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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성 해설위원이 리우 올림픽에서 바라는 것

드림&나우 6화 - 리우 올림픽,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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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성 박문성

#0. 프롤로그 : 대학에서의 전공이 내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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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어린 시절, 나는 평범하게 공부하고, 놀고, 축구도 좋아하고, 그렇게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런 학생이었다. 지금 나의 직업이 축구 해설가라고 해서 어렸을 적부터 축구가 아니라면 식음을 전폐하고 방구석에서 축구팀을 분석하고, 전술을 공부하고… 뭐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운명처럼 ‘나는 축구 해설가를 할 거야’는 아니었던 거다. 대학도 회계학과를 나왔다. 특정한 목적이 있거나 재능이 있어서 회계학과를 간 것도 아니었다. 그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내가 얻은 성적대로, 갈 수 있는 대학의 갈 수 있는 학과를 찾다 보니 그곳이었다.

대학 입시 때는 전공이 내 미래를 결정지을 거라고 생각하고 어린 나이부터 걱정을 많이 할 것이다. 난 회계학과를 나왔다. 숫자를 싫어해서 문과를 갔던 건데, 입학하고 받아 들었던 ‘회계원리’를 처음 펴보니 웬걸… 그리고는 조용히 책을 덮었다. 하하.

#1. 해설위원이 되기까지의 길을 돌이켜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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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다니며 ‘기자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막연했다. 이 나라 저널리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나는 어떤 기자가 되겠어!’같은 포부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글로 쓰고, 그런 게 재미있었다. 나에게 맞기도 했고.

이런 걸 보면, 내가 좋아하는 건 무엇인지 계속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원대한 꿈이 지금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내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건 아니다.

졸업하고 베스트일레븐이라는 곳에 입사해서 처음으로 ‘축구계’라는 판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그러다 2002 월드컵을 만났다.
그 이후로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세계가 인정하게 되었고, 유럽의 커다란 리그에 많이 진출하게 되었다. 그래서 유럽리그 중계도 더 많아졌고. 축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니, 시청자분들께 축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해진 시기였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방송계로 들어오게 됐고 어느덧 십 수 년이 지났다.

#2. 해설위원으로 살아온 시간, 기억에 남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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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선수의 토트넘 홈 데뷔전 중계를 런던 현장에서 했던 적이 있다. 그 때 손흥민 선수가 데뷔 첫 경기에서 골을 넣었는데, 우리 중계진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꽤 오랜 시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골’을 외쳤고 정신을 차려보니 중계석 앞에 있던 현지 토트넘 팬들이 모두 우리를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그 때 우리를 보며 기립박수를 쳐주더라. 팬들 역시 본인이 응원하는 팀이 골을 넣어서 기쁠 텐데 우리가 흥에 겨워 난리가 나니 이 쪽을 쳐다본 것이다. 당시 중계석 앞에 태극기를 걸어뒀는데 그걸 보고 손흥민 선수의 나라 중계진인 것을 알았나보다. 사실 현장 중계를 하면서 경험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지기도 했고 손흥민 선수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다. 잊지 못 할 순간이었다.

#3. 박문성 해설위원과 박지성 선수의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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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박지성 선수를 처음 만난 건 그의 대학시절, 그러니까 2001년 효창운동장이었다. 그 땐 기자와 선수로 만난 거였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지성아, 넌 어디까지 올라가고 싶니?”라고 물었다. 박지성 선수는 조용하지만 당당한 목소리로, “유럽에서 뛸 거에요”라고 답했다. 속으로는 그랬다. ‘안 될 거야.’라고. 작은 체구 때문에 선수 지명이 쉽지 않았고, 대학에 와서 어렵게 뛰게 된 건데 느닷없이 유럽리그에 가고 싶다니.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마 모두가 기억하는 경기일 것이다. 박지성 선수가 네덜란드 PSV에 있을 때였다. 챔피언스리그 4강전, AC밀란과의 경기를 중계했는데 순간 소름이 돋았다. 박지성 선수가 퍼거슨 감독의 눈에 띄어 맨체스터에 가게 된 결정적인 경기가 바로 그 경기였으니까. 박지성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 뛰게 된 이후 그를 만나 그 때의 이야기를 사실대로 했다. 너 안 될 줄 알았다고. 그랬더니 지성이가 웃으면서 그런다, “형이 그렇지 뭐~”. 내 예측은 늘 빗나가는 것 같다. 지성이의 경우엔 천만 다행이고. (웃음)

