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 있고없고

2016 브라질 리우 올림픽의 A to Z

KBS 역사저널 그날 PD의 세대공감 있고없고 6화 유난히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은 리우 올림픽의 A to ZKBS 역사저널 그날 PD의 세대공감 있고없고 6화 유난히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은 리우 올림픽의 A to Z

지금 우리는, 현상 바라보기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한 대통령의 사연

만평 일러스트

10년 전 브라질에 갔다. 상파울루의 소위 부자동네 입구는 이중, 삼중으로 바리케이드를 쳐놓은 초소에서 사설 경비요원들이 무장한 체 지키고 있었다. 대도시 거주지역에서 전쟁터를 연상케 하는 광경이라니. 직접 보면서도 믿고 싶지 않았던 브라질의 민낯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2002년 노동자 출신 룰라 대통령 집권 이후 브라질 사회는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도 점차 안정되어 갔다. 국가 발전의 새 국면을 맞이 할 준비가 된 것이다. 그 상징적 사건이 브라질의 올림픽 유치 성공이다.

브라질이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IOC총회에서 제 31회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 되었을 때, 룰라 당시 브라질 대통령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때 그 시절, 눈 높이 맞추기

“한 달 동안은 소매치기를 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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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눈물에 1988년 올림픽을 유치한 우리는 공감한다.

‘쎄울, 꼬레아(Seoul, Korea)!’ 사마란치 당시 IOC 위원장의 한 마디가 내뱉어진 순간! 서울 올림픽 유치를 알리는 그 선포에 텔레비전과 라디오, 신문 등 매체들은 일제히 축하와 환호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국민들은 현장에 있던 우리 나라 올림픽 유치 위원들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부둥켜 안고 즐거워했다. 그 때 우리에게 올림픽은 꿈이었고, 올림픽 개최국이 된다는 건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과도 같은 의미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하면 ‘한국전쟁’(6.25) 정도를 떠올리거나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과 혼돈하는 정도에 머물던 나라였다.

경제적으로도 이제 막 개발도상국을 벗어난 정도의 위상을 지닌 나라 한국은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알리고 경제적으로 도약하겠다는 국민적인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올림픽 유치의 순간은 지금도 여전히 하나의 드라마틱한 이벤트다. 2011년 7월7일 0시18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발표식. 대한민국이 독일 뮌헨의 25표와 프랑스 안시의 7표를 합친 수보다 더 많은 63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게 된 순간도 전 국민이 숨 죽여 지켜보며 함께 환호한 순간이었다. 대한민국이 88 서울올림픽,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02 한일월드컵 개최에 이어 스포츠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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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이렇게 전 세계의 축제이면서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준다.

이때 만큼은 대학생들의 시위도 없었고 오죽하면 인천의 한 소매치기 집단이 올림픽 기간 중에는 소매치기를 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올림픽을 통해 김치를 세계적인 음식으로 만들겠다며 온갖 김치 회사들이 설립되고, 초가을 맑은 날씨에 훌러덩 옷을 벗는 외국 사람들을 보며 문화적인 충격을 받는가 하면, 그동안 배워온 암기식 영어가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영어 교육의 개선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올림픽이 만든 ‘88’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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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한국은 종합 4위라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냈다. 모든 경기가 영화 같았다.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온 동네, 온 나라가 함성을 질러댔다. ‘올림픽 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 이 기간 함께 울고 웃으며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들의 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부응하여 나온 각종 상품들도 있다. 저가형 담배로 나와서 군대 보급형 담배로 지정되더니 이제는 단종되어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88 담배. 지난 2015년 4차선으로 확장 개발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내 유일의 왕복 2차선 고속도로였던 88고속도로. 올림픽 경기장을 당돌하게 돌던 굴렁쇠 소년은 이제 어엿한 청년이 되어 최근 인기 예능프로 ‘1박 2일’ 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우로 장성한 굴렁쇠 소년의 모습을 보며 올림픽 세대는 그 때를 회상하며 뭉클해 했다. 그들이 낳은 88의 산물은 하나 둘 사라져 갔지만 그 추억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은 4시간만 자도 괜찮다고 답했다

해외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경우 시차 때문에 중요한 경기가 심야나 새벽에 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러 세대가 살면서도 남과 다름 없이 지내던 아파트 주민들이 이때 만큼은 하나의 공동체가 되기도 한다. 골을 넣거나 승리가 결정되는 순간 아파트 단지에는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그런가 하면 한국팀 선수들이 공격 기회를 놓치거나 실수를 하면 탄식 소리가 하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요즈음처럼 층간 소음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고 지내는 아파트 문화지만, 올림픽이라는 특별한 기간 만큼은 소음도 이해해주고 옆집과 맞은 편 아파트에서도 이 시간 경기를 함께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해준다. 야심한 밤에 울려 퍼지는 고함에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낯선 사람과 얼싸 안고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유, 올림픽의 놀라운 효과다. 스포츠를 통한 공감대와 응원 문화는 2002년 월드컵에서 거리 응원과 붉은 악마로 이어졌다. 한국 사람들의 내재된 흥이 밤새도록 이어지는 응원과 함께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잡았고, 굳이 스포츠 팬이 아니더라도 올림픽 기간의 응원과 흥을 즐기는 게 올림픽을 기다리는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중요한 경기 다음 날이면 출근 길 지하철에 다크 써클이 길게 내려온 채로 하품을 하는 직장인들의풍경이 뉴스에 소개되기도 하고, 모닝 커피와 함께 하루 전 경기 성적과 명 장면이 주요 화제거리가 된다. 특히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즈음하여 직장인 수면 예상 시간을 조사했을 때, 열대야와 올림픽이 맞물려 약 40%의 직장인이 평균 4~5시간 정도를 예상한다고 답했다. 직장에서 졸거나 초췌한 얼굴이어도 용서가 되는 때도 바로 올림픽 때다.

