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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대 영화

[룸] 굳게 닫힌 문, 사랑과 믿음으로 열다

원작 대 영화 - 룸 / 글-이대현 영화평론가원작 대 영화 - 룸 / 글-이대현 영화평론가

가로 세로 3.5미터의 방(룸). 말이 좋아 룸이지, 사실상 사방이 차단된, 천장에 작은 창이 있는 완전 폐쇄된 외딴 창고나 다름없다.

이 작은 공간이 한 사람에게는 ‘지옥’이고,
또 한 사람에게는 ‘세상의 전부’이다.
같은 곳이 이렇게 극과 극이다.

‘지옥’은 7년 전, 17세에 한 남자에게 납치된 여자 조이의 것이고, ‘세상’은 그녀가 그곳에서 낳은 아들 잭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조이에게 그 방은 모든 것, 자유도 꿈도 삶도 앗아간 그래서 단 하루도 벗어나기를 꿈꾸지 않은 적이 없는 숨 막히는 공간일 수밖에 없다.
반면 그곳에서 태어난, 단 한순간도 바깥으로 나가보지 못한, 그래서 방안에 있는 것들을 빼고는 모든 것을 TV로만 보고 자란 다섯 살의 아이에게는 그 곳만이 실재이고 현실이다.

방안에 있는 것이라고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앞에 ‘작은’이란 수식어를 붙여야만 하는 침대, 옷장, 싱크대, 욕조, 변기, TV,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잭과 콩나무』 등 동화책 5권이 고작이다. 음식도, 전기도 남자가 공급하지 않으면 그들은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신세다. 여자는 그렇게 7년을 살았고, 자신의 뜻과 전혀 상관없이 그 남자와 육체적 관계를 지속해야 했고, 두 번 임신을 했고, 한 번은 여자 아이를 사산했으며, 5년 전에 아들 잭을 낳아 함께 살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라고 묻지 마라. 『룸』은 실화이니까.

실화는 이보다 더 끔찍하다. 7년이 아니라, 2008년 세상에 밝혀진, 무려 24년 동안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친아버지에 의해 지하 밀실에 갇혀 그의 아이까지 낳으며 지낸 오스트리아의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경악이란 단어를 쓸 수밖에 없는 이 끔찍한 범죄와 반인류적 사건은 충분히 소설, 드라마, 영화가 탐낼 만한 소재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어떤 시각, 어떤 이야기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자극적이고, 희귀하고, 충격적인 소재라고 무작정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아일랜드 출신의 여성작가 엠마 도노휴는 현명했다. 이 이야기를 잔인한 범죄소설이 아닌, 엄마와 아들의 믿음과 용기와 사랑, 그리고 지옥에서 벗어난 엄마의 세상과 가짜 세상에서 진짜 세상으로 나온 아이의 감정과 심리, 그들을 맞이한 ‘세상’의 모습을 아이의 눈으로 솔직하고 섬세하게 그리는 쪽을 선택했다.

만약 이런 선택이 아니라,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 범죄자와 범죄 자체에 집착했더라면 『룸』은 사이코 스릴러로 나아갔거나, 사람들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통쾌한 응징이나 복수의 ‘허구’를 집어넣는 삼류가 되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공간의 극단적 제약, 그로 인한 인물들의 행동이 반복적일 수밖에 없는 단조로움을 극복할 수 없었을 것이고, 영화로도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엠마 도노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상상력을 아이의 순진무구한 시선과 심리로 그려 나가면서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었고, 극한 상황보다는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사랑과 믿음, 관계를 풍성하게 풀어나갔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벽을 사이에 둔 작은 방과 우리가 사는 바깥 세상에 대한 풍경, 그것이 두 주인공에게 갖는 의미까지 짚었다.

『룸』은 극단적 대비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 폐쇄된 작은 공간과 넓은 세상, 어둠과 밝음, 감금과 자유, 느림과 빠름, 허구와 실제가 명확히 갈라진다. 전반은, 모자가 룸에서 탈출하기 전까지는 구속과 어둠, 느림과 허구가 짙게 깔린다. 단조로운 공간에서의 리듬과 변화를 주는 것은 엄마인 조이의 아들에 대한 보호본능과 교육이다.

여자는 남자가 아이에게 접근하는 것, 심지어 아이 얼굴을 보여주는 것조차 단호히 거부한다. 잭은 생물학적으로는 그의 아이일지 모르나, 감정과 심리적으로는 자기만의 아이이다. 방과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그 아이에게는 직접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것만이 진짜이다. 그래서 TV에 나오는 다람쥐, 강아지, 바다, 심지어 사람도 자신과 엄마를 빼고는 모두 가짜이다. 심지어 가끔 찾아오는 남자까지도.

