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는 매일의 헤어짐과 다시 만남이 반복되는 곳이자 타인에게는 기대와 설렘을 안겨주는 곳.
머무는 시간은 짧지만 바깥 세상으로 나가고 다시 우리 집 안쪽 세상으로 들어오는 의미 있는 통로.
지나쳐가는 공간쯤으로 생각해 온 현관에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의미가 담겨 있다.
이유 없는 인테리어 벗어나기
현관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집의 시작이자, 인테리어의 시작이다. 마구잡이식으로 급작스럽게 만들어내는 인테리어, 이제는 벗어나자. 모든 디자인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예쁘기만 한 집에 살고 싶은가, 내 삶에 최적화된 집에 살고 싶은가? 여기저기에서 본 듯한 유행을 따라한 인테리어, 가족이 평안하게 있을 수 있는 집이 아니다. 우리는 기능적인 ‘House’가 아니라, 인간적이고 따뜻한 ‘Home’에 살기 위해 현관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유행하는 북유럽 식 패턴 타일을 붙여 장식하거나, 붙박이 신발장을 천정 끝까지 올리고, 전신 거울을 달아 신발이 현관을 차지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되겠다. 집의 콘셉트를 명확하게 읽을 수 있게 표현해야 하는 공간이 현관이다. 가장 편안하게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하는 홈(Home)의 시작이 현관이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당신의 현관은 안녕한가요?
컨설팅을 갔었던 집의 현관 중에서 기억에 남는 현관이 있다.
그 형태가 이상하긴 했지만 사실 많은 집들에서 볼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그 집은 현관문의 맞은편에 신발장이 보였는데 그 문짝에 전신 거울을 달아 두었다.
문을 열자마자 바로 비춰지는 내 모습에 놀라기도 했고 한발자국 더 들어갔을 때는 그 전신거울 반대편도 전신 거울이 붙여져 있어서 앞뒤로 거울이 비춰지는 것이 마치 놀이공원의 ‘거울의 집’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산만함에 정신이 없었다. 현관은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 거리낌없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비어 있음’ 의 미학
현집을 꾸민답시고 비어있는 벽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특히 현관에 비어있는 벽은 인테리어를 하지 않은 것이라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는데 가만히 깨끗하게 비워둔 벽도 전체적으로 보면 충분히 조화로운 인테리어가 될 수 있다. 인테리어를 한다고 과다한 장식이나 전신거울, 특히 뾰족한 철제 장식품으로 꾸민다면 그 현관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특히 좁은 현관에 대리석을 붙여두는 것은 현관에 들어가는 순간 숨막혀 들어가고 싶은 않은 집을 만들 수 있으니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45평대 이상의 큰 집이라면 괜찮다!)
사람이 집을 짓지만 집이 사람을 만든다. 더 이상 자신의 ‘홈(Home)’이 4주 완성 단기 속성 코스의 인테리어가 되게 방치해서는 안된다. 기성 제품 ‘하우스(House)’가 아니라 가족 한 사람 한사람의 취향과 필요를 생각하면서 시간을 두고 차근 차근 만들어 나가는 ‘홈(Home)’을 현관에서 시작해보자.
“우리 집을 느낄 수 있는 소리와 냄새를 두자”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한다. 그만큼 전쟁터였던 바깥 세상이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면 자신이 이제 안전해졌음을 느껴야 한다. 그런 안정감은 집안 특유의 향기로 표현할 수 있다.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설 때 부엌에서 나는 도마 위 칼질 소리와 된장찌개 냄새는 말한다. “이제 정말 집이야!” 이처럼 오감 중에서 후각에 의해 집을 인식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들어오자마자 쓰레기 봉투 냄새가 난다면, 도로 밖으로 나가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좋은 냄새와 상쾌한 소리는 현관이 갖춰야 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풍경은 단순히 “누군가 들어왔다”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는 것만은 아니다. 위에 말한 것과 같이 후각으로 깨우친 현관이라는 공간에 맑은 소리의 울림이 더해지면 이는 탁한 기운을 깨친다. 풍경은 절의 처마 끝에 다는 울림 쇠인데 작은 종처럼 만들어서 가운데에 추를 달고 그 아래에 붕어 모양의 쇳조각을 매달아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며 맑은 소리를 내도록 한 물건이다. 이 풍경의 맑은 종소리는 정신을 맑게 하고 일깨운다.
“가족에게 안기듯, 현관에게 안기는 완벽한 방법”
목재로 벽 마감을 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조명을 따스하게 하거나,
조그마한 화분을 놓아두는 것도 방법이다.
“가족에게 안기듯, 현관에게 안기는 완벽한 방법”
히터를 틀어 놓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차가운 느낌의 타일을 벽에 붙이는 것은 현관에 좋지 않다. 특히 대리석 벽은 차가운 느낌이 드는 동시에 45평대 이상의 큰 집이 아니고서는 그 대리석이 주는 무게감 때문에 중압감을 느끼게 되어 답답한 공간이 되기 쉽다. 그럴 때는 목재를 이용하여 벽 장식을 하면 따뜻한 느낌을 주는 데 효과적이다. 페인트로 도장을 한 경우라도 풍경화나 가족을 상기시켜주는 가족사진이 있는 액자만으로 포근하고 풍성한 감성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지나치게 컬러감이 있는 색을 선택하면 공간에 피로함이 있을 수 있다. (또 쉽게 질리기도 한다!) 가급적 눈의 시선이 덜 가는 컬러로 자연스럽게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현관을 만드는 것이 가족이나 사람에게 주는 첫인상을 편안하게 하고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인테리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현관에서 만나는 가족의 추억 전시장”
현관은 그 집의 정체성을 가장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가족과 집의 정체성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소품을 두는 것도 좋은 데, 이는 방문하는 타인에게는 그 집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갖게 만드는 동시에 그 집의 인상을 표현해주는 수단이 된다. 가족이 좋아하는 소품을 둠으로 해서 집안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인지하게 만들어 주게 된다.
현관에 마네의 그림이 걸려있다고 가정해보자.
손님은 아마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가족의 클래식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박성준건축가
“모든 인테리어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본인의 철학을 토대로 방송, 강연, 저서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람을 향하는 인테리어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했으며, JTBC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방영 중), Story on [THE HOUSE](2013) 등 인테리어 방송에 출연하여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테리어 시공, 컨설팅으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으며, 저서는 [운명을 바꾸는 인테리어 tip 30]을 통해 “집이 인생을 만든다”는 생각을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