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人테리어

침실을 보면 부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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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집을 짓지만 집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람과 공간사이에는 영향을 주고받는다.
캐주얼복장을 하느냐 정장을 입었느냐에 따라서
그 옷을 입은 사람의 말투나 행동이 달라질 수 있는 것처럼
공간은 사람의 마음과 그 구성원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침실이 곧 부부의 친밀도

모 연예인 부부의 집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거실이나 부엌 등의 공간은 일반적이었지만, 유독 침실의 가구와 그 배치가 눈에 거슬려 마땅치 않아 보였다. 침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마치 침실의 주인인 양 한쪽 벽을 천정까지 차지하고 있는 붙박이장은 답답하기 그지없어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다른 구석에 있는 책상과 컴퓨터는 부부간의 따뜻한 사랑이 넘쳐야 할 공간을 망쳐 놓기에 이미 충분했다. 게다가 침대의 크기는 침실에 비해 유독 작아 볼품없이 초라했다. 그 침대에 앉고 싶지도 잠시 누워있고 싶지도 잠을 청할 수도 없는 침대였다.

이 침대 하나만으로 부부의 화목과 애정을 판단하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지만 결국 공간을 보는 것만으로 그 구성원들의 삶과 생활을 분명 엿보고 가늠해 볼 수 있다. 실제로 그 부부는 거의 별거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그 침실은 아내가 혼자 지키며 쓸쓸하게 보내고 있었다.

 

거실에서 말과 마음이 소통을 하고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체험의 소통을 한다. 그리고, 침실에서는 서로의 아픔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상처투성이로 돌아온 집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감추었던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이젠 부부의 모습으로 서로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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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 붙박이장을 쫓아내자”

거실과 테라스의 남는 공간으로 수납 해결

진정한 빈티지란, 세월의 흔적들이 켜켜이 묻어있는 것이다.

붙박이장은 왜 항상 침실에 있어야 할까? 침실은 ‘잠을 자는 곳’이라는 것을 우리는 가끔 잊는다

침실의 주인은 침대여야하지만 방마다 있는 붙박이장은 방의 옵션이 아닌 기본이 되어 버렸다. 하긴 붙박이장은 옷이나 잡동사니들을 눈에 보이지 않게 수납할 수 있어 매력적이지만 침대나 다른 가구들의 배치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유연하게 공간을 만들 수 없는 고정적인 공간으로 단정짓는다는 면에서도 권하기 어렵다.

요즘 인테리어는 유연(flexible)하다. 집이나 공간을 단정하여 고착화시키지 않는다. 거실에 텔레비전을 두는 한쪽 벽을 대리석 등의 아트월로 하는 것도 비용만 더 들게 될 뿐 그렇게 예전처럼 잘 설치하지 않는다. 심지어 움직이는 슬라이딩 벽이나 파티션이 될 수 있는 가구를 이용해 공간을 필요에 따라 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추세이기도 하다.

붙박이장은 그 편리성을 감안하더라도 침실의 공간을 내어주기에는 너무도 아깝고 또 답답하다. 계절별로 수납된 꽉 채워진 옷들과 같이 자는 공간은 끔찍하다. 방의 여유가 있다면 방마다 있는 붙박이장을 한 곳에 모아 드레스룸을 만들어보자.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집 정리의 반은 한 셈이다. 만약 방의 여유가 없다면 거실이나 발코니의 남는 공간을 이용해서 수납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도 좋다. 붙박이장을 침실에서 밀어내고 없애는 것이 부부간 사랑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침대에 누워 편안하고 누워서 침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중압감이나 답답함을 느끼지 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으슥해봅시다”

전구색 조명이 잠을 부른다

진정한 빈티지란, 세월의 흔적들이 켜켜이 묻어있는 것이다.

위에서 아래로 비치는 조명은 햇빛과 달빛이면 충분하다. 우리의 침실 조명은 은은한 간접 조명이 좋다.

우리나라의 집만큼 조명이 밝은 나라는 없다. 이미 남향으로 충분한 채광을 받음에도 사방을 다 밝게 해놓아야 집이 환하고 좋다고 생각한다. 침실은 다소 어두워도 좋다. 약간 어두운 공간에서 사람들은 심리적인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그렇게 편안함을 느낀 공간에서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장 편안한 상태로 돌아와 서로 간에 깊은 얘기와 교감을 나눌 수 있다.

다양한 컬러로 도배된 공간과 복잡한 문양의 타일로 한순간에 시선을 끄는 공간이 첫눈에는 자극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그런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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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텔레비전이랑 대화하고 계신가요?”

대화를 부르는 작은 테이블 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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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은 언제, 어디서나 옳다.
있으면 일단 앉게 되고, 앉으면 일단 대화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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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텔레비전이랑 대화하고 계신가요?”

대화를 부르는 작은 테이블 두개

텔레비전은 부부간의 속깊은 대화를 적극적으로 방해한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자기 전에 보면서 얕은 이야기를 하며 우리 부부는 사이가 좋다고 착각만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대화의 빌미를 제공할지는 모르지만, 침실의 아이템으로는 부적절하다. 또한 적지만 전자파도 있어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하는 공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텔레비전을 보며 와인을 한잔하고 침대에 누워 휴식을 즐기는 것은 유쾌하지만 여행 중 호텔에서의 경험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텔레비전을 없애고 그 자리에 두 부부가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은 원형테이블과 의자를 두는 건 어떨까. 침대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테이블에서 마주보거나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스러운 경험을 가끔씩이라도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은 두 부부에게 분명 더 소통을 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 뿐만이 아니라 어느새 조금씩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 자신들을 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공간을 바꾸고 가구를 바꾸면 두 부부의 사랑도 깊어질 수 있다.

人문학 人테리어, 박성준 건축가 사진

박성준건축가

“모든 인테리어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본인의 철학을 토대로 방송, 강연, 저서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람을 향하는 인테리어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했으며, JTBC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방영 중), Story on [THE HOUSE](2013) 등 인테리어 방송에 출연하여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테리어 시공, 컨설팅으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으며, 저서로는 [운명을 바꾸는 인테리어 tip 30]을 통해 “집이 인생을 만든다”는 생각을 알리고 있다.

글, 이미지
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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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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