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달문의 숨은 조선사

자식 찾아 삼만리

광대 달문의 숨은 조선사 2. 자식 찾아 삼만리
지쳐 도망가는 달문의 뒤를 쫓는 포졸들의 발이 보인다. '다다다다다' (뛰는 포졸들의 효과음) 포졸: 게 섰거라! 달문이! 달문: 헉헉헉헉헉 좁은 골목을 뛰어가던 달문은 급하게 왼쪽으로 뛰어 들어간다. '휙' 포졸: 달문! 달문을 쫓아 왼쪽골목으로 들어온 포졸. 놀란 표정을 짓는다. 포졸: 없어졌다?! '두둥' (골목에는 두식이와 성진이만 있을 뿐 달문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성진, 두식: 저쪽이에요! 포졸: 그래? 포졸: 멀리 못 갔다! 어서 가자! '우르르' (아이들이 가리킨 방향으로 포졸들이 몰려간다.) 가만히 창고 문에 기대어 서있는 성진과 두식. 말없이 포졸들이 향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조금 뒤 열린 창고 문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달문. 아이들과 달문 미소 짓는다. '빼꼼' 달문: 너희들 덕분에 살았다. 성진: 고마우면 재미있는 얘기 해 주세요. 창고에서 나온 달문 옆으로 지나가는 아들과 아빠의 마주 잡을 손을 지긋이 바라본다. 아들과 아빠는 손에 엿을 들고 행복한 듯 웃으며 걸어가고 있다. 달문: 어차피... 포졸들이 멀리 가야지 움직일 수 있으니까. 잠깐 앉아서 얘기나 들려줄까? '스윽' (숨어있었던 창고 문 앞에 자리를 잡고 앉는 달문) 성진, 두식: '두근 두근' (눈을 반짝이며 기대된 표정을 짓는다.) 달문: 그래, 어떤 얘기를 들려줄까? 달문의 머릿속에 아까 지나간 아들과 아빠의 마주 잡은 손이 떠오른다. 달문: 그래... 아버지에 관한 얘기가 좋겠구나? 자식을 찾아 저 멀리까지 간 어느 아버지에 관한 얘기다. 성진: 얼마나 멀리 갔는데요? 달문: 아~주 멀리 갔지. <이야기 회상 시작> 왜구 장군이 칼을 들고 웃고 있다. 왜구장군: '하하하하' (웃는 효과음) 모조리 잡아라! 도망가는 백성들 뒤로 왜군들이 쫓아와 공격하고 있다. 땅에는 불이 번지고 바다에는 왜군 선박들이 떠있다. 해변가에는 사람들의 시체가 쌓여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로 혼란스럽다. 백성1: 살려... 백성2: 으아아 왜구장군: ㅋㅋ 유구국에 비싸게 팔아주지! 하하하! 돌아가자! '탁탁탁' (뛰는 소리) 급하게 김원진이 뛰어온다. 떠나간 배를 향해 소리치며 오열한다. 김원진: '으어어어어어' 아들이랑 손녀딸은 안 된다! 차라리 날 끌고 가라! 하지만 이미 멀리 떠나간 왜군들의 배. 바다멀리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김원진: '부들 부들'(분노를 삭히며 몸을 떤다) 기다려라. 내가 반드시 너희들을 데리고 오마. <몇년 후> 해안가에서 배를 정비하고 있는 김원진의 모습이 보인다. 바다는 조용히 파도 치고 있다. '촤아아아' 노인: 이보게 원진이! 멀리서 노인이 헐래 벌떡 김원진에게 달려온다. 노인: 자네 정말 떠나는 겐가? 김원진: 그럼, 자식이 멀리 타향에서 노비로 살아가고 있는데... '쏴아아' (파도 치는 소리) 김원진: 부모 된 자가 어찌 모른 척 하고 넘어갈 수 있겠는가? 데려와야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노인:...... 노인 김원진에게 열변을 토한다. 노인: 자네 맘을 모르는 건 아닌데 나라 밖으로 나가면... 처벌을 받는다는 국법! 이러다 자네까지 다칠까 봐 걱정이 되네. '스윽' (김원진의 어깨에 만류하듯 손을 올린다.) 김원진: ...... '탁' (김원진은 말없이 어깨에 올린 손을 친다. 노인의 손이 밑으로 내려온다.)
김원진: 자네 마음을 내가 왜 모르겠나? 하지만 왜구의 손에 끌려간 자식과 손녀가 바다 건너 유구국(琉球國)에서 고생을 하고 있네.