이런 아이를 엄마는 ‘진짜’ 세상으로 내보내려고 하고, 아이는 자신만의 ‘가짜’ 세상(룸)에 머물려고 한다. 벽 밖에는 우주가 아니라 진짜 세상이 있고, TV에 나오는 음식과 바다는 마술이 아니라 전부 진짜라는 갑작스러운 뒤집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아이를 엄마가 이해시키는 과정이 『룸』 속의 변화이고 감동이다. 동화와 소설의 주인공들, 충치로 뽑아버린 자신의 치아, 자르지 않은 아이의 긴 머리칼 등을 이용해 용기를 심어주고,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탈출방법을 가르치는 엄마의 마음이 답답함과 어둠, 느림을 날려버린다.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아이의 탈출, 그리고 아이의 증언으로 7년의 암흑에서 벗어나는 순간은 그렇게 스릴 넘치고, 감동적이지도 않다. 어찌 보면 어설프다. 남자의 판단과 대응은 7년 동안 그들을 그렇게 가둬 놓고 아무도 모르게 산 철면피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어설프기만 하다.

소설 『룸』

그러나 『룸』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건의 반전이 아니다.

밝고, 빠르고, 복잡한 진짜 세상으로 나온 모자의 새로운 상황과 그에 따른 심리적 반전이다. 그것은 아이가 죽은 척하며 카펫에 둘둘 말려 남자의 트럭에 실려 나오면서 처음으로 보는 세상 풍경들에 대한 낯설음과 당황에서 예견하고 있다.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의 영화는 이에 환희를 담아 관객들에게 보여주지만, 소설은 두려움이 컸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곧 현실로 다가왔다. 세상은 그들에게 온갖 배려와 선물로 환영하고 관심을 보여주지만, 그들에게 그것은 새로운 두려움이고, 상처이다. 심지어 경험 없는 아이는 길을 걷는 것도 겁을 낸다. 그들의 이런 혼돈과 상처를 매스컴은 “피해자들은 안색이 창백했으며, 악몽 같았던 장기간의 유폐생활로 인해 유사 정신분열증세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영양부족 상태로 걷지도 못하는 소년은 화면에서 보다시피 구출한 경찰을 향해 충동적이고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라고 과장과 왜곡을 한다.

이렇게 세상은 그들과 소통하려 하지 않고 또 다시 ‘룸’에 가두려 한다. 세상이 그 룸을 잊게 해주지 않고 오히려 자꾸 기억하게 만들 때, 그들은 세상과 만나는 마음의 문을 절망으로 모두 닫아버린다. 자신을 성폭행하고 7년 동안 가둔 남자만이 악마일까. 잭에게 세상 사람들은 외계인이고, 그들이 다시 엄마를 던져 다치게 했다고 믿게 만든다. 그리고 조이는 보고 있었다. ‘선과 악 사이 어딘가에, 양쪽을 조금씩 다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그 절망을 이겨내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것 역시 ‘룸’에서 그랬던 것처럼 엄마와 아들의 믿음과 사랑이다. 조이는 그것을 어느 날 딸이 행방불명되자 그녀의 방을 그대로 두면서 7년 동안 살아온 어머니에게서도 발견한다.

영화는 비록 소설만큼의 인물의 내면화는 부족한 상황극 쪽으로 기울었지만, ‘혼자 강한 사람은 없다’는 말과 함께,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브리 라슨의 열연과 실제는 열 살이면서 다섯 살 잭 역을 깜찍하게 연기한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그것을 살려냈다.

세상으로 나온 조이와 잭이 새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조이에게는 상처, 그것도 너무나 끔찍한 기억을 잊는 것이고, 그들을 가두었던 닉은 가짜였던 세상과 완전히 이별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용기를 내 ‘룸’을 찾아 하나하나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안녕, 침대야”, “안녕, 테이블아”, “안녕, 옷장아”, “안녕, 벽아”, “안녕, 방아” 하고.

그들이 탈출하고 나서야 문이 열린 그곳을 보고 조이는 “문이 열려 있으면 방이 아닌지 몰라”라고 말한다. 그 굳게 닫힌 문은 그들을 가둔 ‘룸’에서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살아가야할 이 세상 곳곳에, 우리의 마음속에도 있을 것이다.

『룸』은 누구도 스스로든 타의에 의해서든 그렇게 갇히지 말고 ‘사랑과 믿음’으로 그 문을 열어버리라고 우리에게 말한다.

이대현_영화평론가. 1959년생저서 ‘15세 소년, 영화를 만나다’, ‘열일곱, 영화로 세상을 보다’ , ‘영화로 소통하기, 영화처럼 글쓰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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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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