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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PD, 꼭 웃겨야 하나요?

드림&나우 5화 - 울고 웃기며 공감대를 만드는 예능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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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울리며 공감대를 빚는 예능 PD 서혜진 웃기고 울리며 공감대를 빚는 예능 PD 서혜진

요즈음 많은 사람들은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울고 웃으며 공감합니다. 고작해야 코미디나 쇼 정도였던 예능의 장르도 이제 드라마로, 다큐멘터리로, 리얼 버라이어티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재미와 웃음에 감동까지 더해 새로운 행복을 전파하는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서를 만나 보았습니다.

#0. 프롤로그 : 적과의 동침, 부모와 자녀 이야기로 전 국민 공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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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동상이몽]을 맡기 전에 기회가 돼서 [송 포유]라는 일종의 파일럿(일종의 ‘시험 제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소외된 학생들이 긴 시간 동안 합창 대회를 준비하면서 변해 가는 과정을 담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 전에는 고등학생들을 만날 일이 거의 없다가 이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100일 동안 아이들과 부딪히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산업화와 성장 시대에서 자란 나, 그리고 인터넷과 스마트 폰 속에서 성장한 이 아이들은 너무도 달랐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거나 소통하는 게 어렵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재미있었다.

그 이후 사춘기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와 자녀의 이야기를 다루어 보자는 예능국 내부의 제안이 있었고, ‘아, 잘 됐다. 이 기회에 본격적으로 청소년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동상이몽을 시작하게 되었다. 마침 내 딸도 막 중학교 2학년이 되던 때라 아이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적극적으로 기획을 했다.

#1. 부족한 것 없는 내 딸도 고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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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과 함께 딸 아이도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다. 아버지가 딸인 나를 보면서 ‘고생을 안 해 봐서 그렇다’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나 역시 내 딸을 보면서 ‘부족한 게 없어서 고민을 안 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부모와 다른 세대인 자녀들도 그들만의 고민과 갈등을 가지고 있는 게 보였다. 예를 들면 아이들은 카톡, 페북 등의 SNS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소외감을 느끼거나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갈등을 느끼고, 그런 고민을 잘 해소하지 못한다. 열심히만 하면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부모 세대의 잣대를 가지고 공부도 직업도 노력만으로는 이루기 쉽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판단하고 있었다는 반성도 했다. [동상이몽]은 이렇게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2. 예능 PD는 꼭 웃겨야 하나, 그렇지 않다

예능 PD가 꼭 재미있는, 혹은 웃기는 사람이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능 PD의 자질을 단 몇 가지로 요약할 순 없다. 다만 작가든 PD든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감을 이끌어 내려면 사람을 단편적으로 봐서는 안 되는 것 같다. PD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깊은 이해가 있는 사람, 삶의 다채로운 층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예능국으로 넘어오기 전 3년 반 동안 교양국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동상이몽도 출연 가족의 집에 카메라를 여러 대 설치해 실제 생활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적인 성격이 가미된 예능이다. 그런 점에서 다큐멘터리 PD로 사람과 사물을 깊숙이 들여다 본 것이 지금의 [동상이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할 수 있겠다.

#3.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좋다, 그리고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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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명상이나 요가, 독서 등 조용히 혼자 있어야 기운을 차린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정 반대. 바깥에서 에너지를 얻는 편이다.

내가 만나는 출연자 가족들, 한번 녹화를 위해 함께 일하는 100여명의 스태프, 그리고 친구들. 이들 모두 내게 크게 작게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는 직관에 의해 결정을 신속하게 하는 편이다. 빨리 결정하고 틀렸다고 생각하면 신속하게 수정한다. 직관만큼 순발력도 중요하다. 현장에서 사전 인터뷰나 당초 기획 방향과 다른 상황 또는 사실이 발견되면 순발력 있게 앵글을 바꿔 촬영하고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4. 프로듀서란 끊임없이 만들고 시도하는 사람

PD는 ‘Producer’, ‘Produce’ 라는 단어 그대로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시즌제와 파일럿 등 프로그램들이 보다 신속해지고 짧아지는 요즈음 트렌드와 순환 구조에 맞는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고 싶다. [스타킹]과 [고쇼] 사이에도 시간이 한참 비었었는데 그때도 파일럿 프로그램을 3개나 만들었다. 무엇이든 시도해 보는 걸 좋아한다. 일단 해보는 거다, 안되면 말고.

