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人테리어

가족이 키득거리는 친근한 부엌 만들기

人문학 人테리어, 3화 “가족 키친”가족이 키득거리는 친근한 부엌 만들기人문학 人테리어, 3화 “가족 키친”가족이 키득거리는 친근한 부엌 만들기

밥 먹고 책보고 일하고...부엌에서 다 합니다

人문학 人테리어, 2화 우리는 거실에 산다

우리는 옷을 24시간동안 입고 있지 않는다. 또 24시간 먹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24시간 내내 어떤 공간 안에 있다. 집안은 말할 것도 없이 집밖에서도 분명 우리는 어떤 공간 안에 있기 마련이다. 공간이 사람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住)는 분명 우리에게 꽤나 중요한 소재인 것만은 확실하다.

‘의식주’라는 면에서 부엌을 들여다보자. 집안의 공간에서 모든 의식주 행위가 가능한 공간은 부엌이다. 밖에서 입었던 불편한 옷들 대신 편안한 옷들을 입고, 편안하게 밥을 먹는다. 학원 다녀온 아이 숙제도 봐주고, 손님과 차를 마시거나 이따금 부부끼리 술을 한 잔 하면서 소박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우리 밥 한 번 먹자”

사람들은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시간을 함께 공유했을 때 정이 들고 사랑이 생긴다. 누군가를 처음 소개받은 자리, 혹은 오랜만에 오래된 친구를 만났을 때, 우리는 밥을 먹는다. 심지어 누군가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도 헤어짐의 인사는 늘, “밥 한 번 먹자”로 귀결되는 것은 분명 ‘식사’라는 것이 사람 사이에 ‘정’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은 말할 것도 없다. 다른 때는 몰라도, ‘저녁은 꼭 집에서’ 먹는 게 규칙인 가족을 심심찮게 만난다. 이는 집에 늦게 들어오지 말라는 속뜻을 지닌 일종의 규칙일 수도 있지만, ‘하루에 한 번은 가족이 모두 모이는 자리를 가지자’는 의미가 더 클 것이다. 단순히 식욕을 해결하기 위함이라면, 가족이 모두 모일 이유가 없을 것이다. 가족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즐거운 감정을 느끼고, 또 그렇게 함께 했기에 행복한 마음이 커질 수 있다. 그 공간이 바로 부엌이다.

 

人문학 人테리어

“식탁 위 유리를 걷어내자”

가족의 손때가 묻을수록 제대로 빈티지다

진정한 빈티지란, 세월의 흔적들이 켜켜이 묻어있는 것이다.

진정한 빈티지란, 세월의 흔적들이 켜켜이 묻어있는 것이다.

식탁은 여자의 로망, 부엌에서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원목으로 된 고가의 제품으로 구입한 후, 작은 흠집조차 허락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그 식탁 위에 차디찬 유리를 덮는다. 사실 식탁은 가족들이 따뜻하고 행복하게 밥을 먹어야 하는 공간인데 차가운 소재의 유리는 마땅치 않다. 더군다나 아이가 밥을 먹다가 반찬을 흘리거나 음료수를 식탁 위에 쏟으면 거의 비난에 가깝게 혼을 낸다. 이보다 아이들이 무엇을 쏟았건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흘린 것은 잘 닦아내고 치우면 된다’는 교육은 식탁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동안 가보았던 많은 집들의 식탁은 두 가지로 나뉜다. 유리로 철통같이 방어된 고가의 식탁 아니면 오래된 느낌이 드는 빈티지 식탁. 사실 빈티지라는 것은 자신이 구입한 식탁이 오랜 세월 그 역할을 하면서 손때도 타고 냄비에 찍힌 자국도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의 추억이 묻었을 때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4주 속성 인테리어’에 익숙해진 우리는 가구도 빈티지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그렇게 된 완성품을 산다.

부엌의 중심과 주인은 고가의 식탁이 아니다. 그 식탁이라는 가구에 둘러앉아 행복하게 밥을 먹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가족이 주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람과 같이 늙어가며 세월의 흔적을 기록해가는 식탁은 가족의 지난 추억과 행복을 기록해 놓은 자연스러운 일기장이 된다. 이렇게 해야 비로소 내 가족만의 추억과 이야깃거리가 녹아있는 가족만의 빈티지가 완성된다.

인문학 人테리어

“거실과 등지지 않기”

요리하면서 가족을 봅니다

인문학 人테리어

부엌에 서서 요리를 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 거실에 있는 가족과는 단절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부엌에 있어도 거실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구조가 더 바람직하다.

