관력 등을 떠올리면 좀 더 쉽게 이해될 수도 있다. 어린 아이들이 동물과 더 잘 통하는 것이 그 예다.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을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상담을 하다 보면 반려견의 답변을 전해 들은 보호자들이 ‘그럴 줄 알았다’고 반가와 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배움과 훈련을 통해 반려견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실 그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들과의 대화를 ‘직관적인 대화’라고 표현한다.

한편 동물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수다스러운 동물들도 있는 한편 과묵한 동물들도 많이 만난다. 과묵한 아이들의 경우, 단답형으로 대답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다각도에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창의적으로 질문을 만들어내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 그리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는 사람으로서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을 느끼기도 하고, 동료 없이 오로지 혼자 일하기 때문에 가끔 외롭기도 하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보호자에게 잘 표현하고 전달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중재자로서 양 쪽에 오해나 거짓이 없도록 전달하는 부분에도 늘 책임감을 느낀다···.

#5. 오히려 동물에게 위로 받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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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커뮤니케이터로 일하다 보면 내가 오히려 위로를 받고 힐링이 될 때가 있다. 가족 중 누군가 ‘밥값을 못하는 사람’ 이라고 말하는 걸 듣고, 스스로 밥값을 하려고 밥을 통 먹지 않았던 반려견 ‘구름이’는 ‘너는 충분히 소중한 존재이고 우리 가족에게 넘치는 밥값을 하고 있다’는 가족들의 호소를 전해 듣고 그 뒤부터 밥을 잘 먹고 있다. 어찌 보면 사람보다 생각이 깊은 녀석이다. 그런가 하면 보호자가 모를 거라 생각하고 모두가 잠든 밤에 거실에 응가 하다가 CCTV로 다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자, 다음부터는 카메라 사각 지대를 귀신같이 알아내 거기에만 응가를 하고 다닌 ‘사랑이’는 정말 귀엽고 재미있는 친구였다.

미국에서 들어와 처음에 일이 많지 않고, 대화도 잘 안 되는 것 같을 때 일이다. 친구들이 동물원에 가서 동물들과 대화도 해보고 기분 전환도 하자며 서울대공원으로 나를 데려갔다. 코끼리 축사에 갔는데, 아시아 수겔라 코끼리(암컷)가 관람객으로부터 등을 돌린 채 계속 고개를 양쪽으로 젓고 있었다. 무언 가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그 때 내가 들은 답변은 ‘아기를 갖고 싶은데 이곳은 여건이 되지 않아서 아기를 갖지 못하고 있으며 그래서 너무 슬프고 화가 난다’는 것이었다. 당시 수겔라 코끼리와 비슷한 심정이었던 나는 ‘나도 너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대화가 잘 안돼). 그런데 네가 지금 뒤돌아 서서 나를 보아 준다면 정말 위로가 될 것 같은데 해 줄 수 있겠니?’ 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자 수겔라 코끼리는 전혀 망설임 없이 뒤돌아 서서 나의 눈을 쳐다보아 주었다! 나는 그 때 정말 많은 힘과 위로를 받았고 ‘이 일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고는 대공원 코끼리 사육사를 찾아가 내가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다행히 사육사도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었고 방법을 찾겠다는 답변도 들었다.

지금도 그 때 수겔라 코끼리가 나를 바라보던 눈빛과 그 순간이 정말 생생하다. 그리고 지난 2016년 6월! 그 수겔라 코끼리와 수컷 가자바 코끼리 사이에서 22년만에 2세가 탄생해 서울대공원이 경사라는 뉴스가 여기 저기 보도되었다! 내 일처럼 기뻤고 자신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나를 위로해 준 수겔라 코끼리에게 다시 한번 감사했다.

#6. 에필로그 : 동물과 함께 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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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증가하면서 내가 도울 일이 많아진다는 건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반려동물의 가족이 그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존재라는 걸 잊지 않는 것이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는 가족과 반려동물을 돕는 조력자일 뿐이다. 앞으로 이 일을 열심히 할 생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동물보호운동가가 되고 싶다. 요즈음 시에서 지원하는 길고양이 카페들이 생기고 있다. 방치된 고양이들을 돕고, 고양이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고 들었는데 내가 사는 안양 평촌에서도 위험에 처한 길고양이를 구하고 보호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 동물은 우리의 친구이자 가족이다. 우리는 서로를 돕고 위로할 수 있다. 동물이 생각하고 알고 느끼며 대화가 가능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면 사람 사이의 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plus]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장선화의 10계명

1.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

2. 선입견과 편견 등 마음과 머리를 비우고 시작할 것

3. 섣불리 짐작하지 않기

4. 작은 정보에도 세심하게 귀 기울이기

5. 자신을 믿고 마음과 모든 감각을 열어 둔다

6. 동물에게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7. 보호자(사람)가 듣고 싶은 얘기만이 아니라 반려동물이 들려주는 그대로를 전할 것

8.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 들여보내준 동물에게 늘 감사하라

9.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자를 돕는 마음으로

10. 항상 겸손하라

장선화

장선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동물과 대화를 하여 이상 행동을 진단하고 반려 동물과 사람이 더 깊고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동물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한 사례를 다음 스토리볼에 연재하였고, 페이스북을 통해 사례와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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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사진
해피메모리 이문교(인터뷰), 장선화(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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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11-04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