2002년 월드컵에서 박지성 선수는 대한민국 국민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그가 PSV에 입단하면서 유럽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중계도 많아졌다. 나 역시 이런 흐름 속에 2004년부터 해외리그 중계를 시작했던 것. 네덜란드 리그 중계부터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중계로 이어진 내 히스토리는 박지성 선수와 매우 비슷하게 흘러갔다. 지성이에게 잘 묻어갔다. 덕분에 해외 출장도 자주 갈 수 있었고. (웃음)

#4. 해설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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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선수로 뛰던가 그렇지 않던가. 아마 이 글을 읽으실 분들 대부분은 선수가 아닐 확률이 높을 것이다. 선수라면, 월드컵 몇 번 나가면 가능성이 높아진다. (웃음)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명확하게 길이 정해져 있는 직업은 아니다. 캐스터는 방송사 공채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하면 될 수 있다. 물론 쉽지 않지만. 해설자는 공개채용방식이 아니다. 축구계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계속 부딪혀야 한다. 자신을 알려야 하고, 관점이 있어야 하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다 보면 제안이 온다. 때문에 해설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축구와 관련된 무엇인가를 해야한다. 에이전트건, 마케터건, 심판이건 축구계에 있어야 한다. 일반 직장에 다니는데 갑작스레 해설자 제안이 들어올 확률은 매우 낮을 것이다.

이런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 축구를 좋아하면 그 직업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이는 비단 해설자에만 해당될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왜 축구 해설자가 되고 싶냐고 물었을 때 ‘축구를 좋아해서요’ 라고 해서는 그 직업을 가지기엔 부족하다. 직업의 앞에 붙는 단어는 나의 에너지 같은 것이고,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뒤에 붙는다. 때문에 축구 해설자가 되고 싶은 친구들이라면 축구는 주말에만 보고 주중에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 기자가 될 순 없다. 하지만, 기자가 되면 축구기자가 될 수 있다.

#5. 좋은 해설위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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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현장을 3번 갔었고, 축구계에 1999년에 입문했으니 시간적으로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매번 변화무쌍한 축구를 만나고 있자면, 정말 모르겠다. 리그 경기를 중계하고 나면 이제 좀 알겠다가도 월드컵과 같은 큰 대회가 끝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그 때마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는데, ‘이거 계속 하고 싶니?’다. 그리고 현장을 뛰는 선수분들과 감독님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거다. 오랜 시간동안 내 안에 무엇인가가 채워지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 이 일은 나에게 행복을 주고, 즐거운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와중에 내가 가지고 있는 해설자로서의 주관이라고 한다면, 쉽고 편안한 해설이 좋은 해설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말할 것이냐, 즉 HOW에 대한 부분은 자꾸 하다 보면 개선이 된다. 그게 고민이라면 계속 말하는 연습을 하면 되겠지. 그 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는 무엇을 이야기하느냐다. 말을 유창하는 것도 시청자분들에게 좋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해설자라고 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관점이 중요하다.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전달도 분명 필요하지만,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해설자의 관점을 살려서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정환 해설위원이나 이영표 해설위원은 분명 유창한 해설자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저마다의 관점을 가지고, 각자의 스타일대로 해설을 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나도 나만의 관점을 가진 해설자가 되기 위해 아직도 공부하고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서는 감독을 ‘매니저’라고 한다. 선수들의 신체/정신적인 면을 관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해설자도 마찬가지. 좋은 해설자가 되기 위해서는 책도 많이 읽고, 여행도 많이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필요하다. 축구는 인터넷이나 tv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살아있는 그 곳에 있는 것이다. 말은 이렇게 하고 내가 그걸 잘 실천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순 기술자는 되지 않으려고 매번 노력한다. 해설자가 되기 위한 분들에게도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6. 에필로그 : 2016 리우 올림픽, 박문성 해설위원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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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올림픽 전망이라... 알 만한 분들은 다 아실 거다. 예측, 전망 이런 데에는 이 쪽 바닥에서 유명하다. 다 틀린다고. 하하. 해도 틀리겠지만 개인적인 느낌이라면, 8강? 정도까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월드컵이야 우리가 4강도 하고 16강도 올라간 적이 있지만 올림픽은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의 메달이 처음 있었던 일인만큼 어떻게 될 지 아무도 장담하진 못한다. 하지만 수비 위주에서 역습을 통한 플레이가 많았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 대회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많이 시도해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경기 자체도 더 재미있을 것이고, 많이 달라진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결과를 떠나 우리 국민 모두가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한 마음으로 응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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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성 사진


박문성 스포츠 전문해설가

♦ 학력 : 숭실대학교 회계학 학사
♦ 경력 : 2014.01~ SBS Sports 해설위원 ~2013.12 SBS ESPN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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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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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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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8-02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