인문학 人테리어

“거실과 등지지 않기”

요리하면서 가족을 봅니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부엌은 거실과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공간이어야 한다. 가족이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식탁이 거실과 얼굴을 마주 보도록 배치해보자. 요리를, 설거지를 하며 또는 따로 식사를 하더라도 가족과 같이 있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배치는 가족과 함께 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또 아이들이 아직 어린 집에서는 아이들의 동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배치로, 아이들이 다치거나 화분을 넘어뜨리는 등의 사고(!)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가 되므로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과감하게 버리자”

부엌 수납장이 곧 우리 가족의 민낯

人문학 人테리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정리정돈이 중요하단 걸 알면서도 실천을 못 하는 집은 의외로 많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기억하는가? 승민(이제훈 분)이가 살던 집 냉장고 문을 열자 뭔가를 넣어둔 검정비닐봉투가 아래로 뚝 떨어진다. 냉장고 안을 자세히 보지 않아도 이미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온갖 내용물들이 꽉꽉 채워 놨을 것이 뻔하다. 아마 대부분 시골 부모님 댁에 가면 정체 모를 비닐로 가득 찬 냉장고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만 보아도 냉장고 정리가 잘 된 게스트가 그렇지 않은 게스트보다 삶의 질이 높아 보인다.
부엌에는 온갖 조리 도구와 식기, 식재료 및 양념통들로 가득하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 모든 것들을 기능적으로 정리하고 수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리의 순서와 기능성을 고려한 동선에 맞추어 서랍별로 싱크대 위치별로 올바르게 수납하고 정리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려도 이를 실천하는 집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컨설팅 차 여러 집에 가보면 부엌 수납장을 마치 창고처럼 사용하고 있는 곳이 많다. 대부분 불필요한 물건이 가득하다.
(물론 집 주인들은 다 필요한 거라고는 하지만 말이다)

물론 부엌은 여러 가지 집기들이 한꺼번에 있는 곳이라 그렇게 되기 쉽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올바른 수납이란 ‘잘 두는 것’이 아니라 ‘잘 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원하는 물건들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해야 한다. 그래서 이미 있는 것을 또 사게 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조리 공간은 넓을수록 좋다”

안전하면서 아내의 자존감도 높여주기

人문학 人테리어

개별적인 조리 공간이 있는 넓은 부엌은 가족이 여러 명 들어와서 같이 식사를 준비하기에도 적절하며, 음식을 하는 이의 안전에도 좋다.

식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하는 싱크대 위 조리 공간은 가급적 넓어야 한다. 단지 기능적인 차원의 제안이 아니다. 어떤 남편이 자신만의 서재나 차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 이상으로, 어떤 아내에게는 넓은 조리대를 가지는 것이 그녀의 로망이기도 하다. 초라한 부엌의 싱크대에서는 요리가 싫어진다. 큰 조리대가 있는 부엌에서 갖은 식재료를 펼쳐 놓으며 다듬고 요리를 할 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행복감을 느낀다. 더불어 조리 공간이 넓어져야 온 가족이 같은 공간에서 요리도 하고 설거지도 하면서 이야깃거리도 만들 수 있다. 또한 넓은 조리 공간은 안전을 보장한다. 물과 불이 가까이 있는 부엌은 상당히 위험하다. 튀김 요리를 할 때, 싱크대의 물이 바로 옆의 뜨거운 기름으로 튀기 안성맞춤인 조리 공간을 가지길 원하는 사람은 단언컨대 한 사람도 없다. 여윳돈이 생긴다면, 멀쩡한 소파를 버리고 푹신한 소파로 바꿀 생각을 하거나 서재를 꾸미려고 하기 전에 기름때에 쩔어있는 좁디 좁은 조리 공간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人문학 人테리어, 박성준 건축가 사진

박성준건축가

“모든 인테리어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본인의 철학을 토대로 방송, 강연, 저서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람을 향하는 인테리어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했으며, JTBC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방영 중), Story on [THE HOUSE](2013) 등 인테리어 방송에 출연하여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테리어 시공, 컨설팅으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으며, 저서로는 [운명을 바꾸는 인테리어 tip 30]을 통해 “집이 인생을 만든다”는 생각을 알리고 있다.


글, 이미지
박성준
  •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입니다.
  • 본 콘텐츠는 사전 동의 없이 상업적 무단복제와 수정, 캡처 후 배포 도용을 절대 금합니다.
작성일
2016-05-02

소셜 댓글

SNS 로그인후 댓글을 작성하시면 해당 SNS와 동시에 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