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담는 카메라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포토그래퍼 ‘소담’이 사진으로 남기는, 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감상기.
By sodam
배우들로 가득 찬 이 세상
모두들 주역을 못 맡아서 안달하는데
그녀는 전혀 의도하지 않는 사이에
그 밤의 주역이 되었다.
바라건대 그녀에게 성원을!

완전한 휴식을 느끼기 위해서 그녀와 함께 떠난 여행.
씩씩한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이 행복이 끝까지 이어지는 시간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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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뒷모습
#뒷모습 #이국 #여행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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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석양 #토끼와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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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들여다 보았을 풍경과 거리를 거닐어본다
새까만 단발머리의 아가씨가
즐거운 얼굴로 거리를 걸어 다니는 장면을
머리 속으로 그려본다.
하나라도 재미있는 것을 놓칠 수 없다는 듯이 눈동자를 굴리며
그녀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들여다보았을
풍경과 거리를 거닐어본다.

이 길의 끝이 아주 커다란 동굴로 이어져 있어서
우리가 토끼와 앨리스처럼 퐁당 빠져버리면 재미있을 텐데.
상상하며 키득 웃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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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자 익숙했던 공간이 동화처럼 변했다
#만화경 #야경 #불빛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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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로 술을 만들다니 도대체 누가 그런 재미있는 발상을 한 걸까요.
나는 온 몸이 호기심으로 가득 차 길 위에서 톡 하고 터져버릴 것 같았습니다.
밤의 거리란 정말 신기한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듣는 신비한 이야기도 푹 빠져서 듣는 아가씨의 순수한 마음이
기묘하고 즐거운 여행을 만들어 냈다는 생각 안 들어?

내 곁의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만화경처럼 아름다운 야경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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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과 함께 바라보는 야경은 특별한 묘미가 있다.
#꽃밭 #의자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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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아주 작고 사소했다
생각하면 신기하지 않나. 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우리는 먼지였어.
죽어서 다시 먼지로 돌아가.
죽어있는 것이 보통이고 살아있는 것은 아주 작은 예외에 지나지 않아.
그러니 죽음을 무서워할 이유는 전혀 없는 거라고.

우리는 모두 아주 작고 사소했다.
바람에 실려 다니던 민들레 씨앗이었다.
그러니 우리가 이렇게 나란히 앉아
서로를 바라보며 여유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이고 기적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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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여행자를 위해 가져다 둔 의자일지도
이백 씨는 행복한가요?
입에 머금을 때마다 꽃이 피는데
그대로 뱃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작은 따스함으로 바뀌었습니다.
그것이 정말 깜찍해서 마치 뱃속이 꽃밭이 되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시고 있는 동안 뱃속에서부터 행복해지는 거예요.

“이백 씨는 행복한가요?”
“물론.”
“그건 정말 기쁜 일이에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휴가의 밤은 무척 특별하다.
내 인생의 한 장면이 될 모든 프레임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
이 시간이 흘러가버리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그 모든 것을 내 몸에 새겨두고 싶었다.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아마도 행복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을 장면들.
ABOUT PHOTO
불꽃이 내 안에서 터지는 행복처럼 빛난다
#불꽃 #꽃밭 #야경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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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독서 #자유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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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모습이 매력적인 건 그 책에 폭 빠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에 폭 빠진 아가씨는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지저분한 헌책 따위가 그녀를 홀려 대체 어쩌자는 거냐.
하고 나는 씩씩거렸다.
그런 놈을 읽을 틈이 있으면 차라리 나를 읽어봐.
나한테도 재미있는 내용이 제법 있단 말이야.

