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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 달문의 숨은 조선사

추석의 의미

광대 달문의 숨은 조선사 6.추석의 의미
마을, 성진과 두식이 달문을 발견하고 기쁜 표정으로 웃는다.
달문: '활짝' (달문도 아이들을 보고 웃는다) 얘들아! 잘들 지냈어?
'배터지게..' 좀 있으면 추석인데 너희들은 좋겠다
성진, 두식: (시무룩한 표정으로) 별로에요.
달문: 그러고 보니 표정들이 별로 안 좋네. 무슨 일 있니?
성진: 제사상에 올릴 과일 값이 너무 올랐다고 부모님이 걱정이세요.
두식: 휴
달문: 저런, 얼마나 올랐다고 그러는데?
성진, 두식: 열 배 가까이 올랐는데 그나마 없어서 못 판데요. '열 배!'(둘은 손가락을 열 개로 펴 보인다)
달문: '흠'(알 수 없단 표정을 짓는다) 그래? 일단 과일가게에 가보자
과일가게의 매대가 보인다. 과일은 별로 없는데 사람들이 모여서 떠드는 웅성거림이 들린다.
달문이 성진과 두식의 손을 잡고 과일가게에 도착한다. 사람들이 웅성대는 가운데 과일 가게 주인이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다.
과일가게 주인: 여...여러분 진정 좀 하시고...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간 달문이 주인에게 말한다.
달문: 추석이 코앞인데 과일 값을 그리 높게 부르면 어쩝니까?
과일가게 주인: 응?
'이것 참'(혀를 차면서) 나라고 그러고 싶겠나? 팔고 싶어도 과일이 없어서 못 판다네.
달문: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추석 때면 대목이라 지방에서 과일이 잔뜩 올라오는데, 과일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과일가게 주인: (머뭇거리면서) 그게 말이야.
과일이 많이 올라온 건 맞는데 말이야. 한 사람이 죄다 사들이고 풀지를 않아서 이렇게 된 걸세.
달문: '버럭' (발끈한 표정으로) 그런 농간을 저지르는 자가 대체 누굽니까?
과일가게 주인: 허생원이라는 사람일세. 남산에 산다고 들었네.
장면이 바뀌고 달문이 남산 중턱에 있는 남촌을 걷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허름한 초가집 앞에 선다. 그리고 싸리문 밖에서 외친다.
달문: 허생원을 찾아왔습니다. 안에 계십니까?
'철컥' 그러자 방문이 열리고 허름하지만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중년의 선비가 바깥을 내다본다.
허생원: '두둥'(허생원 등장) 내가 바로 허생원이요? 당신은 대체 뉘시오?
'척 척' (달문은 싸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대답한다)
달문: 저는 광대 달문 이라고 합니다.
허생원: '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달문이라면 한양 최고의 광대요, 그 재주로 어려운 이를 도와주는 걸로 소문난 자로 알고 있소만.
달문: 그렇소이다. 오늘 담판을 지을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허생원: '씨익'(웃으며) 무슨 일로 왔는지 알 것 같군. 들어오시게.
'두둥' (허름한 방 안에 마주보고 앉은 두 사람은 잠시 눈싸움을 벌인다)
그러다가 허생원이 먼저 입을 연다.
허생원: 이런 누추한 곳까지 왔다는 건 자신 있다는 뜻이라 보면 되겠소?
달문: 듣자 하니 추석을 앞두고 과일들이 종적을 감췄는데, 당신이 모두 사들여서 풀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허생원: 'ㅋㅋ'(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소. 한양에 올라오는 과일들은 모두 내가 사들였지요.
달문: '부릅' (인상을 쓰면서) 덕분에 한양의 백성들은 추석 상에 오를 과일을 구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명색이 선비라는 분이 어찌 이런 소동을 일으낍니까?
허생원: 소동이라니? 엄연히 내 돈을 주고 사들여서 보관중인 것뿐이오.
달문: '쾅'(화를 내는 달문 바닥을 세게 내리친다) 이미 과일 값이 열 배나 올랐습니다. 지금 풀어도 충분히 이문을 남길 수 있지 않습니까?
허생원: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오. '할짝' (엄지손가락 끝을 혀로 핥는다)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말총을 죄다 사들여서 재미를 보긴 했지만 말이오.
* 말총: 말의 갈기나 꼬리털
달문: 대체 왜 이런 짓을 벌이시는 겁니까? 돈이 필요해서 그러십니까?
허생원: 평생 글공부를 한다고 집안은 물론 밖에서도 무시를 당했소이다. 그 한이 뼛속까지 사무쳐서 이렇게 돈을 벌려고 한다오.
'찌릿' (매서운 눈으로 달문을 노려본다) 사람들이 추석 상에 올릴 과일이 없어서 고통 받고 있다고 하셨소? 나는 돈이 없어서 추석 상을 못 차려 본적도 있다오.
