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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영화 《정글북》으로 보는 자아찾기

육아전문 PD와 동화작가 부부의 애니메이션 육아 : 영화 <정글북 />육아전문 PD와 동화작가 부부의 애니메이션 육아 : 영화 <정글북 />

난 정글에서 인간답게 싸우겠어!

어렴풋이 어렸을 적 보았던 정글북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후 늑대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도 가지고 있구요. 유월이 시작되는 어느 날 정글북이라는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내용은 같지만 형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와 함께요. 주인공 남자아이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컴퓨터 그래픽인데 실사처럼 나왔다는 얘기, 대단한 감독이 만들었다는 얘기, 유명한 배우들이 목소리연기를 했다는 얘기, 모두 솔깃하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 아름답다던 정글의 모습이 보고 싶었습니다. 이미 기억 속에선 희미해져 버린 어릴 적 그 정글을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나보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백분 남짓한 시간 동안 늑대아이 모글리가 되어 탐험한 정글은 꽤 짜릿하고 저릿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글리와 함께 있어준 바기라와 발루를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네요.

영화 <정글북 /> 소개 - 제목: 정글북 (The Jungle Book, 2016) 장르: 모험/드라마 제작사: 월트 디즈니 픽처스 개봉일: 2016.06.09러닝타임: 106분 감독: 존 파브로
등장 인물 : 모글리, 쉬어칸, 바기라, 발루

줄거리

오래 전 정글에서는 인간과 호랑이의 싸움이 있었습니다. 붉은 꽃이라 불리는 불을 사용하는 인간을 정글의 무법자 쉬어칸이 공격한 것이지요. 그 사람은 목숨을 잃었고 쉬어칸 역시 그가 휘두른 불꽃에 화상을 입어 황급히 자리를 떠나야 했습니다. 그곳에 인간의 아기를 남겨둔 채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흑표범 바기라는 아기를 늑대무리에게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인간의 아기는 정글에서 모글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인간이 아닌 늑대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늑대의 지도자인 아버지 아킬라와 어머니 락샤는 모글리를 다른 어느 새끼들보다 더 사랑으로 보살폈습니다. 그리고 모글리 곁에는 항상 든든한 바기라가 있었지요.

그러던 중 정글의 무법자 쉬어칸이 인간의 냄새를 맡고 나타나 아킬라에게 모글리를 자신에게 넘길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아킬라가 이를 거절하자 쉬어칸은 평화의 바위가 사라지면 늑대무리와 모글리를 공격하겠다고 협박합니다. 이에 늑대무리들은 모글리를 계속 보호하다가는 결국 자신들도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거세게 항의합니다. 하지만 아킬라와 락샤는 사랑하는 아들 모글리를 떠나 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결국 모글리는 모두의 생존을 위해 자신이 정글을 떠나겠다고 결심합니다. 바기라는 오래 전 자신이 모글리를 처음 이곳에 데려왔듯 모글리가 다시 인간마을로 돌아가는 것을 돕겠다고 자처합니다. 락샤는 눈물을 흘리며 모글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넌 내 소중한 아들이야.”

모글리가 정글을 떠나는 일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쉬어칸이 급습해온 것이었지요. 바기라는 모글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 쉬어칸의 공격을 받아냈습니다. 그 사이 모글리는 쉬어칸의 눈을 피해 달아나는데 성공합니다. 분개한 쉬어칸은 늑대의 지도자이자 모글리의 아버지인 아킬라의 목을 물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한편 모글리는 인간의 마을로 가는 여정에서 뜻밖의 인연인 곰 발루를 만나게 됩니다. 발루는 모글리에게 겨울이 오기 전까지만 함께 지낼 것을 제안합니다. 인간의 마을로 가기를 꺼려하고 있던 모글리는 발루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모글리는 그와 함께 수영을 하고 노래도 부르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듯 했습니다.
그러던 중 원숭이 떼의 납치를 당하게 된 모글리를 바기라와 발루의 도움으로 무사히 오랑우탄의 왕국을 탈출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킬라의 죽음을 전해 듣게 된 모글리는 가족과 쉬어칸이 있는 정글을 향해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합니다.”