올림픽 스타 : 국민 누나 국민 남동생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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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에 한 번, 올림픽 기간이 되면 선수들의 인기는 연예인 부럽지 않다. 국민 요정 김연아, 국민 누나 장미란, 국민 남동생 박태환 등이 그들이다. 온 국민이 사랑한다는 뜻이다.

여자 역도 선수 장미란은 10년 가까이 세계 최정상을 지키며 역도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녀는 현재 은퇴 이후 장미란 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사회사업가로서의 삶을 꾸리고 있다. 여자의 몸으로 무거운 역도를 들어올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뭉클한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경기 뒤에 비추어지는 그녀의 사람 좋은 표정과 진솔한 모습에 감동받아 우리는 그녀를 ‘국민누나’라 부른다. 마린 보이, ‘국민 남동생’ 박태환은 많은 사랑과 함께 그만큼의 미움(?)도 받는 선수다. 한국인 최초로 수영에서 메달을 따내어 시원한 승리감을 안겨주었고 CF나 예능에도 종종 등장해 훈훈한 외모로 누나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선수다. 간혹 약물 투여 혐의, 훈련 이탈 등의 구설수에 오르거나 리우 올림픽 도핑 테스트 결과로 출전이 정지 될 뻔 하기도 했었지만 언제나 그가 출전하는 경기는 기다려진다.

올림픽이 스타를 낳는 이유는 뛰어난 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순간과 위기를 극복하는 투지, 비록 안타깝게 패배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 팀 플레이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 등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도 줄 수 없는 특별한 감동과 휴먼 스토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과 함께 승리에 기뻐하고 패배에 울고 실수에 안타까워 하면서 우리는 생생한 감동을 느끼고 그 느낌을 영원히 간직한다. 고마워요, 선수들…

앞으로 우리는, 새 모습 찾기

리우 올림픽은 국가 원수 없이 열리는 최초의 올림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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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최근 브라질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다. 현직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가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어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국의 국가 원수 없이 올림픽이 열린다. 또한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했고, 월급을 제대로 못 받은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치안 파업을 선언했다.

반면 이번 리우 올림픽은 남미 대륙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올림픽이라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하계 올림픽이지만 남반구에 위치한 개최국 브라질은 계절상으로 겨울이다. 겨울에 열리는 하계 올림픽이라니 더 흥미롭다. 삼바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한 제31회 하계올림픽 개최지 리우데자네이루는 대서양에 접한 항구 도시로 경관이 아름다워 나폴리(이탈리아), 시드니(호주)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기도 한다. 코르코바두 산 정상에 있는 거대한 예수상과 코파카바나 해변 등이 유명하다고 한다. 남미로 떠나는 여행, 직접 가지 않아도 흥미진진한 경기와 함께 리우데자네이루를 즐기며 열대야와 폭염을 올림픽의 열정으로 이겨보자.

공감 플러스 더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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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 파워 퍼포먼스’ 중인
    피터 노만, 토미 스미스, 존 카를로스
  • 올림픽 정신의 숨은 영웅, 피터 노만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육상 200m 메달 시상식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미국의 흑인 선수들인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시상대 위에서 성조기를 외면한 것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번쩍 치켜든 두 선수. 미국의 흑인 민권 운동이 활발했던 당시에 두 흑인 선수가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행한 것이다. 보수적인 IOC는 즉각 두 선수의 자격을 박탈했다. 두 흑인 선수는 미국 올림픽 팀에서도 퇴출당하고 만다.

    피터 노만은 당시 이들과 함께 시상대에 오른 호주 출신, 은메달 리스트였다. 시상대에 오르기 전,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로부터 ‘블랙 파워’ 퍼포먼스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동참하겠다고 한 것이다. 세 선수는 ‘Olympic Project for Human Rights’라고 새겨진 배지를 가슴에 달고 시상대에 올랐다. 피터 노만 역시 호주 육상협회로부터 문책 당하고, 다음 올림픽 경기에 참가하지 못하게 된다.

    2006년, 피터 노만은 64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뜬다. 이 때 미국에서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호주로 와서 피터 노만의 관을 직접 운구하면서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이후, 미국육상협회는 그가 사망한 10월 9일을 ‘피터 노만의 날’로 선포한다. 인종차별에 항의한 세 선수들의 행동은 올림픽 및 미국 민권운동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단합과 통일 등의 정신에서 기원한 올림픽의 시작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일화였다.

    신생 대한민국의 첫 올림픽 참가 분투기

    일제에서 독립한 신생 대한민국은 1948년 런던 하계올림픽에 처음 참가를 하게 된다. 하지만 돈이 없던 대한민국 정부는 복권을 발행해 간신히 올림픽 참가 경비를 마련했다.
    67명의 대한민국 선수단은 서울역까지 시가 행진을 한 뒤 부산으로 기차를 타고 내려가 다시 배편으로 일본으로 출발한다. 이후 홍콩, 태국, 인도, 네덜란드 등을 거쳐 무려 20여일 만에 대회가 열리는 런던에 도착했다.

    당시 59개 참가국 중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 중 하나였지만 역도 미들급과 복싱 플라이급에서 각각 동메달을 획득하며 메달 순위 32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아쉬운 것은 당시 메달이 유력시되던 마라톤의 최윤칠 선수가 40KM 지점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근육통에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고 만 것이다. 충분한 영양공급과 적절한 지원만 있었다면 대한민국 올림픽 참가사는 다르게 쓰였을 지도 모른다.

    황범하_KBS PD
    일러스트
    JB(소재 컷)
    자료협조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정책방송원/한국영상역사관, Filckr, English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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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16-08-02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