양반들은 어떻게든 과일을 사서 추석 상을 차릴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구려.
달문: 맞습니다. 돈이 많은 양반이나 왕실에서는 어떻게든 과일을 구해서 추석 상에 올릴 겁니다. 하지만 돈이 없고 가난한 백성들은 어찌합니까?
허생원: '흠' (헛기침을 하면서)
추석 상을 못 차린다고 조상을 공경하지 않는 건 아니외다.
달문: 그들에게 추석 상은 단순히 조상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스윽'(달문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리에서 일어난 달문 허생원을 내려다 보며 강한 어조로 말을 한다.
달문: 한 해 동안 농부들이 열심히 농사를 지은 결실을 맛보는 시간이며 가족들과 일가친척들이 모여서 서로의 정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허생원: 모여서 먹고 마시기만 하지 뭘 더 하겠소? '끙'(달문의 기세에 눌려 곤란해 한다)
달문: 그리고 아이들을 생각해보십시오. 일 년 내내 구경도 못해본 과일과 음식들을 맛보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허생원이 별다른 반박을 못하자 달문이 그의 손을 잡는다.
'덥썩'
달문: 아무래도 눈으로 직접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허생원: 이보시오...이게...
달문: 수리수리 마하수리 사바하...
허생원이 어리둥절해하는 가운데 달문이 주문을 외운다.
주변이 갑자기 밝은 빛에 휩싸인다.
허생원: 무슨.....!!
놀라는 허생원 눈앞에는 궁궐의 모습이 펼쳐진다.
곤룡포를 입은 임금이 제사를 지내는 모습이 보인다. 임금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
임금: '흑흑'(눈물 흘리는 임금) 아버님. 보고 싶사옵니다.
달문: 하늘 아래 가장 존귀한 분이라고 하는 임금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보통 사람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하바!
다시 장면이 바뀌고 허름한 초가집에 할아버지와 손녀가 보인다. 예전에 유구국에 끌려간 자식들을 찾으러 갔던 김원진과 손녀 김용덕이다. 차례상에 절을 한 김용덕이 흐느껴 운다.
용덕: 아버지, 같이 왔어야 했는데 저만 돌아왔네요.
그러자 김원진이 눈물을 삼키면서 손녀딸을 토닥거린다.
김원진: 너무 슬퍼 말아라. 네가 잘 자라고 있으니 아비도 분명 하늘에서 기뻐할 것이다.
달문: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임금부터 백성까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들의 그리움을 빼앗으려고 하십니까?
허생원: ......
'스윽' (용덕을 보던 허생원 눈을 돌려 옆을 본다)
길거리에서 풀이 죽은 채 앉아있는 두식과 성진이 보인다.
성진: 올해는 아버지가 맛있는 과일을 사주겠다고 하셨는데...
두식: 나도...
아이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다시 허생원의 방으로 돌아온다.
달문: 추석은 단순히 제사만 드리는 게 아닙니다. 먼저 떠난 가족들을 기억하고, 한 해 동안 고생해서 지은 농사의 결실을 맛보는 시간이죠.
그리고 저 아이들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때이기도 합니다. 정녕 저런 마음들에 상처를 입히고 싶습니까?
허생원: ...... (아무 말 못하고 아래만 바라보고 있다)
내가 잘못 생각했소이다. 지금 즉시 모아놓은 과일들을 싼 값에 풀겠소.
달문 : '핫'(기쁜 표정을 짓는다) 정말 감사합니다.
텅 비었던 과일 가게에 과일들이 가득 차 있고,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과일들을 사간다.
'와글 와글' '바글 바글' (사람들이 잔뜩 몰려 과일을 사고 있다)
사람1: 감, 닷 냥치만 주시오!
사람2: 참외 두 냥이오!
과일가게 주인:자...잠시만...
달문과 성진 두식은 나무 밑에 앉아 함께 참외를 먹는다.
'와구 와구'
성진: '헤헤(참외가 입안 가득하다) 참외가 정말 맛있어요.
달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래, 많이 먹어라.
두식: '우걱 우걱'(두식 역시 참외가 입안 가득하다) 아저씨는 추석 때 뭐하세요?
달문: (서글픈 표정으로) 아버지를 찾아야지. 올 추석에도 못 뵙는구나.
조용한 하늘, 부는 바람이 나뭇잎이 흩날린다.
중종 12권, 5년(1510 경오 / 명 정덕(正德) 5년)
9월 27일(경진) 3번째 기사
어사(御史)를 여러 도에 보내서 백성의 질고(疾苦)를 묻고, 형옥(刑獄)을 살펴보며 곡식을 함부로 사들이는 것을 규찰하게 하였다.
중종 5년 (서기 1510년) 9월 27일자 조선왕조실록 기록 中
정명섭
그림
철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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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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