내 손에 들린 책에서 묵직한 향기가 난다.
아무렇게나 바닥에 주저앉아서
뭐든지 읽어버릴 듯한 자세를 잡고 책을 한 장씩 넘겼다.
배터리가 방전되어 있던 나의 몸과 마음이 만족스럽게 충전되는 느낌이 들었다.
떠나오지 않고는 채워지지 않았을 감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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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책을 읽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
#빈티지 #장난감 #잃어버린물건
#빈티지 #장난감 #잃어버린물건
시간이 지나면서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이 나에게도 있다.
그래, 라타타탐!
나는 지금은 어디 가고 없는 그 그림책에 대한 그리움에 몸을 떨었습니다.
“어쩌다 잃어버린 걸까요!”
나는 신음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이 나에게도 있다.
어릴 때 끌어안고 자던 담요인형과
너무 아껴서 제대로 구르지도 않게 된 지구본.
지금은 팔지 않는 만화 스티커.
그리고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주었던 장난감들.
그 이름들이 뭐였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가끔은 꿈에라도 한 번씩 나타나주면 기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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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옛 물건들이 모여있을 것 같은 가게
청춘이란
양쪽에 늘어선 헌책방들이 주황색 전등을 점점이 밝혔습니다.
주위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듯이 어두워졌는데도
사람들은 그 미미한 빛을 잡고 책꽂이 틈새를 헤엄치며
마음의 책을 찾아 다니고 있었습니다.
마치 조금 전의 나처럼.

“마치 바닷속 물고기들 같아요.” 내가 말했습니다.
“그러네.” 선배가 말했습니다.

청춘이란
노을빛깔 바다를 노니는 두 마리의 물고기를 뜻하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아름답게 헤엄치는 물고기의 꼬리를 생각하자
바다 내음이 머리 위로 솨 쏟아져 내렸다.
ABOUT PHOTO
어둠이 내려앉자 주황색 등이 우리를 환영하듯 불을 밝혔다.
#주황색등 #밤거리 #물고기들 #청춘
#주황색등 #밤거리 #물고기들 #청춘
#석양 #노을 #여행 #비눗방울
#석양 #노을 #여행 #비눗방울
나는 한번 더 내 앞의 사람을 껴안고 싶어졌다.
막이 내린 후에 아직 내 품속에 있던 그녀가
빨갛게 상기된 뺨을 하고 “훌륭했어요” 라고 말했다.
그녀를 이 가슴에 끌어안은 덕에
나는 치사량에 가까운 행복을 맛보았고,
새삼스레 아슬아슬 죽을 지경이었다.

마음에 둔 사람을 난생처음 품에 안았을 때
나는 너무나 투명해지고 가벼워져서
공중으로 떠오르는 비눗방울이 된 것 같았다.
석양으로 곱게 물든 뺨을 바라보니
그때의 두근거림이 되살아나서
나는 한번 더 내 앞의 사람을 껴안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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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석양이 뺨을 비추자 미소가 떠올랐다.
#함께앉은 #등 #밤 #인연
#함께앉은 #등 #밤 #인연
이 여행이 끝나기 전에 나의 인연을 내 손으로 붙잡이야지.
“어쩌다 지나가던 길이었어.”
“아, 선배, 또 만났네요!”

선배가 나를 알아보고 웃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나도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리하여 선배 곁으로 걸어가면서 나는 작게 중얼거렸습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어떤 인연.

스쳐 지나간 인연이 있기에 지금 이어진 인연이 소중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휴식의 행복을 누릴 때에야 비로소 일상의 진정한 가치를 느낀다.
이 여행이 끝나기 전에 나의 인연을 내 손으로 붙잡아야지.
나는 나도 모르게 돌아서서 너를 향해 힘차게 걸었다.

밤은 짧으니까, 걸어가자 어디로든!
ABOUT PHOTO
함께 앉은 연인의 등에서 어떤 인연이 느껴진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저자 모리미 도미히코
엉뚱하고 발랄한 아가씨와 그녀를 짝사랑하는 선배의 기상천외하고 유쾌한 판타지 로맨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입니다. 작가가 ‘교토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쓰겠다고 생각해서 써낸 소설이기 때문에, 읽고 있으면 마치 앨리스가 된 것처럼 예상치 못한 사건과 낯선 일탈들을 마주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여행을 떠나 진정한 쉼을 만끽하고 싶을 때,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해방감을 느끼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By sodam
사진
프로젝트 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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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5-08-07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