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의 전후사정

인생은 아름다워, 비극의 세월 그래도

그 영화의 전후사정 - 비극의 세월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워’
그 영화의 전후사정 - 비극의 세월 그래도, ‘인생은 아름다워’

시간의 한 부분을 떼어 내 보여주는 영화는 시간의 기록인 역사 속에서 소재를 찾곤 합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유대인 수용소 안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끝까지 지켜낸 아버지 귀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20여년만에 다시 돌아온 [인생은 아름다워]의 전후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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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면 지난 역사도 함께 시작된다

  • 영화[인생은 아름다워]
  • [인생은 아름다워]는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유대인 수용소 안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끝까지 지켜낸 아버지 귀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1999년 개봉 당시 제 71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로베르토 베니니), 음악상, 외국어영화상, 제51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등을 휩쓴 걸작이죠. 바로 이 영화가 17년만인 지난 13일 재개봉, 비수기 극장가에서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데요.
    ‘결말을 알고도 다시 한 번 웃다가 울게 될’ [인생은 아름다워], 만나보셨나요?

# 프롤로그. 유태인 아버지, 그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어른이 되어 과거를 회상하는 ‘조슈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 영화[인생은 아름다워]
  • “간단하지만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동화처럼 슬프고 놀라우며 행복이 가득한 이야기다”

스산한 바람이 불어대는 어두운 골목에서 소년 조슈아를 안고 걸어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지금부터 영화는 전쟁과 학살로 철저하게 비극적이었던 시대,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만들어 낸 희극, 그 기적 같은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 할 겁니다.

# 줄거리. 파시즘도 나치도 수용소도... 다 게임이야

파시즘과 나치즘이 맹위를 떨치던 1939년 이탈리아. 호텔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유대계 이탈리아인 귀도는 이상형의 여인인 초등학교 교사 도라를 운명처럼 만납니다.

파시즘과 나치즘이 맹위를 떨치던 1939년 이탈리아. 호텔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유대계 이탈리아인 귀도는 이상형의 여인인 초등학교 교사 도라를 운명처럼 만납니다.

귀도가 도라를 만날 때마다 건네는 이 인사는,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죠. 어두운 시대에도 사랑은 시작됩니다. 도라에게는 약혼자가 있지만, 귀도는 끊임없는 구애를 펼칩니다.

"당신과 여기서 평생 동안 사랑하고 싶다고 고백한다면 나는 미친 게 틀림없어요."

순수한 마음과 해맑은 웃음에 끌린 도라는 결국 귀도와 결혼합니다. 곧, 아들 조슈아를 얻죠. 드디어 완벽한 가족이네요. 그러나 행복은 길지 않았습니다. 독일의 유태인 말살 정책에 따라 귀도와 조슈아는 수용소에 끌려가고, 남편과 아들을 사랑하는 도라는 유태인이 아니면서도 자원해 따라 나서죠. 그런데 놀랍게도, 이 때 소년 죠슈아는 자신에게 가장 신나는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 영화[인생은 아름다워] : 도라와 귀도, 그들의 아들 조슈아
  • “이 모든 현실은 재미있는 놀이야... 이 게임에서 이기면 선물로 탱크를 받게 될 거야.”

귀도는 수용소에 도착한 순간부터, 조슈아에게 이 현실이 하나의 신나는 놀이라고 속입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특별히 선발된 것이며 1,000점을 가장 먼저 따는 사람이 1등상으로 진짜 탱크를 받게 된다는 것이죠. 조슈아는 귀도의 이야기를 믿습니다. 조슈아에게 놀이의 과정, 그러나 귀도에게는 고통스러운 현실이 닥쳐옵니다. 아버지는 비극 속에서 위대한 희극을 만들어냈습니다. 마침내 독일의 패망. 하지만 혼란의 와중 도라를 찾아 나선 귀도는 독일군에게 발각되고 맙니다.

# 에필로그. 불행한 해피엔딩

죠슈아는 결국 놀이에서 1등을 했습니다. 귀도의 말대로 연합군의 탱크를 타고 고향으로 가는 길, 도라를 발견하고 한달음에 달려가 끌어안죠. 그리고 소리칩니다.

  • 영화[인생은 아름다워] : 불행한 해피엔딩
  • “우리가 이겼어! 우리가 1000점을 땄어!”

