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 있고없고

다방에서 카페까지

KBS 역사저널 그날 PD의 세대공감 있고없고 2화 차 마시고, 놀고, 일하고, 썸 타는 곳? 여기는 바로 카페KBS 역사저널 그날 PD의 세대공감 있고없고 2화 차 마시고, 놀고, 일하고, 썸 타는 곳? 여기는 바로 카페

지금 우리는, 현상 바라보기

커피전문점 매장수 추이

내 집이 없어도 카페는 많다.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그 어떤 대도시보다 스타벅스 매장이 많은 곳이 바로 서울이었다.
뉴욕, 파리, 런던, 도쿄, 모스크바도 서울에는 미치지 못한다. 스타벅스의 고향인 시애틀보다도 두 배가 많은 매장이 지어졌다고 한다.

최근까지도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120여년의 시간을 훌쩍 넘기며 우리 곁을 지켜온 다방, 커피�, 카페에는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가 숨어 있다.

[출처 - 한국기업콘텐츠진흥원 2015년 조사]

그때 그 시절, 눈 높이 맞추기

‘다방(茶房)’에서 ‘커피숍’에서 ‘카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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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 이라는 명칭은 고려 시대 외국 사신 접대를 준비하는 관청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그 다방은 구한말과 일제시대를 거치는 동안 근대 문화예술을 받아들이는 공간이 되었고 이후 전쟁과 경제성장기에는 임시사무소와 음악감상실, 억압에 반대하는 낭만과 저항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 ‘커피숍’은 다방보다는 좀 더 현대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사람들이 만나는 곳으로 자리매김 했지만 여전히 ‘커피’ 자체에 집중하는 컨셉트는 아니었다. 이제 카페는 다양하고 본격적인 ‘커피 메뉴’들과 함께 머리를 식힐 수 있는 곳이며, 분위기를 즐기는 곳이며,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네트워킹이 시작되고 회의가 열리는 공간이 되고 있다.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와서 개인 작업을 하는 사람, 세미나를 하는 일련의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 최초 커피숍의 창립자는 고종황제?손탁호텔 커피숍, 시인 이상의 ‘제비’ 다방

고종 황제는 커피 애호가였다. 아관파천 당시 러시아 공사관에 피해 있던 고종은 그곳에서 커피 맛을 알게 되었고 당시 고종의 수발을 들었던 여인 손탁(그녀는 러시아 공사의 처형이었다)에게 호텔을 짓도록 지원해 준다. 1902년 정동에 지어진 손탁 호텔의 식당은 커피숍을 겸했는데 이 곳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숍인 셈이다. 그 후 1909년에 일본인들에 의해 경성에 다방이 등장했고 1927년 영화감독 이경손이 한국인 최초로 [까까듀]라는 다방을 개업한다. 1929년에 문을 연 [멕시코] 역시 영화인과 화가들이 만든 다방으로 춘원 이광수, 여배우 복혜숙 등 당대 쟁쟁한 문화예술인들이 출입했다.

1933년 종로 1가에는 시인 이상이 [제비] 다방을 열기도 했다. 건축가이기도 했던 이상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본인이 하는 등 다방 경영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아재들의 아지트 · 이색 메뉴계란 노른자 동동 띄운 모닝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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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은 많은 걸 바꿔 놓았다. 다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든 것이 폐허이던 시절, 당시 매스컴은 다방을 ‘거리의 항구, 실업자 모리배의 오아시스’라고 불렀다. 일자리 정보를 찾거나 전쟁으로 헤어진 사람의 소식을 묻는, 일종의 정보교환소이자 임시 사무실이 된 것이다. 다같이 못먹던 이 시절 다방의 인기메뉴는 따로 그릇에 담은 달걀 노른자를 커피와 함께 주는 모닝 커피였고 다방 메뉴판에는 달걀 반숙도 있었다. 서울 시대 동네 다방의 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클래식 음악 대신 트로트 유행가와 담배 연기가 가득한 아저씨들의 소굴로 다방은 점차 변해 가고 있었다. 소위 레지 라고 불리웠던 다방 여직원들을 상대로 한 시시껄렁한 농담과 함께 말이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음악다방쎄씨봉, 심지, 독수리 다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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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다방과 차별화되는, 유행과 멋을 아는 다방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전후 복구가 이루어지면서 1950년대 중후반에 문을 연 충무로의 [쎄시봉], 명동의 [은하수], [돌체] 같은 음악 다방들을 필두로 서울 중심지에는 [디쉐네], [카네기], [라 스칼라], [메트로], [시보네] 같은 음악다방들이 줄줄이 생겨나 인기를 끌었다. 가정용 오디오가 드물던 시절,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 음료를 마시며 양질의 음악 감상이 주 목적인 음악감상실에 가까운 형태의 공간이었다. 1960년대 말에 서울의 다방 수는 1,400개 정도로 늘어나는데 이 시기 특징 중 하나는 다방의 대형화, 기업화였다.