#5. 마흔이 넘어서 야외 현장을 배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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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킹]과 [고쇼]도 그렇고 나는 그 이전부터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잘 해왔고 노하우도 있다고 생각했다. 스튜디오 안에서 모든 걸 만들어 내는 데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예능 PD로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다고 스스로 믿었다. 하지만 곧 예능의 전체적인 트렌드가 야외로 바뀌었다. [일박이일]이나 [무한도전], [런닝맨] 등등. 야외 노하우가 없는 상태에서 마흔이 넘어 전혀 다른 현장을 처음부터 배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 때 물론 실패한 파일럿 프로그램도 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때의 실패를 통해서 나를 성장시키고 시청자와 공감대를 찾아갔던 것 같다. 솔개는 때가 되면 어깨뼈를 부러뜨린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새로운 날개가 돋으면 그 이전보다 더 멀리 더 힘차게 난다는 말을 떠올렸다.

#6. 내가 알고 있거나 보는 게 다 진실은 아니다

동상이몽 ‘서른 네 살 새 아빠’ 편을 연출 할 때 이야기다. 딸 둘과 막둥이 아들이 있는 집으로 첫 촬영을 갔는데 직업이 군인인 이 집의 아빠가 큰 딸과 열 일곱 살 차이 밖에 안 날 정도로 너무 젊었다. 그 때 내 눈에는 막둥이 아들을 돌보고 크고 작은 살림을 돕는 큰딸의 가사 부담에 대한 불만과 약간 가부장적인 군인 아빠의 갈등만 보였다. 하지만 촬영이 계속되면서 아빠의 밝은 성격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이 군인 아빠가 두 딸의 생부가 아니라 새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당시 여섯 살이던 딸이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 주자 뭉클해진 군인 아빠는 아이들의 진정한 ‘ 아빠가 되어 주기로 결심하고 특유의 군인 정신으로 아이들을 지켜주고 있다는 속사정이 방송에 나오면서 감동적인 이야기로 잘 마무리가 되었다. 이 가족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듣고 보면서 느낀 점. 내가 알고 있거나 본 게 다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7. 사람들을 만났을 때 지쳐 보이지 않도록 노력한다

스튜디오 녹화 외에도 출연자 가족의 집 촬영 때문에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지방으로 출장을 가게 된다. 출연자 가족도 직접 인터뷰 한다. 때로 2, 30대 젊은 작가들이 놓치는 부분이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에게는 보이기 때문이다.

제작 여건이 달라진 탓도 있고 다른 기업들도 야근을 하기 때문에 특별히 노동 강도가 높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촬영 분 편집을 할 때는 밤을 새야 한다. 2000년 예능 PD로 일을 시작할 때 여성 PD가 두 명 정도였는데 2016년 현재 예능국 여성 PD는 열 여섯 명. 특별히 여성이라 더 섬세하지도 않고 남성이라 더 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다만 출산을 하게 될 경우 복귀할 때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내 경우는 여성 선배 (현재의 CP)가 자기 팀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 줘서 비교적 유연하게 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도 기회가 되면 후배들을 돕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걷는 편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이 실패했을 때 많이 걸었던 기억이 있다. 가양대교에서 여의도까지 걸은 적도 있다. 생각도 정리 되고 건강에도 좋고 여러 면에서 좋은 것 같다. PD는 어차피 여러 사람을 만나고 리드해야 할 때가 많아서 내가 지쳐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지친 피부를 위해 매일 팩으로 관리한다!

#8 에필로그. 어디서든 시작하라. 무엇이든 꽂히는 걸 찾아 열심히

최근 PD는 공개 채용과 경력 채용을 통해 채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후배들에게 PD를 하고 싶다면 어디든 들어가서 일하면서 일단 경력을 쌓으라고 조언해 준다.

이제 들어 홀 후배들은 아마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영상은 많이 본 사람이 이기는데, 새로운 세대는 영화, 만화, 웹툰 등을 누리고 즐긴 세대이기 때문이다. 다만 다양해진 플랫폼 중에서 나에게 맞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쉬운 점은 책을 많이 안 읽어서인지 스토리텔링이 약하다. 나는 진짜 소설을 좋아했었다. 대학도 실은 국문과에 가고 싶었을 만큼. 고등학교 겨울방학 때 최인호 소설을 탐독했고 김수현 등의 통속소설과 이문열, 강석경 등을 섭렵하고 이야기에 흠뻑 빠졌었다. 자기가 꽂히는 걸 열심히 해 보고, 글을 써보라. 자아 성찰이 없는 생산물은 의미가 없다. 자신이 만들고도 냉정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자존감은 오케이, 하지만 자뻑은 금물. 그 연결고리는 자아성찰과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많이 읽어라.

서혜진 PD 사진

서혜진 PD

♦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 직관에 의한 빠른 결정
♦ 순발력
♦ 자아성찰
♦ 스토리텔링
♦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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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사진
해피메모리 이문교 (인물)
자료협조
SBS 동상이몽팀 (스튜디오 녹화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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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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