“아버지를 죽게 만들다니... 쉬어칸이 원하는 게 나라면 기꺼이 상대해 주겠어!”

정글 한 가운데 모글리와 쉬어칸이 마주했습니다. 모글리의 손에는 붉은 꽃이 들려있었습니다. 닿기만 하면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린다는 인간이 만들어낸 붉은 꽃. 쉬어칸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소리쳤습니다. 인간의 아기가 어른이 되어 돌아왔다고. 손에는 정글을 파괴할 붉은 꽃을 들고서. 쉬어칸은 모글리를 정글의 적으로 만들 작정이었습니다. 모글리는 들고 있던 불꽃을 저 멀리 내던져 버렸습니다. 이제 그의 손에는 아무런 무기도, 도구로 들려있지 않았습니다. 쉬어칸은 때를 놓치지 않고 모글리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글리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뒤에는 바기라가 있었고, 발루가 있었고, 수많은 늑대 가족들이 있었고, 정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바기라가 쉬어칸에게 달려들며 소리쳤습니다.

“넌 결코 늑대가 될 수 없어! 가서 인간답게 싸워! 우리가 시간을 벌고 있을 테니.”

모글리는 달려갔습니다. 인간답게 싸우기 위해. 손으로 재빨리 도구를 만들어 전쟁을 준비했습니다. 모글리는 쉬어칸을 죽은 나무 위로 유인했습니다. 나무 아래 세상은 붉은 꽃의 축제가 한창이었습니다. 빨갛고 뜨거운 꽃들이 이글거렸습니다. 죽은 나무 꼭대기 메마른 나뭇가지 위에는 이제 모글리와 쉬어칸 둘만 남았습니다. 비열하게 웃어대는 쉬어칸에게 모글리는 소리쳤습니다. “난 네가 두렵지 않아!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어!” 그 순간 쉬어칸은 있는 힘을 다해 모글리에게 뛰어들었고 모글리는 순식간에 줄을 타고서 다른 나무 쪽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곧이어 쉬어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붉은 꽃 사이로 쉬어칸의 몸뚱이가 타들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정글에는 다시 평화를 찾아왔습니다. 정글에서 인간으로 살아남은 모글리와 친구들에게도 평화와 행복이 찾아왔습니다.

김민태 PD의 애니메이션 [정글북] 선정이유

정글북은 12세 관람가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극장나들이를 할 때 가장 선호하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정글북은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도 여럿 나오고 모글리와 쉬어칸의 추격전에서는 스릴도 느껴집니다. 모글리가 늑대 가족들과 정글 친구들과 함께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찡한 감동도 전해집니다. 무엇보다 실사인지 CG인지 구별하기 힘든 아름다운 정글의 모습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는 모글리와 그를 죽음 끝까지 몰아내려는 쉬어칸의 싸움은 과연 어떻게 전개될까요? 무척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읽는 시청포인트

01. 늑대아이 모글리가 가족과 친구가 있는 정글을 떠나야만 하는 슬픔에 공감하기.
02. 목숨을 걸고 친구를 끝까지 지켜준 바기라의 의리와 모글리를 위해서라면 절벽 오르기와 나무타기도 마다하지 않았던 발루의 우정을 되새기기.
03. 건강한 자아정체감을 성취하려면 현실에 적응하되 자신의 뿌리와 근원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기억하기.

아이와 애니메이션 보기

정글북 : 장면1

[장면 01]

정글을 떠나야 하는 모글리가 늑대어머니인 락샤와의 이별을 슬퍼하고 있다.