도심에 새 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건물 1층에는 어기없이 다방이 자리 잡곤 했는데 명동의 인기 음악다방 [심지]의 경우, 좌석 수 400개에 2,000장의 음반을 보유했고 하루 최소 1,000잔 이상의 커피가 팔려 나갈 정도였다. 도심에서 시작된 음악다방의 인기는 이내 대학가로 퍼져 나갔다. 이곳에서 그들은 가요가 아니라 팝송을 들으며 또다른 문화를 만들어 갔다. 그 중에서도 1971년 연세대 정문 건너편 굴다리에 문을 연 ‘독수리다방’ 은 오랜 세월 신촌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당시 신촌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면 ‘독다방’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곤 했다.

음악다방 시대의 아이돌, 디제이느님

이때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직업이 다방 DJ이다. 이들은 유리 칸막이가 있는 DJ 박스 안에서 손님의 신청곡을 틀어주며 신청 사연도 짧게 소개하곤 했다. DJ의 풍부한 팝음악 상식과 특유의 분위기에 반한 단골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팬덤이 형성되기도 했다. 장발, 저음의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하던 DJ들의 스타일은 개그 프로그램에서 종종 재연되곤 한다. 그런가 하면 떡볶이 분식점에까지 전속 DJ를 고용하는 등 음악 다방에서 시작된 DJ 열풍은 한동안 계속된다.

저항과 낭만의 시대 정신을 품다 ‘학림다방’

대학가 음악다방이 낭만의 소비 공간 만은 아니었다. 유신과 제5공화국 시절을 거치면서 이들 학가 다방들은 때때로 저항이 싹트는 공간이기도 했다. 1956년 서울대 문리대가 동숭동에 있었을 때 생긴 [학림다방] 이 그 대표적 공간이다. 서울대생 김지하는 이곳에서 유신을 풍자하는 시를 썼고 제 5공화국 초기에는 민주운동과 노동3권 보장, 최저임금제 도입 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구속된 후 그들이 주로 이곳에서 회합을 가졌다고 해서 공안당국에 의해 ‘학림사건’ 이라고 명명될 정도였다.
이렇게 낭만과 저항이라는 시대 정신이 대학가 다방에서 동시에 살아 숨쉬고 있었던 것이다.

‘카페’하면 강남 : 방배동 카페골목 - 압구정 오렌지족 – 청담동 – 가로수길

1970-80년대 눈부신 경제성장은 사회 곳곳의 면모를 변화시켰다. 특히 강남개발이 본격적으로 이어지고 아파트 촌이 형성되는 시기인 1978년, 이수교차로 입구에 카페 ‘장미의 숲’이 문을 열면서 방배동 카페골목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명동 중심의 기존 다방이나 대학가의 소박한 음악다방에 식상한 부유층 젊은이들이 세련된 디자인으로 꾸며진 방배동 카페의 주인공들이었다. 방배동 카페 화장실에는 당시로선 매우 드문 외제 비데와 핸드 드라이어기가 갖춰져 있었다. 그런 흐름은 9O년대 초 압구정 로데오 거리로 옮겨진다. 외국에 유학 중인 부유층 자제들이 방학 동안 국내에 들어와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의 커피숍에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카페에 앉아 마음에 드는 상대를 발견하면 오렌지 쥬스를 보내고, 상대방이 그 쥬스를 마시면 만남이 성립된다는 의미로 ‘오렌지족’ 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1990년대 로데오 거리의 인기는 2000년 대 초에 청담동으로 그리고 다시 신사동 가로수 길로 옮겨 가게 된다.

90년대 썸남 썸녀들이라면 한번 쯤.. : ‘카페 라리’

한편으론 90년대 초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인기를 끈 카페들이 등장한다. 1992년 압구정점을 시작으로 문을 연 [카페 라리] 는 일본의 프랜차이즈 카페를 수입한 것으로 앤틱한 실내 디자인과 고급 집기,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직원들로 마치 고급 호텔 커피숍을 연상케 했다. 격조 높은 분위기에 덧붙여 쉬폰 케이크 등 생크림 케이크를 제공해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이런 특유의 고급스런 분위기 덕분에 90년대 젊은 직장인들의 소개팅 장소로 각광 받았다. 또 다른 인기 카페로 떠오른 곳은 1994년 창업한 국산 브랜드 [민들레영토]이다.