* 유구국(琉球國)- 오늘 날의 오키나와 지역으로 17세기까지 독립된 왕국이었다. '벌떡' (김원진 배에서 일어나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김원진: 나라에서 구해주지 않는다면... 조선이 건국한 이후에도 왜구의 침략은 줄지 않았다. 왜구에게 끌려간 백성들은 노예로 혹사를 당했다. 그들 중 일부는 지금의 오키나와인 유구국으로 팔려가기도 했다. 바다의 한가운데 작은 배가 떠있다. 그 안에 김원진이 혼자 타고 있다. 김원진: 이 아버지가 데려오마. 부디 살아있어만 다오. '글썽'( 자식들을 생각하며 눈물 짓는 김원진) <유구국> 파도 치는 해변가에 여자아이(용덕)가 혼자 앉아있다. '쏴아아' 용덕: 고향에 가고 싶어. 유구인: 일하지 않고 뭘 하고 있어! 바다를 보며 눈물짓는 용덕의 뒤로 유구인이 뒤쫓아 오며 소리를 지른다. 앉아있던 용덕은 깜짝 놀란다. 유구인: '버럭'(소리지른다) 자꾸 게으름 부리면 밥 없어! 용덕: 네....(배고파) 앉아있던 용덕은 비틀비틀 일어나다 다시 쓰러지고 만다. '철푸덕' 유구인: 빠가야로! (바보녀석!) 화가 난 유구인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든다. 그리곤 검 집에서 칼을 빼내려 한다. '스릉'(검 집에서 칼을 뺀다) 하지만 김원진의 손에 제지 당해 칼은 도로 검 집 속으로 들어간다. '철컹' (칼이 검 집에 들어가는 소리) '그르르르' (유구인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김원진) 노려보는 김원진의 기백에 놀란 유구인 그대로 굳어버린다. 어버버 거리며 입만 벙긋거린다. 유구인: 누, 누구세요? 용덕: 하...할아버지! 김원진: 내 자식 손녀를 찾으러 온 조선인 김원진이다. 유구인: '깨갱'(잔뜩 움츠린 유구인) 데...데려가시오. 한달음에 할아버지에게 달려가는 용덕.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 용덕: 할아버지! 김원진: 용덕아, 할애비다! 용덕: 왜 이제 왔어요! '와락'( 제회한 두 사람 강하게 껴안는다) 용덕: 아버지가 시름시름 앓다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김원진: 미안하다. 참으로 면목이 없구나.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자. 용덕: 저 사람이 부리는 조선 사람들이 몇 명 더 있어요. 김원진: 뭐라고? '휙'(눈물을 거두고 유구인을 노려본다) 유구인: 히익! 김원진: 당장 풀어주시오! '찌릿' (다시 잡아먹을 듯 유구인을 노려본다) <근정전> 장면이 바뀌어 근정전의 모습이 보인다. 근정전 내에 대신이 왕에게 보고를 올린다. 신하: 전하, 김원진이라는 자가 유구로 가서 자기 손녀딸 용덕을 비롯한 우리 백성 6명을 데리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비록 자식을 찾기 위해서 갔다고는 하지만 국법을 어긴 것이 명백하니 처벌을 해야 합니다. 세종대왕: 비록 국법을 어겼다고는 하나 혈육을 찾기 위해서 간 것이니 어찌 처벌을 하겠느냐? '두둥' (어전에 앉아 위엄 있는 모습의 세종대왕이 보인다) *세종대왕- 조선의 4대 임금. 한글 창제와 공법 시행 등 많은 업적을 남겼으며, 4군 6진을 설치하고 대마도의 왜구를 토벌해서 국경을 안정시켰다. 신하: 하...하오나... 세종대왕: 여우도 죽을 때는 고향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고 했느니라. 죄 없는 우리 백성이 멀리 유구까지 끌려가서 고생을 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는데 칭찬은 못 할 망정 어찌 벌을 내리겠느냐. 김원진에게 상을 내려주도록 하라. <이야기 회상 끝> 달문: 분부대로 거행하겠나이다. 성징: 우와! 듣던 대로 세종대왕님이 최고네. 두식: 쩝... 그러게. 우리 아빠도 세종대왕님 같았으면 좋겠다. 근데 달문 아저씨 아빠는 어떠셨어요? 달문: 아버지? 달문: '하하' 어릴 때 헤어져서 기억이 안나. 사실 내가 광대 노릇을 하면서 전국을 떠도는 건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지.
아빠: 두식아! 성진아!
성진: 아빠다! 아저씨 저희 갈게요. 두식: 저 여기 있어요! '다다다닷' 앉아있는 달문을 뒤로하고 아빠에게 뛰어가는 성진과 두식. 달문은 고개만 살짝 내밀어 말없이 바라본다. '스윽'(고개 내미는 소리) 즐겁게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두식과 아버지, 그리고 성진과 아버지. 멀리 노을이 지고 있다. '벌떡'(자리에서 일어나는 달문) 노을이 지는 마을. 초가집의 굴뚝에선 연기가 피어 오른다. 달문은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달문: 아버지 어디 계세요. 실록 기록 본국 사람 김원진이 유구국에 가서 본국 사람 김용덕등 6인을 되찾아 돌아왔다. 원진에게 면주 2필과 마포 4필을 상으로 주었다. 용덕은 원진의 손녀다. 세종 19년 (서기 1437년) 7월 20일자 조선왕조실록 기록 中
정명섭
그림
철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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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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