넌 인간이고 여긴 정글이야 (정글은 너에게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모글리는 기억도 할 수 없을 만큼 아주 어린 시절 인간 아버지를 잃었다. 불을 사용하는 인간에게 단단히 화가 난 호랑이 쉬어칸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다행히 흑표범 바기라의 도움으로 모글리는 현명한 늑대 지도자 아킬라와 락샤의 손에 맡겨져 늑대의 아들로 길러졌다. 모글리는 정글에서 늑대로 살아가는 것에 충분히 행복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는 듯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쉬어칸이 나타나 모글리가 인간의 아이라는 이유로 그를 정글에서 몰아내 죽이려고 하였다. 아킬라에게 모글리를 내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하였다. 모글리는 자기 때문에 가족들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는 정글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늑대어머니 략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모글리의 모습은 몹시 가엾어 보였다. 아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어미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모글리와 락샤를 보며 원치 않는 이별, 준비되지 않은 헤어짐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얼마 전 보았던 다큐멘터리 트윈시스터즈의 입양아들이 경험한 생물학적인 부모와의 이별이다. 그들은 원해서 세상에 태어난 것도 아니지만 원하지 않았는데도 부모와 헤어지고 쌍둥이 자매와도 헤어져야 했다. 어디 이뿐일까... 부모의 이혼으로 한쪽 부모 혹은 양쪽부모 모두와 헤어져야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들에게 이혼이란 쉬어칸과 같이 갑작스럽고 폭력적인 대상일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또한 예측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서 이별을 경험한다. 하루 아침에 범죄자에 의해 죽음을 당한 사람과 그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의 마음이 자꾸만 생각나 가슴이 저릿해진다.
서로 이마를 맞대고 흐느끼는 모글리와 락샤의 머리 위로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윤슬이는 모글리가 왜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채 으스스한 정글을 휘젓고 다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다. 어떻게 사람이 늑대를 엄마나 아빠라고 부르는지도... 그렇다면 ‘부모’나 ‘가족’이란 꼭 생물학적인 아버지, 어머니만을 의미하는 걸까? 우리 사회에는 ‘입양’이라는 제도가 있고, 다문화 가정도 점점 늘고 있고, 버려진 아이들의 부모를 자처하는 싱글 여성들도 있다. 외모라든가 같은 나라에서 태어나야 한다든가 하는 게 그리 중요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 ‘부모’라는 말의 뜻은 ‘좋은 어른’ 정도가 맞지 싶다. 물론 이걸 윤슬이에게 이해시키는 건 부모의 몫이 될 것이다. 모글리는 자신과 너무도 다른 늑대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인간이 아닌 동물을 부모로 받아들인다. 마찬가지로 어른인 우리 또한 만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하겠다. 이 다음 언젠가 윤슬이가 “락샤와 아킬라는 모글리에게 참 좋은 부모였던 것 같아.”라고 말할 날을 기대해보며.

정글북 : 장면2

[장면 02]

발루와 모글리가 한가로이 헤엄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살벌한 정글에도 의지할 수 있는 친구는 있다

모글리는 정글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늑대라고 생각했지 인간의 무리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가족이 있는 곳으로부터 거리는 점점 더 멀어졌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사는 마을에 마음까지 가까워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모글리가 발루를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아니 천만다행이라고 하는 게 더 맞았다. 뱀이 모글리를 잡아먹으려는 순간 발루가 그를 구해주었으니까. 모글리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인 발루에게 최선을 다해 꿀을 따다 주었다. 발루는 모글리에게 겨울이 오기 전까지만 자기와 함께 지낼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그 둘은 함께 지내며 같이 수영을 하고 노래를 불렀다.

그런 모글리와 발루를 지켜보던 눈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모글리의 든든한 지원자 바기라였다! 바기라는 모글리가 정글에 남으면 언제고 쉬어칸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모글리가 인간마을로 가기를 바랐다. 결국 바기라는 발루에게 모글리가 이곳을 떠날 수 있도록 그를 매정하게 대해달라고 요청했다. 모글리가 쉬어칸에게 쫓기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발루는 몹시 걱정이 되어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발루는 모글리에게 우리가 계속 함께 지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의아해하는 모글리에게 발루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언성을 높였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 난 이제 네가 필요 없다고. 여기서 떠나달란 말이야!”