음료 한 잔 당 요금을 계산하는 다른 카페와는 달리, [민들레영토]는 3시간의 기본 요금 내에 기본 음료를 리필 받을 수 있는 점이 특이했다. 음료 한 잔만 시켜놓으면 3시간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과 회의도 가능하도록 꾸며 놓은 공간이 커다란 장점으로 어필했다.

‘미쿡’ 커피 자본의 역습, 별다방

1999년 밀레니엄을 목전에 두고 미국 커피업계의 강자 [스타벅스]가 한국에 상륙한다. 이화여대점을 시작으로 프리미엄 원두 커피를 내세운 새로운 커피 문화가 들어온 것이다. 한국전쟁 때 참전 미군을 위해 개발된 인스탄트 커피를 주로 마시던 대중들은 진한 맛의 프리미엄 원두 커피가 주는 새로운 매력에 빠져 들었다.

[스타벅스]의 진출은 국내 카페 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한국은 [스타벅스]를 필두로 한 수많은 커피 전문점의 치열한 각축장이 된다. 막강한 자본력을 배경으로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공세 앞에 기존 카페는 속절없이 무너져 간다. 동네 카페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학가의 절대 지지를 받던 추억의 공간 [독수리다방]도 2005년 문을 닫는다. [카페 라리]도 인기 지점이었던 홍대점, 이대 후문점 등이 문을 닫는 등 사업 축소의 길을 걷게 된다. [스타벅스]가 각광받게 된 데에는 커피의 맛도 중요했지만 카페를 이용하는 방식의 차이에도 그 이유가 있다. 혼자 노트북 컴퓨터를 갖고 와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시험공부나 개인 작업을 하는 손님들은 [스타벅스]에서 시작된 풍경이다.

앞으로 우리는, 새 모습 찾기

(1) 수면, 마사지 카페
최근 피로에 지친 직장인,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데이트 도중 혹은 업무 도중 잠시 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들을 위한 휴식터로 카페 안에서 안마 서비스와 수면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는 이색 공간이 서울 곳곳에 생겨났다.

(2) 라쿤 카페
애견 카페, 고양이 카페의 등장에 이어서 동물원에서만 보던 ‘너구리’ 카페까지 나타났다. 호기심 많고 귀염성 있는 너구리들이 카페 도처에 돌아다니며 방문객들에게 장난을 건다. 이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공감 플러스 더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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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다방

1971년 신촌에서 오래 장사를 해온 김정희(87)씨가 문을 열었다. 고려대와의 정기전이 열리는 날에는 아카라카를 외치는 연세대생들이 독다방에 몰려들어와 공간만 내준 채 장사를 접기도 했고 주변에 연대, 이대, 서강대, 홍대 등이 위치한 덕에 ‘독다방’은 서울 시내 대학생들의 미팅의 성지로 오랫동안 각광받기도 했다.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카페의 공세에 밀려 2005년 문을 폐업했으나 김정희씨의 손자인 손영득(35)씨가 2013년 다시 문을 열었다. 같은 자리 8층에 자리잡은 새 독수리다방은 스터디룸도 따로 갖추는 등 요즘 대학가의 추세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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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시대에 걸 맞는 카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는 스페샬티 커피 전문점이다.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라 함은 생두의 재배부터 로스팅, 브루잉까지 커피 원두를 만드는 모든 과정을 최상의 컨디션에서 진행하는 커피를 말한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보다 더 신선하고 차별화된 커피를 마시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이다. 제주도에서 시작해 합정동 당인리발전소 앞에 진출한 [앤트러사이트] 홍대 부근의 [밀로커피], [브루브로스 커피], 비엔나커피가 특히 유명한 망원동의 [커피가게 동경] 등을 들 수 있다. 바야흐로 먹방의 시대, 커피도 맛집을 일부러 찾아가는 시대이다.
[사진 : 카페 앤트러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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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시봉

60년대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해있던 음악 다방의 이름이다. 송창식, 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등 국내의 음악 거장들을 배출한 곳이다. 당시 젊은이들에게 익숙했던 샹송, 팝송들이 주로 흘러나왔고, 아마추어 가수들을 위한 각종 이벤트들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이 이벤트들을 통해 수많은 가수들이 쎄시봉에 데뷔를 하였고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다. 최근에는 영화와 각종 콘서트, 예능에서도 다뤄져서 다시금 윗 세대들의 옛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황범하_KBS PD저서 『역사저널 그날』 『작은거인』 『명작 스캔들』외 다수
일러스트
JB(영화), 신명환(만평)
사진
CJ tvN 응답하라 1994, 서울 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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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5-02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