누구도 [인생은 아름다워]를 해피엔딩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지독한 불행 속에서도 소년 죠슈아는 조금도 상처받지 않았죠. 그리고 그가 어른이 되어가면서 다시 기억을 끼워 맞추는 동안, 그는 진정한 해피엔딩을 알게 됐을 겁니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희생한 이야기다.
이것은 아버지가 나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었다”

前後事情

영화 속에서 귀도의 거짓말대로 우연찮게 들어맞는 상황들은 참혹한 상황을 유쾌한 게임으로 바꾸어 냈습니다.
아버지로서 가장 두려운 건 현실, 즉 육체적 고통이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 망가져 버릴 아들 귀도의 소중한 인생이었겠죠. 아픈 역사를 물려받은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고, 또 역사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고민해봐야 할 ... 영화의 제목이자 역설이 희망과 유머의 힘,‘인생은 아름다워’입니다. 아, 영화 속에서 내내 천진한 눈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죠슈아 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실제 92년생이랍니다. 성인이 된 그는 [인생을 아름다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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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영화[인생은 아름다워] :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모습
  •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모습
  • '홀로코스트’는 일반적으로 인간이나 동물을 대량으로 태워 죽이거나 대학살하는 행위를 뜻하지만, 고유명사로 사용될 때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로 통용됩니다. 1933년 히틀러가 독일을 장악한 후 1935년 뉘른베르크 인종 차별법 통과, 1938년 수정의 밤 학살(Kristallnacht pogrom)이 잇달아 자행되었고 곧 유럽 곳곳에 강제수용소들이 만들어졌는데요. 1945년 1월 27일 해방될 때까지 모두 60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이 인종청소라는 명목으로 죽음을 당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지금까지도 그 현장이 보존되어 있는, 가장 악명높은 곳인데요. 이곳에서는 30개 나라에서 강제로 끌려온 4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참혹한 강제 노동에 내몰리거나 가스실에 갇혀 세상을 떠났죠.
    나치는 주로 노동력 없는 어린아이와 노인, 나약한 사람들을 가스실로 데려갔습니다. 그들이 사용한 치클론-B는 마신 사람은 20여 분 내로 고통 속에 사망하도록 만드는 치명적인 가스였죠. 이렇게 죽이지 못한 유대인들을 인체 실험 대상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지옥보다 더한 현실...

    [인생은 아름다워]의 감독이자 주연을 맡았던 로베르토 베니니가 영감을 받은 원작은 이 강제수용소 생존자의 실화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 거주하고 있던 로미오 살모니는 24세였던 1944년 4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갔고, 살아남아 [결국 나는 히틀러에게 이겼다]라는 회고록을 썼습니다. 물론, 살모니처럼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목숨을 건진 이탈리아 유대인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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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끝나고 역사는 계속된다

    로미오 살모니가 죽음이 가장 흔했던, 죽음보다 못했던 시대와 장소에서 살아남은 경험에 대해 남긴 무척 특별한 말이 있습니다. "나는 히틀러가 내게 하려던 짓을 망쳐놓았다고 생각한다” 살모니는 함께 끌려간 두 형제를 수용소에서 잃었습니다. 수형번호 A15810으로 불리며 짐승과 같은 시간을 보냈던 기억은 참혹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은 것으로 결국 승리했다고 여긴 모양입니다. 부인과 금혼식을 올리고, 12명의 손자 손녀들에 둘러싸여 건강하게 살다가 2011년 91세로 세상을 떠난 살모니. 그는 아마도 비극에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맞섰던 것 같습니다. 생전에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봤다면, 눈물은 흘렸다 해도 분명 두고두고 유쾌해 하지 않았을까요.

    • 영화[인생은 아름다워] : 뉴욕 홀로코스트 센터
    • 뉴욕 홀로코스트 센터

    20세기 최대, 최악의 전쟁 제 2차 세계대전.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잔혹했던 홀로코스트는 이제 그 사건 자체를 넘어 인종, 민족, 국가, 종교를 초월하는 세계 인권회복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역사 속에 사라진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그 시간들은 지금도 재생되고 있는데요. [인생은 아름다워] 와 같은 역사를 다룬 작품으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가 명작으로 남아있죠.

    최근 참혹했던 위안부의 역사를 다뤄 화제가 됐던 [귀향]의 조정래 감독은“위안부 문제가 홀로코스트에 버금가는 엄청난 전쟁 범죄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 영향일까요. 지난 4월 9일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뉴욕 롱아일랜드 나소카운티에 방문, 일본군에게 끌려가 당했던 성폭력과 인권유린의 고통을 생생히 증언했는데요. 그녀들을 초청한 곳이 바로 홀로코스트센터입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청중 가운데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도 있었다고 하죠. 같은 전쟁이 낳은 비극, 그러나 그곳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또 다른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서경 작가 (KBS 「남북의 창」, 「역사저널 그날」등)
    스틸컷제공
    씨네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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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2016-05-16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