서러워진 모글리는 자리를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늑대무리를 떠나온 날이 생각났다. 그때도 이런 비슷한 심정이었던 것 같다. 가슴에 구멍이 뻥- 하고 뚫려버린 것 같은. 시리고 아팠다. 모글리가 뛰쳐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발루의 얼굴이 금세 시무룩해졌다. 발루는 속이 상했다. 모글리에게 상처를 주다니... 그는 바기라에게 모글리를 내치는 건 “곰 인생을 걸고 제일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슬픈 표정이 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부모가 곁에 없는 험한 정글에서 모글리에게 바기라와 발루 같은 친구가 있었던 것처럼 성큼 성큼 커가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어쩌면 부모보다 친구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또래의 친구들에게서 배우고, 알게 모르게 의지하면서 성장해 나간다. 영화를 보면서 윤슬이에게도 “내 인생을 걸고 너를 떠나는 건 제일 힘든 일이야”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윤슬이 또한 누군가에게 바기라와 발루와 같은 친구가 되어준다면 그건 부모로서 더없이 기쁜 일일 것이다. 영화를 보고난 뒤 아이와 함께 친구들 이야기를 나눠 보는 건 어떨까. 전학 간 친구, 어쩐 일인지 요즈음은 얘기가 뜸해진 친구의 안부는 어떤지, 일전에 다퉜다던 그애랑은 잘 풀고 지내는 지 등등. 아이들이 친구 얘기를 할 때 귀 기울여 들어보면 내 아이의 요즘 학교 생활이나 심리 상태 등을 저절로 알 수 있게 된다. 친구를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우정 또한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노력과 표현이 필요하다는 것을 살짝 귀띔해 주자.

정글북 : 장면3

[장면 03]

쉬어칸과 맞서 싸우려는 모글리의 뒤에는 정글의 모든 동물들이 함께 있어 주었다.

더 이상 두렵지 않아. 정글에서 인간답게 맞서 싸우겠어!

모글리는 정글에서 어떤 무리에도 속하지 않았다. 자신을 키워주고 돌봐준 늑대도 아니었고, 언제나 뒤에서 든든히 있어준 흑표범도 아니었다. 정글을 창조했다고 하여 신성시 여겨지는 코끼리도 아니었고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는 늑대아버지와 늑대어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자랐지만 결코 늑대가 될 수는 없었다. 바기라는 모글리가 손으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건 늑대의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인간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모글리는 도구를 만들어 씀으로써 발로에게 꿀을 맛보게 해주었고 구덩이에 빠져 울고 있는 아기코끼리를 구해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가 특별한 이유였다.

모글리가 한 손에 활활 타오르는 붉은 꽃을 들고 나타났을 때 쉬어칸은 그가 정글을 파괴하는 어른인간이 되어 돌아왔다며 조롱했다. 이에 모글리는 들고 있던 횃불을 내던지고 정글에서 자란 늑대로서 쉬어칸과 맞서 싸우려고 하였다. 그러자 바기라는 그의 앞을 막아서며 이렇게 말했다. “가서 인간답게 싸워.” 바기라가 내뱉은 인간답게- 라는 말에 모글리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는 쉬어칸과 전쟁을 치를 준비를 시작했다. 손은 여러 도구를 만들기에 분주했고 머리는 쉬어칸을 무찌를 방법을 생각하느라 열기가 가득했다. 결국 모글리는 죽은 나무 꼭대기로 쉬어칸을 유인했고 그를 붉은 꽃 구덩이로 몰아냈다. 타닥타닥 가죽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모글리의 승리였다.

