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지막 로맨스

13장 - 변신 (1)

                             13화 - 변신 (1)                                좁다란 골목길의 계단을 오르는 한 남자.                                구준이다. 가로등에 그의 얼굴이 반쯤 비춰 보인다.
                            구준이 고개를 들어 보면, 골목 끝에 키 큰 남자의 그림자가 보인다. (희준)                                희준 역시 구준을 의식하며 본다.                                 마주 서 있는 두 사람.
                            희준이 입을 연다.                                희준 : “늦었네.”                                희준을 빤히 마주보던 구준,                                구준 : “(옅게 미소 지으며) 들어가자.”
                                구준의 집. 희준 앞에 컵을 건네는 구준.                                 구준 : “물 밖에 없다.”                                희준 : “(컵 받으며) 고마워.”                                구준 : “건강... 하지...?”                                희준 : “(물 마시며) 응. 형은?”
                            구준 : “(끄덕) 좋아. 난 아주 좋아.”                                희준 : “다행이다.”                                구준 : “(머뭇) 저, 희준아...”
                            희준 : “(빤히 보며) 형. 나 부탁할 게 있어.”                                구준 : “(희준 보며 끄덕) 그래, 말 해...”                                희준 : “그만 해줘.”
                            구준 : “(약간 당황한 낯빛으로) .....”                                희준 :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는 게 좋아. ”                                구준 : “희준아.”                                희준 : “더는, 그 애 앞에 나타나지 말아줘. 부탁이야.”
                                구준 : “(씁쓸한 얼굴로 고개 푹) .......”                                희준 조용히 일어난다.                                희준 : “그만 갈게. ”
                            구준 : “.... 미안하다. 다 내 잘못이야.”                                희준이 고개 숙인 구준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희준 : “아니...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                                씁쓸한 얼굴로 고개 숙이고 있는 희준. 탁! 문 닫히는 소리가 난다.                                텅 빈 집안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구준의 모습에서.
                            청소년관. 게시판에 ‘이달의 청소년 추천도서’ 포스터를 압정으로 붙이고 있는 서희.
                            그 때, 청소년관 문이 열리며 누군가 물병을 하나는 어깨에 매고 하나는 한 손에 들고 들어온다.
                            서희 휙! 고개를 돌려 보는데,                                 구준이 아닌 중년의 아저씨다.                                 아저씨 : “안녕하세요.”                                서희 : “아, 안녕하세요...”
                            탕비실로 들어가는 아저씨.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서희.                                 서희 : ‘준이가... 아니야...’                                서희 : ‘(도리질치며) 알게 뭐람. 신경 쓰지 말자...!’
                            잠시 후, 자리에 앉은 서희에게 영수증을 들고 오는 아저씨.                                 아저씨 : “여기 싸인 좀 해주세요.”                                서희 : “(영수증 받으며) 아, 네...”
                            서희 싸인을 하며 조심스레,                                서희 : “(무심한 척) 담당하시던 분이 바뀌셨나 봐요.”                                아저씨 : “네, 허허 구역이 좀 바뀌어서요. 이 구역은 이제 제가 배달 할 거예요.”
                             서희 : “(영수증 건네며) 네... 여기요.”                                아저씨 : “감사합니다.”                                아저씨가 청소년관을 빠져나가는 모습 물끄럼 보는 서희.
                            서희 : “잘됐어. 차라리 잘 된 거야.”                                시간이 흐르고, 청소년관의 마지막 손님이 나가고 있다.
                            텅 빈 도서관. 멍하니 앉아있는 서희. 조용히 서랍을 빼 본다.
                            서랍 안에는 ‘뿌리’ 책 위에 카프카의 ‘변신’ 이 놓여있다.                                 회상 시작.                                 청소년관. 연우가 일하고 있던 서희에게 툭, 카프카의 ‘변신’ 책을 내민다.
                            서희 : ‘연우 왔구나. 대여하는 거지?’                                연우 : ‘도서관 책 아니에요 쌤~ ’                                서희 : ‘응?’
                            하고 책을 보면 책의 사이드에 도서관 스티커가 없다.                                서희 : ‘(빙긋) 새 책이네? 나 선물 주는 거야? ’                                연우 : ‘아뇨~ 어떤 남자가 선생님 갖다 주라고 부탁해서 가져왔어요. ’                                서희 : ‘남자...? ’
                            연우 : ‘눈이 좀 쪽 찢어지고, 키는 한 이만한...? ’                                서희 : ‘구준...? ’                                연우 : ‘(꾸벅) 아무튼 드렸으니까 갈게요 쌤~ ’
                            서희 : ‘어어, 고맙다... ’                                서희, 변신 책을 가만히 바라본다. 책을 매만지는 서희의 손.                                책 내용으로 들어가며.한 남자의 그림자가 거대한 해충(바퀴벌레같은) 위에 비춰지며
                            서희 : ‘어느 날 잠에서 깬 그레고리 잠자는 자신이 끔찍한 해충으로 변해버렸음을 알게 된다. ’                                거대한 해충을 보며 끔찍해하는 가족들.                                서희 : ‘그동안 그가 일해 먹여 살린 가족들조차 그를 끔찍하게 여겨 방안에 고립시켰지만, ’
                            방을 탈출해 나가는 거대 해충.                                 서희 : ‘그는 끊임없이 가족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 ’                                거대 해충을 향해 사과를 내던지는 아버지.
                            서희 : ‘그러나 가족들은 변해버린 그를 더 이상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                                상처를 입고 방 안에서 죽어가는 해충. 그 위에 죽어가는 잠자의 모습이 투영된다.                                서희 : ‘가족의 손에 의해 상처 입은 그는, 결국 고립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
                            현실.                                 책을 내려다보고 있는 서희.                                서희 : “(책을 보며) 뭘 얘기하고 싶은 거니...?”                                서희 서랍을 거칠게 열어 책을 집어넣는다.
                            그 때, 띠링- 서희의 핸드폰이 울린다.                                 핸드폰을 보면, 선영의 카톡이다. “소개팅 이번주 토요일 6시 홍대!”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서희.
                            탁! 서랍을 닫아버리고는, 핸드폰 자판을 친다. “ok.”                                그대로 가방을 집어 들고 일어나는 서희.
                            서희 : “(청소년관 문을 열고 나서며) 그래. 이제 다 잊자.”                                                                < 잠자는 ‘한숨 더 자서 이 모든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잊어버리면 어떨까’하고 생각했으나 전혀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는 오른쪽으로 누워 자는 습관이 있었는데 무수한 다리를 지닌 채 납작한 몸체를 한 해충의 몸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자세를 취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 - 프란츠 카프카 ‘변신’ 中
소민선
그림
신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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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8-19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