그는 완전한 늑대도, 인간도 아니었다. 하지만 쉬어칸을 무찌르는 과정에서 모글리는 정글에서 인간으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정글에서 여러 동물들 가운데 하나로 살아가되 인간의 본성을 부정하지는 않는 것. 그것이 모글리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방법이었다.

윤슬이가 모글리의 용기가 부러운 가 보다. 부모의 입장으로 보자면 락샤와 아킬라는 모글리를 믿음으로 키운 것 같다. 누가 뭐래도 그들에게 모글리는 늑대의 아들이었다. 모글리가 인간의 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사랑도 달랐던 것 아니었다. 아이들은 특정한 성격과 기질을 타고 난다. 성장하면서 적응도 하고 변화도 겪지만 성향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지 않고 무조건 뜯어 고치려고만 하면 그때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기질은 이해를 통한 수용을 필요로 한다.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해 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그 정서를 수용하는 것이다. 모글리가 쉬어칸을 이길 수 있었던 건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다.

부모를 위한 Q&A

모글리가 어미 락샤와의 분리-개별화를 통해 진정한 자기를 찾았듯 일정 시기가 되면 부모도 자녀가 물리적/심리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들었어요.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으면서 분리-개별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고 싶어요.

어린 아동은 어머니와 자신을 이중 단일체로 경험합니다.

즉, 내가 곧 엄마고, 엄마가 곧 나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공생 관계 안에서는 자기와 대상이 구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린 아동은 어머니를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대상으로 지각합니다. 아기가 5, 6개월 정도가 되면 서서히 분리-개별화 단계가 시작됩니다. 분리는 아동이 어머니와의 공생적 관계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내적인 과정을 일컫습니다. 아동은 분리가 됨으로써 어머니를 독립적인 표상으로 바라보는 대상관계를 발달시킵니다. 개별화는 아동 자신이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개체로서 대상과는 구별되는 존재라는 자기표상을 드러내는 심리내적인 과정을 뜻합니다. 아동은 이러한 분리-개별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자율성과 주도성에 대한 믿음을 개발시켜나갈 수 있습니다. 아동이 건강한 분리-개별화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애착을 촉진시켜주는 방법으로는 아기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아기와 신체적으로 밀착되어 있기, 극단적이고 처벌적인 훈육은 피하기, 몸으로 하는 스킨십 이외에도 말로써 애정표현을 충분히 해주기 등이 있습니다. 분리-개별화 단계에서 아동은 어머니와의 공생적 관계에 머무르고 싶은 소망과 분리를 통한 개인의 자율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소망 사이에서 위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부모는 아동의 불안과 내적갈등을 충분히 수용하고 기다려주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아직 서툴고 부족하지만 스스로 뭔가를 해보려는 시도와 도전 그리고 자율적인 행동들에 대해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되는 자아정체감 형성은 청소년들에게 꽤 고통스러운 발달과업이 될 것 같은데요.
요즘과 같은 다민족다문화 사회에서는 특히 더 복잡한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자아정체감 형성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습니다.

James Marcia(1980)에 의하면 정체성의 지위에는 4가지가 있습니다. 정체성 혼란은 정체성 문제에 대해 생각하거나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며 미래 삶의 방향을 계획하는 데 실패했음을 의미합니다.

정체성 폐쇄는 정체성에 있어서 위기를 경험하지 않는 것으로 예컨대 부모의 정체성을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정체성 유예는 나는 누구인지,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등 적극적으로 삶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그 답을 찾고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체성 성취는 개인의 목표와 신념, 가치에 대하여 정체성 문제를 해결한 단계를 일컫습니다.

정체성 형성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청소년기를 지나온 성인들 역시 여전히 정체성 문제와 씨름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의 초기에 정체성에 대한 답을 가졌다고 할지라도 특정 시기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또 다시 제기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정체성 획득은 영역에 따라 다른 지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직업과 성역할에 있어서 정체성 성취 지위를 가졌다 할지라도 종교적 신념에서는 정체성 폐쇄 지위에 있을 수 있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있어서는 정체성 유예 지위에 있으며 여전히 탐색 중일 수 있습니다.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특히 소수민족 자녀들이 긍정적인 민족 정체성을 형성하고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①부모들은 학령전기부터 그들 집단의 문화적 전통을 가르치고 민족 자부심을 갖도록 한다.
②편견이나 가치갈등을 건설적으로 다루도록 준비시킨다.
③부모로서 따뜻하고 지지적인 친구가 되어주고, 학교와 공동체들도 민족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평가를 촉진하고 교육과 경제적 기회를 확대하는 노력을 지속한다.


이처럼 민족집단의 가치 및 전통에 대한 건강한 정체성을 성취한 자녀들은 자존감이 더 높고 학업에 더 잘 적응하고 부모와의 관계도 더 긍정적이고 또래들로부터 더 우호적인 평가를 주고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자아정체감

자아 정체감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총체적인 느낌 및 인지를 뜻하는 심리학적 용어입니다. 자아정체감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일관성에 대한 느낌으로, 유아기의 자기에 대한 개념에서 발달하여 청소년기 특히 중요하게 대두됩니다. 청소년기 자아 정체감 형성은 에릭슨에 의해 이 시기의 핵심 발달 과제로 규정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아 정체감 형성의 주관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접근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자아 정체감(ego identity)이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함축적, 총체적, 일관적인 믿음과 느낌을 말합니다. 에릭슨(Erikson)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과거의 노력과 현재의 문제점들, 그리고 미래의 기대 간의 일관성을 추구하는 존재로서, 기본적으로 정체성을 추구하는 동물입니다(Erikson, 1968). 자아 정체감은 유아기와 아동기를 통해 자기(self)에 대한 개념을 발달시키는 데서 출발하며, 청소년기 이르러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생물학적 성숙간의 괴리를 해결하려는 노력 끝에 확립됩니다. 그리고 청소년기 이후의 인생에 있어서도 끊임없이 개인에게 영향을 주는 개념입니다.

출처: 심리학용어사전, 2014. 4., 한국심리학회

나도 그런 친구가 되어 주어야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온 지 꽤 되었는데 아직도 정글 속 판타지가 머릿속 가득 생생하게 펼쳐진다. 특히 모글리의 절친한 친구 흑표범 바기라와 곰 발루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힘들었을 때 옆에 있어준 지인들의 얼굴이 하나 둘씩 떠오른다.

붉은 꽃으로 정글을 파괴시켜버릴 수는 있는 인간의 아이인 모글리를 아무런 편견 없이 그 자체로 받아준 바기라와 늑대가족들. 그들은 완전히 다른 생명체인 인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모글리를 지켜주었다. 곰 발루는 높은 곳을 무서워해 절벽을 타거나 나무를 오르는 것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친구 모글리를 위해서라면 발 벗고 나서서 두려움도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연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인 적이 있었을까? 생김새도 다르고 피를 나눈 사이도 아니고 심지어 맹수에게 쫓기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함께 싸워줄 용기가 내 안에 있기는 한 건지... 바기라나 발루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 친구를 만나러 가려 한다. 정글 속 푸르른 나무를 닮은 여름 한 모퉁이에서 정겨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아빠 캐릭터 아빠 김민태

EBS PD. [다큐프라임 아이의사생활], [퍼펙트 베이비] 등을 연출. 육아학교 핀 총괄프로듀서 _저서 [아이의 자존감] , [일생의 일] 등

엄마 캐릭터 엄마 원윤선

동화작가. 우리아이마음연구소 부소장. 이화여대 아동학과 박사과정 부모교육 전공_저서 [헌혈견 엣지] , [나의 첫 임신이야기] 등

딸 캐릭터 딸 윤슬(예명)

동심의 절정기를 보내고 있는 6살

김민태, 원윤선
자료 협조
월트디즈니컴패니코리아, 엔드크레딧 (영화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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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7-04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